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의 시장점유율 규제가 시대에 맞지 않으며, 대신 시청점유율 규제만 하고 자율경쟁에 맡기는 방안이 옳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KT가 23일 오전 10시 30분, 광화문 KT사옥에서 성낙일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를 초청해 유료방송시장의 시장점유율 규제에 대한 설명회를 가졌다.

 

이날 기자들을 대상으로 설명한 성낙일 교수는 “최근 정부와 국회에서 방송시장의 소유규제 개편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고 국회에서는 방송 플랫폼(종합유선, 위성, IPTV) 구분 없이 유료방송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을 유료방송 가입자의 1/3 이하로 제한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이는 방송시장 소유규제 자체의 타당성에 대한 논의를 배제하고 있으며, 방송규제의 목적(여론의 다양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 성낙일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

 

이어 성낙일 교수는 ”방송시장을 규제하는 것은 여론의 다양성을 보장하고 방송 공익성을 확보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방송시장에 대한 규제가 과도할 뿐 아니라 다른 선진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소유지분규제와 기업결합규제(시장점유율 규제)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2009년에 시청점유율 규제까지 신설되는 등 과도한 중첩규제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낙일 교수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0년 OECD 30개국 중 케이블TV 소유규제를 실시하는 나라는 단 5개국(프랑스/이탈리아/한국/스페인/미국) 뿐이며, 이 중 현재까지 소유규제를 실시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나라들이 방송규제의 기준을 지분 중심에서 시청점유율 중심으로 가고 있다는 것.

 

성낙일 교수는 “소유규제에 관해서는 이미 KT와 KTF가 합병될 때, 그리고 SK텔레콤이 하나로통신을 인수 때도 독과점 기업의 등장을 우려했으나 실제로는 그렇게 흐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이런 규제들이 족쇄가 돼 우리나라 유료방송의 디지털화가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간인 미디어파트너스아시아(Media Partners Asia)의 2012년 자료에 따르면 주변 아시아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의 유료방송의 보급률은 높지만 디지털 가입자 비율은 매우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성낙일 교수는 조사 자료를 통해 “우리나라의 디지털 방송율이 낮은 이유는 케이블TV의 디지털화가 부진한 것이 주된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IPTV가 진입함으로써 케이블TV의 디지털화가 시작됐으니 무조건적인 합산규제는 디지털 방송 발전을 저해시킬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성 교수는 또 “’동일시장(동일 서비스)-동일규제’ 원칙은 대다수 전문가들이 수용하는 주장이다”라며 “하지만 유료방송 플랫폼이라는 것을 경제논리의 관점에서 본다면 케이블TV와 IPTV, 위성방송은 동일 서비스이나 방송 논리로 보면 여론 지배력의 관점에서 케이블TV와 IPTV는 전혀 다른 매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케이블TV는 지역보도채널과 자사 계열 PP를 보유하고 있어 여론지배력이 우려되는 사업자라는 것이다.

 

일례로 CJ는 이미 CJ헬로비전이라는 플랫폼 사업자와 CJ E&M이라는 복수의 PP를 보유하고 있어 여론지배력이 높다는 것이다. 성낙일 교수는 2012년 시청점유율 산정 결과 CJ 계열이 KBS(36.16%), MBC(16.02%), SBS(11.41%)에 이어 4번째로 높은 시청점유율(9.38%)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시장점유율을 규제하기보다 시청점유율을 규제하고 강화해나가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효율성이 높고 여론지배력 방지를 위한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규제정책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시청점유율을 규제하는 것이 좋을까? 이에 대해 성낙일 교수는 “영국과 독일, EU는 방송규제를 지분에서 시청점유율 중심으로 전환했다. 그 중 독일은 10%, 20%, 25%+알파, 30%로 단계별로 시청점유율을 강화해 자연성장을 사전에 억제하도록 했는데 이와 같은 단계별 규제책이 한국에도 적합할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시청점유율 중심 규제 외에도 유료방송 플랫폼 시장의 규제도 지금과 달라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성낙일 교수는 “유료방송 플랫폼은 단지 방송 프로그램을 전송해 주는 수단에 불과하다. 오히려 여론지배력에 더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들이 더하다. 이 포털들은 기사의 제목을 편집하거나 노출 위치를 지정하기도 한다”며 “플랫폼 부분을 진입규제나 소유규제 적용하기보다 경쟁을 촉진시켜 가격을 낮추고 품질을 개선시키는 것, 즉 경쟁자 보호보다 경쟁 활성화가 더욱 필요한 때’라고 설명했다.

 

이상훈 기자 hifidelit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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