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롱아일랜드 익스프레스웨이(고속도로)에서 약 65마일(105킬로)로 달리고 있었다. 뒤에서 달리던 차가 옆으로 빠져 나오더니 순식간에 추월해서 질러가는데 살짝 오르막길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엔진 소리가 전혀 나지 않고 조용하면서 가뿐하게 지나간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만 날 뿐이었다.

 

날렵한 스포츠카 모양의 처음 보는 것 같은 차종인데 무슨 차일까? 궁금해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익숙하지 않는 마크였다. T자가 돋보이는 테슬라였다. 일반 스포츠카 같았으면 당연히 거창한 엔진 소리가 들려야 하는 순간이었는데 바람 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서 신기할 뿐이었다.

 

▲ 테슬라(Tesla) 모델 S

 

테슬라 자동차는 엘론 머스크(Elon Musk)가 2003년에 세운 미국 회사이다. 남아공 출신인 엘론 머스크는 이미 12살 때 컴퓨터 게임 프로그램을 만들어 500달러에 판매했다고 한다. 대학(미국 펜실베니아대학)에서는 경제학과 물리학을 전공했는데, 당시 그는 토마스 에디슨과 니콜라 테슬라에게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노력파 과학자이자 사업가였던 에디슨, 그리고 에디슨을 능가한 천재과학자 테슬라. 회사 이름을 테슬라로 정한 것을 보면, 그는 에디슨의 그림자로 인해 초라하게 생을 마감한 테슬라에게 더 마음이 갔던 것 같다.

 

71년생인 엘론 머스크는 10여 년 전 인터넷결제회사 페이팔(PayPal)을 만들어 이베이(eBay)에 15억 달러(약 1조7,000억 원)에 매각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페이팔을 이베이에 매각하던 2002년 그 해 스페이스엑스(SpaceX)라는 회사를 세웠는데 우주공학을 독학을 통해 공부했다. 회사를 세운지 10년이 지난 2012년 5월, 세계 최초로 상업용 우주선 ‘드래곤’ 발사를 성공시키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의 꿈은 10년 내 일반인들이 화성을 여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2003년에는 테슬라 자동차를 설립했다.

 

테슬라 자동차는 개솔린 없이 한 번 충전으로 400Km 이상을 운행할 수 있는 ‘럭셔리’ 전기차를 만드는 회사이다. 주행거리 100㎞ 안팎의 값 싼 ‘도심형 세컨드카’ 콘셉트의 소형 전기차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는 기존 자동차 업체들과는 차별화해 신기술을 선호하는 재력 있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차를 만들기 시작했다. 전기차 답지 않은 강력한 성능과 긴 주행거리가 그 트레이드 마크다. 언제 멈출지 모르는 부실한 전동 카트를 떠올리는 기존 전기차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깬 것이다.

 

모델S는 최고 속도가 시속 209km에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97km(60mph)에 도달하는 시간도 4.2초밖에 걸리지 않는 럭셔리 스포츠카의 성능을 자랑한다. 한 번의 충전으로 426Km를 갈 수 있으니 서울에서 부산까지 별도의 충전 없이 한 번에 갈 수 있다.

 

가장 기본적인 옵션만 장착된 테슬라S가 약 7만 달러인 것을 생각하면 테슬라의 가격 또한 럭셔리카, 그것도 가격이 높은 럭셔리카에 속한다. 후륜구동 고급형 세단인 모델S는 총 3가지 트림이 있으며 가장 큰 차이점은 항속거리 즉 배터리 용량 차이와 가속시간 및 마력의 차이다.

 

60KWH 배터리: 항속거리 약 335km, 302마력, 69,900달러

85KWH 배터리: 항속거리 약 426Km, 362마력, 79,900달러

85KWH 퍼포먼스 배터리: 항속거리 약 426km, 416마력, 93,400달러

(주행속도 평균 55MPH(약 90km/H) 기준, 히터나 에어컨 미사용시)

 

놀랍게도 BMW에서 가장 빠른 세단이라는 콘셉트로 내놓은 M5를 실 성능으로 압도했는데, 더 놀라운 것은 전기차에 대해 깐깐하기로 유명한 컨슈머리포트에서 100점 만점에 99점을 받은 것이다(이전에 닛산과 GM의 전기차는 각각 69점과 68점을 받은 바 있다.) 모델S의 판매호조로 테슬라 자동차는 창사 이후 계속되던 적자를 흑자로 돌릴 수 있었으며, 덕분에 주가가 3배나 뛰게 되었다. (2010년 자동차회사로는 1950년대 포드 이후 처음으로 뉴욕증시에 상장됐다.)

 

▲ 테슬라 모델S의 가정용 충전기를 사용한 충전 모습

 

영화 ‘아이언맨(Iron Man)’에서 주인공인 거부이자 천재과학자, 토니 스타크(Tony Stark) 역을 맡은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Robert Downey, Jr.)는 엘론 머스크를 ‘르네상스형 인간’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엘론 머스크는 존 패브로(Jon Favreau) 감독의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의 실제 모델이었다. 따라서 미국 언론에서는 테슬라 자동차를 아이언맨이 만든 자동차로 표현하기도 한다.

 

▲ 파나소닉이 제작한 테슬라 18650 배터리팩

 

테슬라 자동차는 배터리 기술에서도 독보적이다. 테슬라가 미국 남서부에 엄청난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지을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일명 '기가팩토리'이다. 2013년도 전 세계 자동차용 배터리 생산량만큼을 2020년에는 테슬라가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를 통해 테슬라 3세대 전기 차량의 생산량은 증가시키는 한편 가격은 낮춘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투자자들에게서 순식간에 160억 달러를 끌어 모았다. 모델 S의 배터리 제공업체인 일본 파나소닉도 10억 달러 가까이 투자했고, 애리조나, 뉴멕시코, 네바다, 텍사스 주 등지에서 '기가팩토리' 건설부지를 찾고 있는 중이다. 다 망해 가던 파나소닉이 테슬라 모터스의 배터리 대량구매 때문에 다시 살아나고 있기도 하다.

 

전기차의 성능과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는 배터리다. 전기차 기술의 모든 것이 배터리에 집약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전기차의 구조 자체는 아주 간단하기 때문에 업체의 우열을 가릴 수 있는 것은 사실상 배터리뿐이다.

 

테슬라 모델S 하단에는 543kg에 달하는 리튬이온배터리 팩이 깔려 있다. 그런데 테슬라는 고용량의 아주 평범한 배터리를 사용한다. 특별한 비밀 배터리를 숨겨둔 게 아니다. 모델S에 장착된 것은 1970년대 발명된 18650 배터리다. 직경이 18mm, 길이가 650mm인 원통 모양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으로, 노트북 등 소형 전자 제품에 많이 사용되는 범용 제품이다. 18650 배터리는 가장 저렴하고 안정성이 뛰어난 배터리이고 대부분 전기차 업체가 고용량 폴리머형을 채택했지만 테슬라는 18650 배터리의 잠재력에 주목했다고 한다.

 

모델S 배터리 팩에는 원통형 18650 배터리 6,000개 이상이 병렬과 직렬 방식으로 복잡하게 연결돼 있다. 여기서 400km가 넘는 주행거리가 나온다. 6,000개가 넘는 배터리는 재료의 특성상 저마다 용량과 온도가 다르다. 이들의 안전성과 일치성을 유지하는 완벽한 전자 모니터링과 제어 시스템이 핵심이다. 테슬라 배터리 팩에는 혁신적인 냉각시스템도 장착되어 있어서 수 많은 센서가 충돌이나 화재가 발생할 경우를 감지해 1,000분의 1초 내에 배터리 연결을 자동으로 분리시킨다. 최근 몇 년 간 3번 정도 테슬라 자동차의 화재 사건으로 인해 언론들이 물고 늘어져서 곤욕을 치뤘는데 3번 중 2번의 화재는 충격에 의한 화재, 즉 교통사고로 인한 화재였다. 개솔린 차량의 화재율에 비하면 거의 0%에 가까운 화재율로 볼 수 있다.

 

차량 내부는 17인치 대형 터치스크린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내비게이션과 오디오, 차량 통제, 인터넷 검색까지 가능하다. 차량 서스펜션과 선루프 조작도 터치 한 번으로 가능하다. 전기차는 구조가 단순하다 보니 내부공간에 여유가 있다. 트렁크에는 어린이용 좌석을 추가로 설치할 수 있고 기존 자동차에선 엔진이 버티고 있어야 할 자리인 전면 본넷에도 트렁크가 자리 잡고 있다.

 

▲ 어린이용 좌석과 트렁크 겸용인 후미

▲ 17인치 대형스크린이 눈에 띄는 운전석

 

승차감은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나 BMW 7 시리즈와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묵직한 차량이 총알처럼 튀어나간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97km(60mph)에 도달하는 시간이 4.2초 밖에 걸리지 않을 정도이니 웬만한 잘 나가는 스포츠카와도 비교가 가능하다. 이런 성능에도 매연은 고사하고 냄새도 전혀 풍기지 않고 조용하기까지 하니 상당히 매력이 있는 차다.

 

차 가격은 테슬라 모델S가 8만 달러대, 벤츠 S클래스가 9만 달러대, BMW 750 시리즈가 8만 달러 대로 비슷하다. 하지만 벤츠와 BMW는 매년 연료비로 최소한 3,000달러 이상, 유지비로 3,000달러 이상이 들어가지만 모델S는 그런 비용이 필요 없다. 충전에 들어가는 전기료를 환산하면 1년에 약 650달러 정도로 다른 동급의 럭셔리카에 비하면 유지비가 10분의 1정도 밖에 들지 않는 셈이다.

 

최근 테슬라 CEO 엘론 머스크와 애플 CEO 팀 쿡이 만나 인수합병(M&A) 문제를 논의한 것이 화제가 되었던 바 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San Francisco Chronicle)에 따르면 지난 2월 16일 아드리안 페리카 애플 인수합병(M&A) 책임자가 지난 해 4월 테슬라 CEO를 만난데 이어 두 회사 CEO가 만났다고 보도했다. 보도는 아직 애플과 테슬라 간의 메가빅딜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실리콘 밸리에서 이 같은 CEO간 회동은 애플이 전기자동차회사 테슬라 인수에 매우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애플이 테슬라 전체를 인수합병할 것이라는 소문의 진위 여부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지만 애플이 테슬라의 주요한 향후 프로젝트를 사려고 할 가능성은 높다. 아직 애플이 테슬라의 어떤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나인투파이브맥(9to5mac)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의 보도에 대해 애플이 테슬라의 리튬이온 전지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테슬라 자동차는 기존 자동차 회사들이 미래의 자동차 산업이 가야할 길이라고 정해 놓은 길을 아주 짧은 기간 안에 완성하며 독보적인 회사로 등극했다. 이런 전기차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소비자들의 요구 부분을 대부분 수용하고 완성했다. 조만간 미국 내 배터리 공장이 완공되고 이로 인해 수율이 증가하고 가격이 내려가서 차 가격이 내려간다면 미국 내 개솔린 차량의 수요는 현저하게 줄어들 것이다.

 

 

 

    

뉴욕(미국)=이상준 통신원 director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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