“쿼드코어를 탑재했다고 해서 구입했는데 너무 느리고, 프로그램을 조금만 깔고 동시 구동하면 금세 거북이가 됩니다.”

 

최근 모 대기업이 출시한 쿼드코어를 탑재한 100만원 초반대 노트북을 구매했다는 김모씨는 “대기업이 디자인해 커스터마이징했다고는 하지만 비슷한 사양의 프로세서를 탑재한 노트북들이 50만원대에 판매하는 것과 비교하면 가격이 너무 비싸다.거북이 처럼 느린 프로세서를 탑재하고도 어떻게 100만원대에 판매하는지 이해가 안간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이 업체의 노트북에 탑재한 AMD 쿼드코어 프로세서가 인텔의 듀얼코어 중 보급형 제품 수준에 불과한데도 마치 성능이 매우 좋은 것처럼 포장했다는 설명이다. 프로세서에 관한  구체적인 안내 없이 쿼드코어를 탑재한 것으로 알려진 해당 노트북이 스펙 대비 가격이 높다는 것.

 

통상 PC를 판매할 때는 프로세서의 구체적인 모델이 소개되고, 해당 모델에 따라 적정한 가격이 정해지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쿼드코어라고만 알려진 이 대기업의 노트북은 프리미엄 디자인과 브랜드가 부각됐지만 정작 PC의 두뇌라고 일컬어지는 프로세서의 스펙은 '쿼드코어'라는 포장에 감춰졌다.

 

프리미엄 브랜드와 디자인을 기준으로 평가하면 해당 노트북은 저렴한 편이다. 하지만 프로세서를 기준으로 한다면 높은 가격이다.

 

가격비교사이트 다나와에서 판매 중인 AMD의 쿼드코어 노트북의 경우 보통 50만원대에서 80만원대에서 가격이 형성돼 있다. 저장장치, 메모리, 그래픽, 해상도 등의 스펙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도 100만원 초반대라는 가격은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듀얼코어인지, 쿼드코어인지를 놓고 정확한 기술적 판단이 힘든 일반 소비자들 입장에선 물리적으로 코어가 더 많이 달린 것이 성능이 좋은 것이라는 판매자의 설명에 솔깃해질 수 밖에 없다.

 

한 노트북 판매업체 관계자는 "비슷한 성능의 인텔 CPU를 탑재한 노트북에 비하면 AMD 쿼드코어를 탑재한 이 대기업의 노트북은 30만원 이상 비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프리미엄 디자인을 내세운 해당 제품은 눈으로 보고 구매하는 오프라인 판매 비중이 높은 편이다. 런칭한지 한달여가 되가는데 초기에 비해 현재는 일일 판매량이 4배 정도 늘었다. 점진적으로 온라인 판매도 늘려갈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제품을 구매하는 선택의 기준은 소비자 취향과 용도에 따라 다를 수 밖에 없다.

 

프리미엄 디자인과 수려함을 원하는 고객들에게는 충분히 눈요기를 줄만한 제품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가성비' 높은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AMD 쿼드코어로만 알려진 100만원 초반대의 노트북이 꼭 합리적인 선택인 것은 아니다. 가성비 우수한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라면 판매자의 설명에 귀 기울이기 전에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는 현명한 소비 행태가 요구된다. 대기업이라는 브랜드만 믿고 제품을 고르기보다는 기술적으로 좀 더 꼼꼼하게 체크해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윤정 기자 ity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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