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이상훈 기자] 집안 곳곳을 진공청소기로 청소할 때, 큰 부피와 걸리적거리는 케이블은 아무리 개선돼도 여전히 불편하다. 이런 불편함을 없앤 제품이 바로 무선 진공청소기다.

 

무선 진공청소기는 탄생 초기에 흡입력이 약한데다 충전시간이 길고 사용시간이 짧아 메인 청소기가 아닌 유선 진공청소기와 함께 사용하는 보조 청소기로 이용돼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 성능을 대폭 개선한 프리미엄 무선청소기들이 잇달아 출시되면서 유선 진공청소기 시장을 위협할 정도가 됐다.

 

▲ 보관과 사용이 편리해 무선 진공청소기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흡입력이 일반 유선 진공청소기 수준으로 강력하고 충전시간이 짧으며 사용시간이 길어진 프리미엄 무선 진공청소기들은 가격이 상당히 비싸다. 그렇더라도 주부들은 보관이 쉽고 사용이 편리해 비싼 값을 지불하더라도 구매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그런데 이들 무선 진공청소기의 ‘유효기간’이 의외로 짧아 주의가 필요하다.

 

▲ 인기 무선 진공청소기의 제품 가격과 배터리 교체비용 비교. 실 구매 가격으로 계산하면 배터기 교체비용이 제품값의 절반이 넘는 경우도 있다.(다이슨 DC62는 모터헤드 컴플리트/소비자 내방 기준)

 

무선 진공청소기는 유선 청소기와 달리 대형 배터리가 탑재된다. 이 배터리는 소모성 제품이어서 충전 횟수가 늘어날수록 충전량이 감소돼, 1년 반~2년 정도 사용하면 사용시간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무선 진공청소기들의 연속 사용시간은 여전히 1시간 이내다. 대부분 30~40분 정도밖에 사용할 수 없다. 이 제품을 2년 정도 매일 사용한다면 사용시간은 더욱 줄어들게 돼 집안 전체를 청소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따라서 배터리를 추가로 구입하거나 교체해야 하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

 

▲ 18만 9000원에 판매되고 있는 일렉트로룩스 ZB5012 청소기의 배터리팩, ZE033(사진=일렉트로룩스)

 

 

무선 진공청소기 브랜드로 유명한 일렉트로룩스의 경우는 배터리 가격이 기기 가격의 약 40%에 달한다. 일렉트로룩스 울트라파워 플러스(ZB5012) 모델은 제품 가격이 46만 9000원인데 배터리 교체 비용은 18만 9000원이다. 해당 제품의 온라인 최저가격은 30만 원대 중후반이어서 실제 배터리 가격은 초기 구입비용의 절반을 넘게 된다.

 

▲ 소비자 가격이 46만 9000원인 일렉트로룩스 ZB5012(사진=일렉트로룩스)

 

보다 저렴한 '뉴 에르고라피도 2in1' 모델(ZB3006)도 사정은 비슷하다. 제품 가격은 23만 9000원이지만 해당 제품의 배터리 교체비용은 5만 8000원이다. 게다가 이 제품은 배터리 탈부착이 불가능해 AS 센터에서 공임비 1만 원을 추가로 지불해야 교체할 수 있다. 소비자 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해도 배터리 교체 비용이 초기 제품 가격의 30%에 육박한다.

 

▲ 공임비 포함 배터리 교체비용이 6만 8000원인 일렉트로룩스 ZB3006(사진=일렉트로룩스)

 

독일의 로벤타 청소기의 경우에도 배터리 교체비용이 제품 가격의 25%에 달한다. 로벤타의 2014년형 모델인 에어포스 진공 청소기(모델명 RH8462KO/RH8463KO)의 소비자 가격은 24만 9000원인데 배터리 교체비용은 공임비 포함 6만 5000원이다. 실 구매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배터리를 교체하는 데 초기 구입비용의 30%를 넘게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 배터리 교체비용이 6만 5000원인 로벤타의 에어포스 RH8462(사진=로벤타)

 

제품의 AS 기간은 1년이지만 소모성 제품인 브러시와 배터리의 AS 기간은 6개월이다. 배터리 자체가 불량이지 않는 한 6개월 내에 교체할 일은 거의 없으므로 제품을 분해해 배터리를 교체하는 공임비는 항시 포함되게 된다.

 

삼성전자의 무선 진공청소기인 VC-LSS93도 제품 가격은 19만 7000원인데 배터리 교체비용은 5만 4000원(배터리 가격 4만 6000원, AS 센터 내 공임비 8000원)이나 된다. 소비자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해도 배터리 교체비용이 소비자가격의 약 27%를, 인터넷 최저가 기준으로 계산할 경우 약 40%에 달하게 된다.

 

▲ 삼성전자의 VC-LSS93도 배터리 교체비용이 제품 값의 27%에 달한다.(사진=삼성전자)

 

영국 다이슨의 DC62 배터리 가격도 10만 원이 넘는다. DC62의 배터리 교체비용은 10만 8000원이며, 역시 구입 후 6개월이 지나면 공임비 1만 3000원이 추가된다. 만약 해당 제품을 AS 기사가 회수해 수리한 뒤 배송해 주는 서비스를 이용한다면 공임비와 운송비의 값은 3만원이 된다. 배터리 교체비용이 12만 1000원부터 13만 8000원이나 드는 셈이다.

 

아이러니하게도 DC62의 가격이 84만 8000원(모터헤드)~89만 8000원(모터헤드 컴플리트)으로 비싸 본체 구입비 대비 배터리 교체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은 13%로 낮다. 그렇지만 2년마다 배터리 교체비용을 들인다고 가정할 경우 결코 만만찮은 비용이 소요된다.

 

▲ 다이슨 DC62는 제품 회수&교체 서비스도 제공하지만 경우 배터리값 포함 13만 8000원의 비용이 지출된다.(사진=다이슨)

 

다이슨 관계자는 “무선 진공청소기의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어서 배터리 수명을 늘리고 흡입력을 강화하는 등의 기술개발이 지속되고 있다”며 “조만간 DC62의 배터리 가격을 10만 원 미만으로 낮출 수 있도록 해 소비자 부담을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관이 쉽고 사용이 편리한 무선 진공청소기. 유선 진공청소기와 비교하면 상당히 편리하지만 비싼 초기 구입비용 외에 배터리 교체비용까지 염두에 둔다면 ‘편리함'의 대가가 결코 작지 않으므로 구입 시 주의가 필요하다.  

 

이상훈 기자 hifidelit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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