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이 스스로 알아서 통신, 교감하는 사물인터넷(IoT)의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센서와 칩을 통해 서로 연결되고 누구의 지시 없이도 정보가 교환된다. 사물인터넷은 사회, 환경문제의 해결은 물론 기업들의 새로운 먹거리와 경쟁력 강화수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사물인터넷 시대로 접어들면서 우리의 일상생활에 어떠한 변화가 생기고,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지 집중 진단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IT조선 유진상 기자] 구글은 지난 1월 미국의 스마트 온도조절기 업체인 네스트랩을 32억 달러에 인수했다. 모바일용 저전력 프로세서 공급업체인 ARM은 사물인터넷 관련 SW 개발사인 센시노드를 사들였다. 일본의 네트워크 서비스 기업인 NEC는 미국의 네트워크 서비스 기업인 AT&T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으며, m2m 모듈 솔루션 기업 마에스트로는 에너지, 기계, 항공 글로벌 기업인 GE와 제휴했다. 얼핏 이해하기 어려운 기업간 합종연횡이 숨가쁘게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기업들간 M&A(인수합병)은 전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 시장을 둘러싼 기업들간의 소리없는 전쟁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다.

 

▲ 그림 =한국IBM

 

인터넷 1세대인 ‘초고속인터넷’, 2세대 ‘광대역, 모바일 인터넷’을 거쳐 이제 3세대 ‘사물인터넷’시대로 진화하면서 이 시장을 둘러싼 기업간 주도권 경쟁이 치열하다. 자동차를 비롯해 교통, 의료, 제조, 유통,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무수히 많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센서를 활용한 헬스케어, 스마트 가전, 보안, 웨어러블(착용형) 등 새로운 사업과 시장도 무수히 열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외 기업들이 잇따라 사물인터넷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전황수 ETRI 경제분석연구실 연구원은 “사물인터넷이 구축되면 무선 네트워크, 통신 모듈 및 센서, 스마트 단말 등의 기술발전 및 보급 확산으로 사물인터넷의 영향력은 전 산업 분야는 물론 일상생활까지 광범위하게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IT 비즈니스의 새로운 블루칩 ‘IoT’

 

IoT는 IT비즈니스의 새로운 블루칩으로 평가되고 있다. IoT로 사람과 사물, 공간, 데이터 등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연결돼 정보가 생성, 수집, 공유, 활용되면서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트너는 PC, 스마트폰, 태블릿PC를 제외한 사물인터넷 기기가 2009년 9억대에서 2020년 약 30배 증가한 260억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또 2030년까지 1조 9000억 달러(약 2000조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스코는 2012년 인터넷과 연결된 기기가 87억대에서 2020년 6배 증가해 500억 개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시스코는 향후 연결 확대 과정에서 모든 분야에 파괴적 혁신을 유발할 것이라며, 오는 2020년까지 사물인터넷은 전 세계 기업의 총이익을 21% 성장시키는 잠재력을 가진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또 오는 2022년까지 공공분야 4.6조 달러, 민간분야 14.4조 달러 등 총 19조 달러의 경제 효과 창출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 정부도 2013년 2조 3000억원 수준인 국내 시장 규모가 오는 2020년 30조원까지, 연평균 33.33%의 성장세를 보이며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최근 사물인터넷 기본 계획안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 2013년까지 공공부문에서 약 640억원을 투자해 80여개의 과제를 수행했으며 민간부문에서 약 1100억원을 투자해 100여개의 과제를 수행한 바 있다.

 

▲ IoT 적용분야(표=ETRI)

 

미래창조과학부는 올해 개별적 서비스 개발 및 보급 위주의 SI사업자 중심 폐쇄형 생태계를 벗어나 개방형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 생태계 조성 및 빅데이터 등 활용 산업 육성에 앞장 설 계획이다.  

 

세계 주요 국가들은 IoT 관련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EU는 IoT 정책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지난해 8월 ‘IoT의 역동적이고 신뢰도 높은 발전을 위한 정책 옵셥’을 제시했다. 중국은 센서네트워크 정보센터, 사물지능통신센터를 구축하고 IoT에 대한 다양한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i-Japan 2015전략을 앞세워 IoT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2025년까지 국가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혁신적인 파괴적 기술 중 하나로 IoT를 선정하고 3D프린팅과 반도체, 센서 등을 중심으로 제조업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김정삼 미래창조과학부 인터넷신산업팀 팀장은 “전세계적으로 사물인터넷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핵심, 원천기술 개발 및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며 “글로벌 기업들은 자사의 핵심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생태계 주도를 위해 경쟁 중이지만 아직은 지배적 사업자가 부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IoT 시장 선점이 중요한 이유는 IoT 시장의 플랫폼을 비롯해 기반기술이 되는 통신, 플랫폼 등을 선점하게 되면 여러 가지 유관 분야가 서로 영향을 주면서 표준과 관련된 기업의 복잡한 경제 네트워크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특허기술을 선점하게 되면 로열티 수입 뿐 아니라 시장에서의 독점력을 강화할 수 있다.

 

IoT 주도권 확보 위한 기업간 합종연횡 횡행

 

실제 네트워크 통신 분야에서는 시스코, AT&T,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이 통신 장비 및 회선, 플랫폼 사업을 통한 IoT 주도권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경쟁하거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제조/자동차 분야에서는 허니웰, 아우디, BMW, 현대기아자동차, 슈나이더일렉트로닉, 락웰오토메이션 등의 기업들이 플랜트, 공장/건물 자동화 및 자동차 IoT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 가전 반도체 분야에서는 삼성과 LG, 퀄컴 등이 IoT 관련 개발 협력을 추진하고 있으며 구글,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IBM 등의 인터넷, SW 관련 기업들은 자사의 인터넷 플랫폼을 기반으로 IoT 플랫폼 영역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라클은 IoT 전략으로 플랫폼을 제시하고 있다. 오라클이 보유한 수많은 소프트웨어와 기술을 그와 특화시켜 개발한 하드웨어를 서로 최적화시켜 공급하는 한편 클라우드 서비스를 병행해 솔루션과 서비스를 연결시킨다는 전략이다.

 

IBM은 ‘스마트 플래닛(Smart Planet)’ 혁신 프로젝트를 전개하고 있으며 시스코는 ‘스마트 커넥티드 커뮤니티(Smart Connected Communities)’라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특히 시스코는 러시아, 스페인, 일본, 중국, 독일 인도 등 세계 곳곳에 스마트시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인천 송도에 스마트시티 연구개발 센터인 GCoE를 구축해 관련 투자를 진행하고 한국 벤처기업들과 기술 개발 협력을 진행 중이다.

 

인텔은 IoT 전략으로 지능형 기기 사용과 엔드 투 엔드 분석 지원, 기존 디바이스의 클라우드 연결을 지원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HP는 사물인터넷 사업으로 ‘CeNSE(Central Nervous System for the Earth)’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통신3사 중심, IoT 서비스 모델 구축

 

우리나라는 10년전부터 RFID/USN을 시작으로 M2M 등 다양한 관련기술 개발과 시범사업을 전개했으나 세계시장을 선점할만한 동력은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이통사를 중심으로 단순 결제 서비스, 보안 서비스 등 초기 단계의 서비스에서 헬스케어 스마트팜 등의 최신 서비스로 단계적으로 상용화되고 있어 통신 3사에 대한 기대가 높다.

 

SK텔레콤은 에너지, 농업 영역에서 다양한 솔루션 개발과 서비스 상용을 추진하고 있으며, 빌딩에너지관리시스템(BEMS)과 공장에너지관리시스템(FEMS) 등을 서비스 하고 있다. KT는 자동차 텔레메틱스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LG유플러스는 전자태그(RFID) 기반의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이통3사는 현재 중소기업과의 협력모델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삼성전자와 LG전자,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KETI(전자부품연구원), TTA(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등은 한국, EU, 미국, 일본, 중국 등 7개 표준기관과 전세계 267개 기업들이 모여 설립된 oneM2M에 등록해 자동차, 의료, 홈가전, 전력 등 IoT 호환성 확보를 위해 공통플랫폼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다.

 

최재유 미래부 정보통신방송정책 실장은 “아직 우리나라 IoT 관련 기술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격차가 벌어져 있고, 전문인력의 부족으로 인해 시장 확산을 견인할 혁신적 서비스도 부재한 상황”이라며 “하지만 인적 자원 및 제조 부문의 역량으로 세계 시장을 선도할 잠재력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IT조선은 오는 5월 21일 오전 9시 30분부터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ICT 2014 플랫폼과 사물인터넷, 누가 시장을 리드할까!' 컨퍼런스를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전하진 새누리당 디지털정당위원장의 축사를 시작으로 이희성 인텔코리아, 백송훈 KT 상무, 김우용 SK텔레콤 팀장, 김동오 시스코 전무 등의 기조연설이 예정돼 있다.

 

유진상 기자 jinsa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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