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습기 시장은 올해 200만대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비슷하게 수요가 급증한 공기청정기 시장은 100만대 정도로 추정된다.

 

이들 두 제품이 뜨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환경 변화가 크다. 전문가들은 제습기와 공기청정기 시장이 합쳐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제습과 공기청정 기능을 결합한 복합형이 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코웨이가 선보인 APD-0514B는 ‘하이브리드 트렌드’를 잘 보여주는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코웨이 APD-0514B는 공기청정과 제습 기능을 한데 묶어 제습청정기를 표방하는 2in1 제품이다. 여느 제습기에선 보기 어려운 4중 필터와 별도 살균필터까지 선택 가능하다. 다만 집중모드 같은 고급형 제습기에 있는 기능은 없다.

 

 

 

튼실한 공기청정 기능

 

코웨이 측은 이 제품을 제습청정기라고 부른다. 사실 요즘 나온 제습기를 보면 차별화 포인트가 딱히 없다.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곳처럼 아예 인버터를 내세우는 ‘기능적 차별화’를 할 수 있는 곳이 몇 안 되는 것도 이유가 된다. APD-0514B는 이런 점에선 방향성은 물론 차별화도 제품 성능을 떠나 일단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제품을 보면 확실히 제습기보다는 어떤 점에선 공기청정기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 보통 제습기가 “우리도 공기청정이 된다”고 말해봐야 실제로는 프리필터 하나 달랑 붙여놓은 곳이 많다. 하지만 프리필터 정도로 미세먼지를 걸러내는 건 어렵다.

 

APD-0514B는 여느 공기청정기와 마찬가지로 4가지에 이르는 필터를 갖추고 있다. 이 제품 안에는 극세사망을 곁들인 프리필터와 천연 항균 필터, 탈취 필터, 항바이러스 헤파필터까지 필터 4종 세트가 담겨 있다. 코웨이 설명에 따르면 미세먼지와 곰팡이균을 비롯한 온갖 세균 같은 유해물질을 99.9% 잡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 극세사망을 곁들인 프리필터와 천연 항균 필터

 

 

본체 상단 뒤쪽에는 능동살균필터 기능도 제공한다. 이곳에 천연살균물질인 테르펜 필터를 끼우면 부유세균이나 바이러스 등 실내 공기에서 유해한 미생물을 없애준다는 것이다. 이 필터는 따로 구입해야 하는 선택 사항이지만 공기 청정을 위한 기능 자체는 튼실하다고 할 수 있다.

 

 

▲ 능동살균필터 기능을 이용할 수도 있다

 

 

본체 구성 자체도 공기청정효과나 상태를 잘 알려줄 수 있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그립감 좋게 만든 손잡이 부위 아래쪽에는 조명이 자리잡고 있다. 말 그대로 무드 조명으로 쓸 수 있지만 공기청정 상태를 색상으로 알려주는 기능적 역할도 한다. 공기 상태에 따라 나빠질수록 파란색, 보라색, 빨간색 식으로 표현해주는 것이다.

 

본체 옆면에는 이런 오염 상태 측정을 위한 오염감지센서 부위가 있다. 다만 제조사에 따르면 2개월에 한 번 정도씩은 오염감지센서 쪽을 청소해줘야 한다. 당연하지만 필터 쪽도 마찬가지다. 공기청정기 기능을 함께 갖추고 있는 만큼 1년 내내 계절이나 환경에 따라 때론 제습, 때론 공기 청정기로 쓸 수 있지만 당연히 그만큼 관리할 때의 번거로움은 있다는 얘기다.

 

 

▲ 본체 옆면에는 오염 상태 측정을 위한 오염감지센서가 자리 잡고 있다

 

 

토출구와 버튼조작부는 여느 제습기와 마찬가지로 본체 상단에 자리 잡고 있다. 토출구 부위 쪽에 따로 먼지 유입 등을 막는 덮개 같은 건 없다. 기능을 보면 모드는 청정, 제습, 의류건조 3가지 가운데 고를 수 있다.

 

습도는 40∼80% 사이에서 설정 가능하다. 위쪽에 LED로 선택 상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풍량은 3단계와 자동을 더해 4가지 가운데 고를 수 있다. 제습기나 공기청정기 모두에게 필수격인 예약기능은 1, 4, 8시간 3가지 가운데 선택 가능하다.

 

다만 예약시간은 시간 단위로 설정하게 했더라면 좋을 뻔했다. 그 밖에 무드 조명을 켜거나 끄는 기능 외에 내부 건조, 성에 제거, 물 비움 상태를 알려주는 LED가 있다.

 

▲ 버튼 조작부에는 버튼 5개로 모든 기능을 조작할 수 있도록 했다.

 

 

버튼 자체가 복잡할 건 없고 다루기 어려운 것도 별로 없긴 하다. 다만 LCD창 같은 걸 통해 제품 상태를 더 속 시원히 알려주는 건 아니고 공기 청정과 제습 기능을 다 지원하다 보니 기능 하나당 버튼이 있는 여느 제습기보다는 복잡한 것도 있다.

 

예를 들어 오염감지센서 감도도 따로 조절할 수 있지만 모드와 풍량 버튼을 동시에 3초 이상 눌러서 조절하는 식이다. 설명서 없이 기능을 조작할 수 있는 형태가 가정에선 가장 이상적이다. 이 점에서 본다면 100% 직관적이라고 평하기는 어렵다.

 

앞서 설명했듯 본체 위쪽에는 큼지막한 손잡이를 달았고 바닥에는 바퀴를 곁들였다. 바퀴는 시원스럽게 잘 굴러가고 손잡이도 그립감이 좋다. 다만 본체 덩치가 워낙 크다 보니 공간 활용도가 떨어질 수 있겠다는 걱정이 들 수 있다. 무게는 15kg으로 사실 다른 제습기와 견줘 그렇게 무거운 게 아니지만 제습용량이나 크기 등을 감안하면 상당히 크고 무겁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 본체 윗면에는 큼지막하게 손잡이를 배치했다.

 

▲ 본체 아래쪽에는 바퀴를 달았다. 어느 방향으로나 쉽게 밀 수 있도록 했다.

 

▲ 보통 요즘 제습기는 이동이 잦다는 점을 감안해 전원 코드 감는 기능을 제공한다.

 

 

애매한 제습 기능

 

APD-0514B는 2가지 기능을 결합했지만 굳이 따지자면 공기청정기 쪽에서 제습 기능을 결합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제습 기능은 뭔가 애매하다. 이 제품의 제습 용량은 8리터다. 이 정도 덩치(390×614×330mm)를 가진 경쟁사 제품이면 15리터급은 된다.

 

보통 제습기는 제습 가능한 면적을 필수적으로 표기하지는 않는다. 대신 일일 제습용량으로 대신한다. 이를 두고 어느 정도 면적인지에 대해 따진다. 이 제품은 공기청정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CA 인증도 받았다. CA 인증을 받으면 평형에 대한 표기가 있다.

 

표기에는 CA 인증 정격전용면적은 18.5m2, 평수로는 5.5평 정도다. 제습용량 15리터짜리 제습기가 지원하는 공간은 20평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10평 정도까지 볼 수 있다. 덩치는 헤비급인데 커버할 수 있는 공간은 넓지 않은 건 분명하다.

 

물통은 넉넉한 편이다. 다만 사양 표에 적혀 있는 건 5리터다. 다만 만수 용량은 4리터라고 표기되어 있다. 보통 용량이라는 게 만수 용량이 기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냥 4리터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연속 배수도 지원하는데 덮개만 빼내면 바로 배수용 호스를 연결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여느 제습기와 마찬가지로 호스는 따로 구입해야 한다. 물통에는 손잡이를 달았고 덮개는 연성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고 착탈이 가능하도록 해서 청소가 쉽다. 물통 앞쪽에는 투명 수위표시 창을 배치해 육안으로 물이 차는 상태를 볼 수 있도록 했다.

 

 

▲ 물통 용량은 5리터. 다만 만수 용량은 4리터다

 

 

▲ 연속 배수 기능은 뚜껑만 열면 배수용 호스를 연결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 물통 앞쪽에는 투명한 수위표시 창을 배치해 육안으로 물이 차는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제품은 공기청정기 DNA가 강한 만큼 제습기 기능에선 부족한 것이 많다. 의류건조기능도 갖췄으나 모드만 존재하는 형태다. 집중건조모드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다.

 

이 정도 가격에 이 정도 크기면 제습기에 요구할 만한 기능은 웬만하면 다 있어야 할 것 같지만 그냥 일반 제습 기능만 딱 갖췄다는 얘기다. 저가형 모델이면 사실 이런 것도 흠이 안 되지만 이 정도 제품이면 바랄만한 기능이 빠진 셈이다.

 

 

전력소비량·소음 수준은 쓸만해

 

APD-0514B는 에너지소비효율등급 1등급 제품이다. 물론 요즘 나온 제습기는 저가형 일부를 빼곤 대부분 1등급이다. 어느 정도일까? 전력 측정계를 이용해서 재봤다. 1시간 연속 재생한 상태에서 공기 청정과 연속 제습 2가지의 소비전력을 측정했다.

 

결과를 보면 당연히 공기청정은 전력을 얼마 안 쓴다. 소비전력은 4.3W를 썼다. 가정 내 평균 전기요금을 301∼400kW당 요금 280.6원으로 계산해 1개월 요금을 산출해보면 3227원에 불과하다. 그냥 쭉 틀어놔도 부담 하나 없는 가격이다. 물론 공기청정이라도 3단계로 돌리면 15∼16W까지 소비전력은 올라간다.

 

다음은 제습. 연속제습을 같은 기준으로 측정해보면 제습 환경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159.8W가 나온다. 물론 이건 가장 강한 모드를 기준으로 말하는 것이다. 풍속을 1단계로 놓고 테스트해보면 소비전력은 6.8W, 월간 예상 소비 요금은 1571원 정도가 나온다. 물론 전력소비량은 제습 상태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지만 같은 환경에서 비교해본 다른 제습기와 견주면 적어도 정속형 가운데에선 수준급인 건 분명하다.

 

다음은 소음을 재봤다. 공기청정과 생활제습을 위주로 거실이나 방안에서 사계절 활용하는 제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소음 정도는 쾌적함의 잣대다.

 

소음은 실내 소음 44.5dB 상태에서 1분 간격으로 재봤다. 제습을 보면 가장 약한 1단계는 58.2dB로 양호한 편이다. 보통 정속형 제습기가 55∼58dB 사이라고 보면 비교하기 쉬울 듯하다. 3단계 역시 60.9dB. 가장 강한 모드를 이용하면 제습기 소음은 60∼70dB 사이까지 올라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괜찮다. 물론 인버터 제습기는 뺀 정속형 만을 기준으로 봤을 때의 얘기다.

 

공기청정 모드를 이용할 때에는 1단계는 46.7dB. 거의 소음이 없다고 보면 될 수준이다. 하지만 3단계로 가면 상황이 급반전 된다. 75.1dB까지 소음 수치가 치솟아 오히려 제습 상태보다 더 소음이 난다. 하지만 제습과 평소 주로 이용하는 모드를 기준으로 본다면 소음 상태는 양호한 편이다.


제품명

실내소음(단위 dB)

제품 측정 모드

테스트(10회, 1분 간격)

측정값(최대, 최소값 배제 평균값)

1회

2회

3회

4회

5회

6회

7회

8회

9회

10회

코웨이 APD-0514B

44.5

공기청정(1단계)

46.7

46.7

46.7

46.7

46.7

46.7

46.7

46.7

46.7

46.7

46.7

공기청정(3단계)

75.7

74.6

75.4

74.9

75.7

75.7

75.3

73.8

73.1

75.7

75.1375

제습(1단계)

58.3

57.9

57.9

57.7

58.6

58.1

57.9

58.3

58.9

59

58.2375

제습(3단계)

61.5

60.9

60.7

61.3

60.6

60.7

60.8

60.6

61.4

61.4

60.975

 

앞서 이 제품이 제습기보다는 공기청정기 DNA가 더 많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제품은 짜장면과 짬뽕을 놓고 고민할 필요 없는 짬짜면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전문 공기청정기나 제습기와 견주면 조금씩 아쉬움이 남는 부분을 감수할 수 있는 이유다. 활용도에 따라서는 애매할 수도 있으며 반대로 아주 매력적일 수도 있는 제품이다.

 

생활 제습, 공기 청정 쪽에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다만 가격은 조금 부담스럽다. 인터넷 최저가 기준으로 52만 800원(다나와 5월 21일자)이다. 물론 코웨이의 특기인 ‘렌탈’로 빌려쓰는 방법도 있다.

 

테크니컬라이터 이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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