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은 아직도 PC시장의 중심이다.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이 변화한 지금에도 첨단 IT 기기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용산을 떠올릴 만큼 용산 전자상가가 가진 상징성은 아직도 절대적이다.

 

다만, 최근 이런 흐름에 약간의 변수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전통의 시장인 용산을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들 중 사무환경 중심의 기업들이 둥지를 가산 등지로 이전하기 시작한 것. PC시장에 가산이 용산과 더불어 새로운 메카로 부상하고 있다.

 

 

■ 용산에 비해 좋은 환경이 장점

 

기업들은 가산디지털단지의 우월한 ‘환경’을 이전의 주요한 이유로 꼽고 있다. 지하철 1호선과 7호선이 교차해 접근성이 뛰어나며, 상대적으로 새로 조성된 오피스 단지인 덕분에 시설과 주변환경이 용산에 비해 쾌적하다는 것.

 

아울러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더 넓은 면적의 사무실을 임대할 수 있는 점도 커다란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 최근 본사를 가산으로 이전한 아이티엔조이

 

최근 가산으로 둥지를 옮긴 종합 IT 쇼핑몰 아이티엔조이(www.itenjoy.co.kr)의 장경석 대표는 “용산에 비해 저렴한 임대료, 더 쾌적한 시설, 더 넓은 사무공간과 뛰어난 시설 등이 복합적으로 제공돼 가산의 매력이 급부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이티엔조이는 종합 IT 쇼핑몰 중 최초로 주 5일제를 도입하고, 임직원의 복리후생에 남다른 관심과 노력을 보여 업계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해내는 종합 쇼핑몰로 주목받고 있다.

 

 

■ 근무환경에도 차이 있어

 

가산이 각광받는 또 다른 이유는 용산에서는 구할 수 없는 넓은 면적의 사무실을 쉽사리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상가를 중심으로 구성된 용산전자상가에서는 넓은 면적의 사무실을 임대하는 것이 쉽지 않다. 상황에 따라서는 여러 점포를 임대한 뒤 별도의 비용을 들여 이를 넓은 공간으로 확장하는 공사를 감수해야 한다.

 

반대로 다양한 면적의 사무실이 구비된 가산에서는 이런 수고를 들일 필요가 없다. 다양한 단지와 면적의 사무실이 제공되는 덕분에 원하는 사무실을 골라잡기 수월하다.

 

 

최근 가산디지털단지로 주소를 옮긴 (주)한미마이크로닉스 역시 이런 가산의 장점을 알아본 기업 중 하나. 한미마이크로닉스 박정수팀장 역시 쾌적환 환경과 넓은 사무공간의 확보를 이전의 첫 번째 요인으로 꼽았다.

 

상대적으로 야근(?)에 자유롭다는 점 역시 가산이 가진 장점으로 꼽힌다. 용산 상가는 저녁이 되면 일괄적으로 상가 내의 전기를 차단하고 문을 잠근다. 이런 환경에서 업무가 밀린 경우라면 난처하기 그지 없는 일. 가산디지털단지에서는 언제고 필요한 만큼 일을 할 수 있어 퇴근의 압박(?)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고.

 

 

■ 그러나 PC, 물류의 중심은 아직도 용산

 

최근 쿨러마스터를 국내에 공급하는 (주)대양케이스, 지스킬(G.SKILL), 커세어(CORSAIR) 등 해외 유명 브랜드를 국내에 공급하는 (주)이노베이션티뮤 등도 가산으로 둥지를 옮겼다.

 

그러나 이들 기업 대부분은 보다 쾌적한 사무환경을 찾아 가산으로 이전한 성격이 크다. 종합 쇼핑몰 아이티엔조이 역시 본사를 가산동으로 옮겼지만, 아직 물류는 용산을 거점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막대한 물량을 소화하는 용산을 물류 거점으로, 좀 더 쾌적환 환경을 제공하는 가산을 업무거점으로 이원화한데 있다. 상대적으로 부피가 작은 제품을 취급하는 기업의 경우 물류까지 가산을 중심으로 이전하는 예가 있지만, 아직 든든한 인프라와 폭 넓은 관련업계와의 연관 업무에는 용산의 장점이 여전히 발휘되고 있다는 것.

 

향후 PC 중심의 시장은 이 같이 이원화된 시스템을 운영하는 기업들이 더욱 늘 전망이다. 오히려 비용도 저렴한 데다 업무 효율을 제고할 수 있어 많은 기업들이 이 같은 시스템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국환 기자 sadcaf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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