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티

 

북아메리카 캐리비안 연안에 있는 가난한 섬나라 ‘아이티(Haiti)’가 태블릿을 자체 생산한다. 지난 1804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아이티는 국민 1인당 GDP가 1292달러(2012년 기준)에 불과한 빈국이다.  지난 2010년 1월 12일 진도 7.0의 강진이 덮치면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해 국제사회의 큰 관심을 끌었다. 이런 빈국에서 태블릿을 자체 생산한다니 의외다. 그동안 아이티는 수도인 포르토프랭스에 있는 소나피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의류 등 섬유 제품을 주로 생산 미국에 공급해왔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미국의 도움을 받아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태블릿의 자체 생산에 들어갔다고 한다.

 

로이터는 최근 아이티 산업단지에 있는 태블릿 생산 공장을 방문해 르뽀 기사를 실었다. 르뽀 기사는 아이티가 그동안 가난과 정치적인 박해, 그리고 세계 수준의 럼주 등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최근 안드로이드 태블릿 생산에 들어가면서 ‘놀라운’ 하이테크 산업에 첫발을 내디뎠다고 소개했다.

 

아이티는 최근 미국 ‘국제개발청(USAID)’으로부터 20만 달러의 스타트업 펀드를 지원받아 아이티 소나피(Sonafi) 산업단지에 태블릿 자체 생산 공장을 설립했다. 안드로이드 태블릿에 들어가는 각종 부품은 중국 등 아시아 각국에서 수입했다. 사실상 조립 라인인 셈이다. 안드로이드 태블릿은 3개 모델이 생산되고 있는데, 모두 7인치 제품으로 100달러인 와이파이 태블릿(512MB 램), 285 달러인 3G 모델(2GB 메모리) 등이 있다. 제품명은 ‘슈르탭’이다. 슈르는 프랑스어로 ‘확실하다’는 뜻이다. 영어의 ‘sure’와 어원이 같다.

 

케냐의 한 대학에서 최근 650대의 태블릿을 주문했지만 생산된 제품은 대부분 내수용으로 공급된다. 아이티 국민들은 비싼 아이패드 같은 제품을 사용하기 힘들기 때문에 이 회사가 생산한 제품을 선호할 것이란 게 회사측 설명이다. 생산 라인에는 현재 40명의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는데 아이티 노동자들의 평균 임금인 하루 5달러 보다 2배 내지 3배 많은 월급을 받는다. 생산라인도 컨베이어벨트식이 아니라 근로자 한명이 제품 제작의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시스템이다. 좋게 말하면 셀(cell)방식이다. 태블릿 한대 생산하는데 30분 정도 걸리며 하루 평균 4000~5000대의 태블릿을 생산한다.

 

태블릿을 생산하는 아이티 근로자들은 첨단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는데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한 근로자는 “처음에 태블릿을 만든다고 했더니 가족이나 친구 등 주변 사람들이 전혀 믿지 않았다”며 “메이드인 아이티 제품을 만든다는데 자랑스럽다”고 얘기했다. 이 회사의 임원인 패트릭 사그나는 “앞으로 태블릿 뿐 아니라 다양한 제품을 만들기를 원한다”며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아이티 개발자들과 같이 일하기를 바라는 샌프란시스코의  기업 관계자와도 접촉했다고 털어놨다.

 

아무튼 서인도제도의 빈국 아이티가 안드로이드 태블릿이라는 문명의 이기를 처음으로 만들었다는 소식은 가난을 탈출하는데 IT 기기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조만간 북한 개성공단을 시작으로 북한에서도 태블릿은 물론 각종 정보통신 제품이 생산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장길수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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