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테 DAC100 미니 / PA100 미니

 

PC 앞에 있는 시간이 많다. 음악 듣고 영화 보고 게임을 하고. 소리가 좋아야 실감이 난다. 이름하여 PC-Fi. 관련 제품들이 수도 없이 다양하게 출시됐다. 여기 소개하는 포르테 제품은 그 결정판이라 해도 좋을 만하다. 훨씬 좋고 비싼 제품들이 널렸고 욕심은 한이 없지만 결론적으로 과연 더 이상 필요할까 싶을 만큼 만족스런 제품이다.

 

신생 브랜드 포르테의 D/A 컨버터 및 파워 앰프 세트. 두 제품 모두 가로 너비 12cm 정도로 데스크에 올려놓고 사용하기에 적당한 콤팩트한 크기를 자랑한다. 게다가 크기는 작아도 분리형 구조, 육중한 섀시, 강력한 전원, 오디오 전용 부품 등 본격 하이엔드 오디오의 만듦새다.

 

 

‘DAC100 미니' DA 컨버터

 

 

분리형 파워 앰프와 DAC로 구성된 포르테 미니오디오의 구성품 중 DAC는 작은 크기에 다양한 기능을 잘 압축해 놓았다. 전원 및 입출력 선택 스위치는 아주 가벼운 힘으로 살짝 눌러서 이뤄지는 소프트 터치 방식이다. 전원 및 입출력 상태를 스위치 하단의 자그마한 파란색 LED가 알려준다. 이 소프트 터치 스위치와 LED는 과거 열광하던 크렐의 300i 앰프를 떠올리게 한다.

 

윈도 XP 이상이나 맥OS에서 USB에 연결하면 자동으로 외장 사운드 카드로 인식해 간편하게 연결된다. 입력은 USB 및 광 디지털 입력을 지원. B타입 USB를 채택한 것은 소형화를 위해서인 듯, 출력은 RCA 타입이다. 전원은 휴대폰 충전기와 비슷한 어댑터를 사용해 DC 전원을 입력받는다.

 

가운데 자리한 볼륨 노브는 헤드폰 음량을 조절하기 위한 것으로서 외부 출력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따라서 파워 앰프에 연결된 스피커의 음량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파워 앰프에 달림 볼륨을 이용해야 한다. 조금 복잡하지만 이렇게 각각 볼륨을 조절하는 것이 편리하다. 헤드폰 단자는 6.3mm 규격.

 

 

정숙하고 디테일한 음장감

 

PC-Fi에서 DA 컨버터는 거의 필수 품목이 되었다. PC 내부가 워낙 노이즈 집합소이다 보니 이를 해결하려는 방편인 것이다. 또한 디지털 출력은 노이즈에 약한 광(S/PDIF)보다는 USB를 선호한다. 그래서 USB 신호를 간단히, 그리고 저렴하게 처리할 수 있고 음질 또한 뛰어난 버브라운 PCM1792 칩셋을 많이 사용하는데, 포르테 DAC100 미니 모델에도 이 칩셋이 사용되었다.

 

여기에 오차율 2ppm의 고정밀 TCXO를 탑재해 지터(Jitter)의 최소화를 노렸으며 PC와는 비동기 방식으로 연결되어 역시 고음질에 기여한다. 또한 PC로부터 노이즈의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ADUM4160 아이솔레이션을 구성해 놓았다. 이러한 지터와 노이즈에 대한 대책은 정숙하고 디테일한 음장감으로 연결된다.

 

 

‘PA100 미니’ 파워 앰프

 

 

가장 큰 특징은 본격적인 분리형 파워 서플라이의 채용과 소스 기기와 직결해 사용할 수 있도록 볼륨을 탑재했다는 것. 손으로 들어봐도 성능을 짐작할 수 있는, 크기에 비해 매우 묵직한 외장 파워 서플라이는 고급 앰프에 사용되는 토로이덜 트랜스포머가 채용되었으며, 4700마이크로패럿 평활 콘덴서 2개를 탑재해 순간적인 큰 출력 변동에도 음의 왜곡없이 원활하게 반응하도록 설계됐다.

 

또한 볼륨을 달아 프리앰프 없이 직결하여 간편하게 소리 크기를 조절할 수 있도록 구성한 점도 마음에 든다. 볼륨은 유명한 알프스(ALPS)사 제품으로, 좌우 편차가 거의 없고 A형 커브로서 저음량에서 정밀한 조절이 가능하다.

 

이 알프스 볼륨은 볼륨 단계별로 저항을 달아 신호 손실을 최소화한 어테뉴에이터(Attenuator,오디오 기기에서 음량 수준을 감쇠하기 위한 스위치나 가변 저항기)를 제외하고는 거의 가장 고급 볼륨에 해당하며 많은 고급 앰프들에 채용되는 제품이다.

 

 

다양한 노이즈 대책

 

 

3mm 두께의 육중한 알루미늄 섀시는 별도의 방열구나 히트싱크 없이도 내부에서 발생하는 열의 방출에 용이할 뿐만 아니라 외부로부터의 진동 등에 의한 노이즈 유입 또한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여기에 각 채널에 고급 릴레이를 사용해 팝업 노이즈를 제거하고, 회로의 중요 부위에 1% 1/4W 급 금속 피막 저항을 사용하는 등 노이즈 억제를 위한 다양한 대책이 세워져 있다.

 

오디오 입력은 3.5mm 스테레오 핀 코드로 이뤄진다. RCA 입력을 채택하지 않은 것은 소형화를 위해서인 듯. 출력은 채널 당 10W로 데스크톱에서 니어 필드로 사용함을 감안하면 충분한 출력이다.

 

 

니어 필드를 잊게 하는 넓은 스테이지

 

 

자그마한 PC-Fi 제품이라 큰 기대 없이 시청에 임했다. 그런데 반전 있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아무래도 오디오적인 만듦새가 좋은 결과를 낳은 듯하다.

 

스피커 간격이 좁은 니어 필드 리스닝은 리얼한 스테이지보다 헤드폰처럼 디테일한 음상 표현에 역점을 두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본 제품으로 듣는 니어 필드는 스테이지가 넓고 정숙하며 음장이 제법 깊고 높다. 음상은 많이 조여져 있으며 디테일하게 정위하나, 특히 보컬 음상이 매우 타이트하게 떠오르며 피아노 오른쪽 건반의 해머링이 아주 아프다.

 

스트링보다는 피아노 음을 아주 잘 표현해 맑고 청아하며 힘이 있다. 퍼지지 않는 저음 건반은 확실한 존재를 드러내며 울림이 풍성하다. 저음의 댐핑도 좋다. 전반적으로 스피드와 제동력이 좋아 음상 하나 하나가 풀어지고 퍼지는 일 없이 명확한 형상으로 기분 좋게 떠오르고 분리도가 높다. 이러한 분해능과 힘은 저음량에서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투명하고 울림 좋은 음

 

 

'Tady Church Chamber Choir'의 'Marias Vaggsang, Hush! the Angels are Singing'에서 높은 분해능과 기분 좋은 풍성한 울림 가운데 단원 한 명 한 명의 개성이 또렷하게 들리고 피아노 반주가 매우 투명하고 울림이 좋다.


키로로의 ‘후유노우타’. 꾸밈 없는 담백한 보컬에 붙은 여음의 투명도가 매우 높다. 지터의 억제가 잘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부분. 간주 부분 첼로의 공기 떨림이 매우 굵고 힘차다.

 

DA100을 빼고 파워 앰프에 직결하면 소리는 곧바로 라디오가 된다. PC사운드가 원래 이렇다. 가볍고 얇고 산만하다. 저음 댐핑이 풀어지고 통통거리며 정위감과 입체감이 실종. 온기와 촉촉함이 사라져 차갑고 푸석하다. 온갖 노이즈와 간섭들이 빚어낸 결과다. DAC100/PA100과 더불어 엘락 310, B&W CM1, 스펜더 3/5 등과 매칭해 PC 사운드를 완성하고 싶다.

 

 

GOOD

무엇보다도 좋은 사운드. 투명하고 강력하다. 헤드폰과 스피커 볼륨을 각각 조절할 수 있는 점도 각별하다.

 

BAD

파워 앰프의 발열이 좀 신경쓰인다. 아무래도 DAC와 포개어 사용할 것이므로 발열이 조금 적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JUDGEMENT

강력한 노이즈 대책으로 PC 사운드를 환골탈태시켜 투명한 음장을 재현하는 DA 컨버터와 강력한 전원부를 토대로 스피커를 여유롭게 드라이브하는 파워 앰프. 중고 명기 북셸프 한 대만 잘 득템한다면 PC에서 사운드 고민은 더 이상 잊어도 될 듯.

 

글/ 배경덕 AV 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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