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T산업의 메카로 일컬어지는 실리콘밸리의 IT기업이나 스타트업 기업들의 기업문화는 왠지 자유분방하고 진취적일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테크놀로지(IT기술)가 세계를 변화시키는 강력한 힘이 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여성 문제에 관한한 실리콘밸리의 기업문화는 진취적인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IT 기업내 프로그램머들을 지칭하는 ‘브로그래머(brogrammer)’는 IT기업내의 독특한 남성우월주의 문화를 상징한다. 브로그래머는 형제를 의미하는 ‘bro’와 ‘Programmer’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속어다. 브로그래머는 고리타분하고 따분한 프로그래머에서 벗어나 유행에 민감하고 주변의 남성들과 잘 어울리는 사교적인 인물을 나타낸다. 브로그래머라는 용어는 여성들이 접근하기 힘들고, 어렵게만 여겨지는 프로그램의 세계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이 때문에 브로그래머는 실리콘밸리의 여성 차별주의(sexist)를 상징하는 용어로도 인식되곤 한다.   

 

실리콘밸리의 여성차별주의는 여성들에게 뚫기 힘든 ‘유리 천장’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여성 차별주의자(sexist)라는 비난을 받아도 변명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최근 미국의 ‘펜윅&웨스트( Fenwick & West)’라는 법률회사가 실리콘밸리의 여성차별주의를 비교 분석한 자료를 내놔 흥미를 끈다. 이 법률회사는 S&P 100대 기업과 실리콘밸리 150대기업(매출 기준 상위 업체)의 여성임원 비율을 비교 분석했다.

 

▲ 표1) 실리콘 밸리 150대 기업과 S&P100대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 (출처='펜윅&웨스트' 홈페이지)

 

 

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실리콘밸리 150대 기업 가운데 여성 임원이 전혀 없는 기업이 절반에 가깝다. 56.7%의 기업이 한명 이상 여성 임원을 두고 있었다. 이에 비해 S&P 100대 기업 가운데 여성 임원이 없는 업체는 2%에 불과하다. 98% 이상이 여성 임원을 두고 있었다. 60%가량의 기업들이 1~2명의 여성 임원을 갖고 있었다.

 

▲ 표2) 실리콘밸리 150대 기업과 S&P 100 대기업의 집행 임원 비욜 (출처='펜윅&웨스트' 홈페이지)

 

CEO, CTO, COO 등 집행 임원의 비율도 당연히 낮다. 실리콘밸리 150대 기업 중 1명 이상 집행임원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 54.7%인데 비해 S&P 100대 기업의 비율은 84.0%에 달한다.

 

펜윅&웨스트는 현재 미국 전제 노동 인구의 절반 가량이 여성이며 미국 기업의 경영진에도 여성의 비율이 매우 높은데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그렇지 못하다며 실리콘밸리에서 여성이 출세한다는 여전히 어렵고, 여성들이 출세의 문을 박차고 들어서는 길은 막혀있다고 진단했다.

 

실리콘밸리에 여성 임원이 상대적으로 드문 이유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우선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IT기술에 정통한 업체들이 많은데, 아직까지 IT, 특히 프로그램 개발은 여성 보다는 남성의 영역이라는 인식이 많이 작용하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

 

물론 여성들이 실리콘밸리 기업보다는 다른 영역에 많이 진출하고 있다는 가정도 가능하다. 원래 실리콘밸리기업의 여성 비율이 다른 비즈니스 분야보다 적다면 그만큼 임원으로 승진할 수 있는 여성직원의 ‘풀(Pool)’ 자체가 작은 셈이다. 만일 그렇다면 무조건 여성이라고 임원으로 승진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차라리 여성 차별주의라는 비난을 감수하는 게 나을 지 모른다.

 

장길수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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