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애플의 매킨토시가 탄생 30주년을 맞았다. 30년전인 지난 1984년 1월 24일 애플이 처음으로 매킨토시를 선보일 때만해도 사람들은 지금처럼 가정이나 사무실에 PC가 대중적으로 보급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지금 PC산업은 위기를 맞고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보급이 늘면서 PC판매는 한계 상황에 봉착한데 반해 스마트폰과 태블릿으로 대변되는 모바일 기기는 매년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킨토시 역시 이 같은 위기 상황에서 결코 예외가 될 수 없다. 이런 시대적인 흐름을 예상한 스티브 잡스는 지난 2010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애플이 ‘포스트PC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스티브 잡스는 당시 “과거 농업사회에서 산업화 시대로 전환되면서 중요한 운송수단이었던 트럭의 역할이 축소됐다”며 “PC산업 역시 트럭처럼 되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같은 변화에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끼고 있지만 우리는 변화에 올라타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티브 잡스가 언급한 ‘포스트 PC시대’는 앞으로 구체적인 현실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 분명하다. 그렇다면 올해 30주년을 맞은 매킨토시의 운명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일까? 지난달 매킨토시 30주년을 맞아 애플의 고위급 임원은 스티브 잡스가 언급한 ‘포스트 PC시대’는 PC가 없어지는 시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며 매킨토시가 여전히 애플의 제품 라인업에서 건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킨토시가 아이폰, 아이패드와 함께 진화 발전하면서 컴퓨팅 디바이스 스펙트럼의 한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 맥프로 (사진=애플)

 

물론 애플도 매킨토시가 직면한 위기의 본질을 잘 이해하고 있다. 크레이그 페데르기 애플 수석 부사장(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담당)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클라우드 서비스의 확산으로 매킨토시의 중심적인 역할이 변했다”며 “제반 기기들의 위상이 과거 컴퓨터의 ‘위성(satellites)’ 수준에서 이제는 ‘동료(peers)’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과거 매킨토시가 핵심적인 컴퓨터로 다른 기기들을 위성 처럼 거느리고 있었지만 이제는 아이패드, 아이폰, 매킨토시 등이 위성이 아니라 동료적인 관계로까지 발전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오히려 업계 전문가들은 매킨토시의 위상이 앞으로 ‘동료’ 수준에서 더 격하되고 모바일 디바이스가 주류 기기가 되는 상황을 예상하고 있다. IDC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대수는 PC의 3배인 10억대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IDC는 오는 2017년 스마트폰과 태블릿 판매량이 각각 17억3000만 대와 4억 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PC는 지난해 전년대비 10% 줄어든 3억1600만 대를 판매했으며, 2017년까지 매년 3억2000만 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됐다. 매킨토시 역시 이 같은 흐름 속에 있는 제품이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이 하이엔드 전략을 펼치면서 매킨토시 사업의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애플은 지난 회계연도에 매킨토시 판매대수가 전년대비 10% 가량 줄었다. 하지만 다른 PC업체들보다 훨씬 상황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샌포드 C. 번스타인 & CO.의 토니 사코나기 분석가는 애플이 지난해 글로벌 PC시장의 5%를 점유했으나 업계 수익의 50% 이상을 가져가는 놀라운 실적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애플이 배터리 기능을 강화한 ‘맥북 에어’와 원통형 데스크톱인 ‘맥 프로’를 새로 내놓는 등 혁신적인 활동 덕분에 매킨토시를 수지가 맞는 사업으로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이런 분석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선 장기적으로 애플의 매킨토시 역시 모바일 혁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며 결국 치명타를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J.P. 모건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애플이 모바일과 컴퓨팅간 디바이드 현상을 넘을 수 있는 제품에 관해 작업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J.P. 모건은 애플의 이 같은 상품 전략을 ‘i애니웨어(iAnywhere)’라고 칭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로드 홀 분석가는 애플이 ‘i애니웨어’를 구현할 수 있는 핵심적인 제품으로 키보드를 갖춘 12.9인치 아이패드의 출현 가능성을 예상했다. 그리고 애플이 매킨토시 운영체제인 OSX와 아이폰 및 아이패드 운영체제인 iOS간 통합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수렴(converge)’ 현상은 일어나지 않겠냐고 예상했다. 가령 12.9인치 아이패드 사용시 iOS를 사용하다가 마우스나 키보드를 붙여 사용할 경우에는 OSX 환경으로 전환하는게 가능하지 않겠냐는 것.

 

만약 애플이 이런 전략을 펼친다면 MS와는 다른 전략을 추진하는 셈이다. MS는 윈도8 운영체제를 통해 컴퓨터와 태블릿에 하나의 운영체제를 가져가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운영체제의 통합 가능성에 대해 페데르기 애플 수석 부사장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매킨토시 운영체제와 아이폰 운영체제가 합해져 하나의 운영체제로 통합될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비록 iOS와 OSX가 보안 네트워킹,유닉스 등 컴포넌트의 80%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하나의 핵심 운영체제로 인식할 수도 있지만 두 운영체제는 사용자와 상호작용 차원에서 근본적인 차이를 갖고 있어 통합될 가능성은 적으며 소비자들이 원하는 바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iOS는 터치와 스크롤, 그리고 손가락을 중시하지만 OSX는 타이핑과 키보드, 트랙보드 등 인터페이스를 더욱 중시한다는 것.

 

이제 탄생 30주년을 맞은 매킨토시는 모바일 혁명의 와중에서 자신의 운명을 새롭게 개척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기기 및 소프트웨어간 융합이 갈수록 거세지는 상황에서 매킨토시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문제는 변화의 속도와 융합의 정도일 것이다.

 

 

장길수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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