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회가 수신료를 현행 2500원에서 4000원으로 1500원 인상하겠다는 수신료 인상안을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하자, KBS 이사진 11명 가운데 야권 시민사회 추천이사 4명이 수신료 인상안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17일 발표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김충식 부위원장과 양문석 상임위원은 "수신료는 전기요금과 합쳐서 의무적으로 내기 때문에 국민의 입장에서는 '세금'과 같다"며 "정부가 공공요금을 올릴 때도 눈치를 살피고, 물가상승 등을 고려해 10% 내외의 인상에 그쳤는데 이번처럼 일거에 60%를 인상하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며, 서민가계에는 '수신료 폭탄'이다"고 발표했다.

 

수신료 인상안은 야권이사 의견 묵살한 일방적 인상안

 

▲ 김충식 부위원장(좌), 양문석(우) 방통위 상임위원

 

김충식 부위원장과 양문석 상임위원은 또 "국민이 보기에 당당하고 적절한 의사결정이 아니다"라며 여권 추천 이사 7명의 독단적인 결정에 항의했다. 야권이사들은 KBS가 국민의 '세금'을 올리면서 야권과 시민사회, 그리고 서민대중을 대변하는 소수이사 4명의 의사를 거치지 않은 것에 대해 '일부 이사만의 일방적 의결로 국민의 주머니를 기급적으로 터는' 행위라며 맹비난했다.

 

아울러 야권이사들은 줄기차게 주장해온 공정방송을 위한 제도적 틀을 선결하는 것이 시청률 인상안보다 시급한 문제임을 지적했다. 김충식, 양문석 상임위원은 "그동안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KBS의 공영성 강화를 위한 수신료 인상'을 언급해왔는데 그렇다면 공영성 강화를 위해 누가 정권을 맡느냐를 떠나서, KBS가 정치적으로 독립해 공정방송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권이사들의 공영상 강화를 위한 제안을 단 한 가지도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정부여당의 공영상 강화를 위한 수신료 인상이 허구임을 주장했다.

 

스마트폰·태블릿PC에도 수신료 징수하겠다? 징수 불가능한 망상

 

KBS 여권추천 이사 7명이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한 수신료 인상안을 살펴보면, 현재 TV 수상기에 한해 수신료를 납부하기로 한 것을 태블릿PC, 스마트폰과 같은 방송 수신이 가능한 기기에도 물리게 해 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수신료 징수안이다.

 

여권이사들의 이런 수신료 징수는 기술적으로도 어렵고, ICT코리아를 먹칠하는 발상일 뿐만 아니라 이사회조차 경유하지 않고 방통위에 제출됐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수신료 인상안에는 3년마다 자동 인상안도 담겨 있어

 

이 밖에도 수신료를 앞으로 3년마다 자동적으로 올릴 수 있게 해달라는 주장도 방통위 제출서류에 담겨 있다. 이 역시 이사회에서 결의된 사항이 아니다.

 

야권이사들은 이처럼 중대한 내용을 KBS 집행부가 이사회조차 거치지 않고 행정부에 제출했으며 KBS2의 광고수입과 KBS1의 수신료 징수의 회계분리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것에 대해 "종교인이 헌금-시주만 올려달라고 하면서, 자기 가족 생활비와 선교-포교공금을 한 통장에 넣고 불투명하게 쓰겠다고 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야권이사들은 수신료 인상안이 KBS 이사회에 되돌려져 다시 토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KBS 공정성을 위한 지배구조 개선(시장선출 시 특별 다수제), 보도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 수신료 문제 등 전반에 걸친 논의가 심도 있게 이뤄지고 소수 이사들의 공정방송 실현을 위한 대안이라도 첨부시켜 제출할 것을 촉구했다.

 

이상훈 기자 hifidelit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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