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IT 시장은 어떤 모습일까? IT조선은 2014년 신년 기획으로 '2014년 IT 트렌드', '2014년 핫가젯', '2014년 핫이슈', '2014 우리는 라이벌' 등을 준비했다. 1탄으로 준비한 '2014년 IT 트렌드'에서 IT조선은 PC, 스마트폰, 노트북, 디지털카메라, 엔터프라이즈솔루션, 게임, 태블릿PC 등 총 7개 분야를 분석했다. <편집자주>

 

PC 시장에 드리운 역성장의 어두운 그림자는 2014년에도 걷히지 않을 전망이다. PC 업계가 지난 2013년 새로운 활보 확보를 위해 실험적 시도를 많이 했다면, 올해는 PC만의 기본기를 바탕으로 안정화를 꾀하는 시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이브리드 시대 도래…윈도의 반격은 언제쯤?

 

PC 운영체제(OS)에 있어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 의존도가 유난히 높은 국내에서 윈도 8의 부진은 가뜩이나 가라앉은 시장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볼 수 있다. 윈도 8은 터치에 최적화된 유저 인터페이스(UI)와 함께 기능이나 속도 면에서 진일보된 모습을 보였으나, 시작버튼의 부재와 기존과는 지나치게 달라진 사용성 등은 기존 윈도 사용자들에게 혼란으로 비쳐졌다.

 

결국 MS는 윈도 8.1에서 시작버튼을 부활시키는 등 한 발 늦게나마 대응에 나섰으나, 얼어붙은 PC 시장의 구원투수가 될 것이라는 기대는 이미 꺾인 후였다. 기존 윈도 8 사용자들이 윈도 8.1로 업데이트하는 비중은 높지만, 이것이 윈도 8.1이 탑재된 새로운 PC 판매량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때문에 MS가 차세대 윈도 개발을 앞당겨 예정보다 일찍 선보일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당초 오는 2015년 출시를 앞두고 있는 윈도 9이 2014년 하반기 등장하거나, 윈도 9에 앞서 윈도 8.2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 않다. 지금까지 한 버전씩 건너뛰며 히트작으로 자리매김한 윈도 OS의 행보상 PC 업계가 윈도 8 다음의 윈도에 걸고 있는 기대는 그만큼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와중에 윈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것이 구글의 ‘크롬 OS’다. 전통적인 설치형 방식이 아닌, 온라인으로 접속해 사용하는 클라우드 OS를 표방하는 크롬 OS는 그간 주로 노트북에 적용돼 ‘크롬북’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형성하기도 했다. 2014년에는 크롬 OS를 얹은 데스크톱 PC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가 오는 ‘CES 2014’에서 선보일 예정인 크롬 기반의 일체형 PC ‘크롬베이스’(사진= LG전자).

 

이러한 추세는 전통적인 PC와 모바일의 하이브리드 트렌드에도 부합한다는 점에서 2014년 PC 시장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단순히 성능이나 구성 가격에 따라 엔트리와 메인스트림, 하이엔드로 구분돼온 PC 시장에 새로운 기준이 등장할 수도 있기 때문. 물론 결과적으로 다소 애매한 포지셔닝이 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을 수 없지만, 침체일로의 데스크톱 PC 시장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기를 기대해보기 충분하다.

 

콘텐츠 소비 시장 겨냥…가전으로서의 PC 시대 ‘노크’

 

그동안 데스크톱 PC를 얘기할 때 빼놓지 않고 언급된 부분이 바로 ‘생산성’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성장세는 어디까지나 콘텐츠 ‘소비’에 중점을 두고 있었기에 전통적인 문서작업이나 그래픽 작업과 같은 생산 도구로서의 데스크톱 PC의 효용성이야말로 ‘PC의 종말’은 없다는 의견에 힘을 실어주는 강력한 근거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PC 진영은 단지 생산성만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최근의 모바일 열풍을 감당해내기 힘들다는 판단에 이른 분위기다. 이제는 적극적으로 콘텐츠 소비를 위한 일종의 가전제품과 같은 역할을 맡는 PC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일련의 분석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가족 구성원들이 두루 사용하는 PC가 거실로 나오기 시작하면서 확고한 영역을 구축한 일체형 PC가 좋은 예다. 나아가 올해에는 더 작고 다양해진 디자인의 일체형 PC는 물론, TV 셋톱박스와 같은 역할을 하면서도 필요에 따라 기존의 PC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는 다기능 플랫폼으로서의 PC도 일반 소비자들에게까지 영역을 확장할 전망이다.

 

이러한 흐름의 배경에는 PC를 구성하는 하드웨어의 성능이 전반적으로 향상됐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한 번 구입하면 5년 넘게 사용 가능한 가전제품과 달리 PC는 꾸준한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으나, 최근에는 특정한 용도가 아닌 이상 PC도 충분히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아울러 프로세서 미세공정의 발전으로 성능에 큰 양보 없이 저전력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는 점도 가전으로서의 PC 시대의 도래에 힘을 실어주는 요소다. 별도의 그래픽카드 없이 GPU가 통합된 CPU 하나만으로도 HD 영상을 재생하는데 부족함이 없어지면서 특정 폼팩터에 구애받을 일도 없어졌다.

 

비슷한 영역으로 자리매김한 초소형 PC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님에도 그동안 발목을 잡았던 성능에 대한 의문을 해결하면서 시장을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한 것도 동일한 맥락에서다. 이와 마찬가지로 인텔의 초소형 PC 플랫폼 ‘NUC(Next Unit of Computing)’가 2014년 본격적으로 그 잠재력을 꽃피울 수 있을 것인지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초소형 PC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인텔 ‘NUC’(사진= 인텔).

 

인텔 NUC는 지난 2012년 인텔개발자회의(IDF)에서 공개되면서 마니아층의 관심을 끌어내는 데는 성공했으나 대중화를 언급하기에는 시기상조인 측면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4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 이후 저전력과 성능을 두루 강화하면서 국내에서도 인텔 총판을 비롯해 TG삼보컴퓨터도 2014년 관련 제품 공급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울러 모바일 프로세서의 발전으로 기존 데스크톱 PC의 역할을 일정 수준 대신하는 중간 단계의 플랫폼 등 PC 특유의 기본기를 기반으로 다양한 용도로 특화된 응용형태의 등장도 내다볼 수 있다. 생산이든 소비든 컴퓨팅이라는 행위에 있어 PC라는 출발점이 갖는 의미가 다시금 부각될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날 수 있기를 기대해볼만한 이유다.

 

노동균 기자 yesn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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