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미국 상공회의소 연설에서 미 이동통신 시장을 ‘낮은 데이터 전송 속도’와 ‘높은 가격’에 감염되어 있는 ‘과점(Oligopoly)’ 체제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손정의 회장은 스프린트 인수 후 행한 대중 연설에서도 미국 이동통신 시장이 ‘가짜 경쟁(pseudo-competition)’ 체제에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 같은 과점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해 스프린트가 큰 역할을 할 것이지만 스프린트 단독으로는 힘들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미국 3위의 통신사업자인 스프린트-넥스텔을 216억 달러에 인수한데 이어  미국 4위 통신사업자인 T모바일 인수를 추진 중이다. 스프린트를 통해 T모바일 인수를 추진한 후 가입자 감소 현상을 겪고 있는 스프린트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인수가 성사되려면 미 반독점기구와 FCC(연방통신위원회)의 승인을 거쳐야 하는데 미국 이동통신시장의 독과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규제당국 내에서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3위 사업자와 4위 사업자간 통합이 경쟁을 저해할 것이란 시각이 존재하는 것. 미국 규제당국은 지난 2011년 AT&T가 T모바일을 인수하려 했을 때도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손회장은 최근 로이터 통신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T모바일 인수와 스프린트와의 합병 문제에 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인수 협상에 부정적 의견을 나타내고 있는 규제 당국 관계자와 조만간 다시 만나 이 문제를 협의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로이터에 따르면 손회장은 최근 미국 상공회의소 연설에서 “나는 일본 통신시장에서 네트워크 전쟁과 가격 전쟁을 가져왔으며 미국에서도 이처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스프린트와 T모바일을 합병해 네트워크 통합 효과를 높이고 통신비를 인하해 미국 이동통신 시장에서 돌파구를 확보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같은 전략을 통해 1위 사업자인 버라이즌과 2위 사업자인 AT&T와 확고한 3강 체제를 구축하고, 유선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컴캐스트와도 경쟁하겠다는 의도다. 손 회장은 미국 이동통신의 속도는 전 세계 15위에 불과한데 통신비는 캐나다에 이어 두번째로 높다고 꼬집었다.

 

그는 “미국 가정의 3분의 2가 하나 또는 두개의 통신사업자에게만 접근할 수 있는 과두 체제에 속해 있다”며 “10배 빠른 통신망과 낮은 가격으로 제 3의 대안이 되겠다”고 공언했다. 또 “스프린트는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일본에서 그랬던 것 처럼 비슷한 주파수 대역을 확보하고 있으며 빠른 통신망과 저렴한 가격 정책을 펼칠 수 있는 기술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본격 경쟁하기 위해선 이동 중계기 부족 문제와 다른 지지자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업체를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T모바일 인수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한 셈이다.

 

하지만 지난 1월 손정의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톰 휠러 FCC의장과 윌리엄 바에르 미 반독점기구 의장은 스프린트와 T모바일의 합병에 부적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로이터 보도가 맞다면 손회장은 조만간 다시 규제당국 고위층을 다시 만나 설득 작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또 정당 관계자들과도 접촉해 인수 합병의 장점에 관해 설득할 것으로 알려졌다.

 

 

장길수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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