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박상훈 기자] 의료 시장의 패러다임이 진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의료 분야에 IT 기술이 활발하게 융복합되면서 질병 진단 방법이 눈에 띄게 개선됐고 통신과 네트워크의 발달은 환자와 병원, 병원과 병원을 연결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의료서비스가 가능한 수준까지 도달했다.

 

사실 IT와 의료의 만남은 최근의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이미 대부분의 병원이 전자의무기록시스템(EMR), 처방전달시스템(OCS),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 등을 사용해 왔다. 기존에는 데이터의 저장과 전송 등의 역할을 주로 담당했다면 이제는 상담, 관리에서부터 물리적인 수술까지 의료영역 전반으로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것이 차이점이다.

 

3D프린터, 의료 ‘혁명’의 바람을 일으키다

 

의료와 IT 결합의 대표적인 사례라면 3D프린터다. 이미 대부분의 인공치아, 인공 뼈, 인공 관절 등의 보형물은 3D프린터를 이용해 만들어진다. 최근에는 성형외과에서 특히 각광받고 있는데 안면윤곽술, 양악수술, 이마성형 등 매우 높은 수준의 안전과 정교함을 요구하는 수술에 많이 쓰인다.

 

예를 들어 3D프린터를 통해 환자 개인의 얼굴뼈를 실제 크기의 모형으로 미리 제작해 수술 부위 뼈의 모양과 크기, 굴곡 심지어 주변 신경 구멍까지 미리 확인해 정밀한 수술 계획을 세우는 식이다. 이 때문에 3D프린터가 성형수술에 접목되면서 재수술 비율이 크게 줄었다는 분석도 있다.

 

▲ 3D프린터를 이용한 수술(사진=호주 SKY NEWS 방송캡처)

 

지난 2002년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의대 성형외과에서는 100시간 가까이 걸리는 샴쌍둥이 분리수술을 22시간 만에 성공적으로 마친 사례가 있다. 이 수술 역시 3D프린터가 일등공신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3D프린터의 가치를 증명한 바 있다.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카톡상담'부터 ‘화상상담’까지

 

일부 병원들은 환자 상담에 IT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 전문점인 닥터폴은 영양제 선택시 다양한 방법으로 의사와 ‘직접’ 상담할 수 있다. 보통 영양제 상표나 성분만으로 선택했다면 이런 상담을 통해 개인 맞춤형 제품 선택이 가능해진다.

 

상담방법도 다양하다. 병원에 직접 방문을 해야 의사와의 상담이 가능했던 예전과는 달리 카카오톡 메신저 상담, 스카이프 화상상담 등 이미 우리 생활에 친숙해 있는 온라인 의사소통 수단이 의사와 상담자를 연결해주는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 카카오톡을 이용한 원격상담 사례 (사진=닥터폴)

 

송재철 닥터폴 박사는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고 흔히 쓰는 IT를 활용해 상담을 원하는 이들과의 접근성을 높였다”며 “20~30대 젊은 층에서 반응이 좋고 특히 상담시 개인신상을 밝히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크게 선호한다”고 말했다. 원격진료나 헬스케어가 확산될수록 시간과 장소의 제한없이 환자와 의사간의 더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로봇 수술, 로봇'손'은 위대했다

 

로봇수술은 국내에서 2005년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승인을 받고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으로 등재됐다. 이후 비뇨기과, 외과, 산부인과, 흉부외과 심지어 피부과 모발이식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로봇수술의 장점은 개복수술에 비해 감염 위험이 낮고 국소부위를 절개해 환자의 고통과 출혈이 적다. 또한 회복속도가 빠르고 수술 후 흉터가 작은 것도 특징이다.

 

대표적인 수술 로봇은 ‘다빈치(da Vinci)’이다. 다빈치 로봇은 1980년대 말 미국 육군 납품용으로 개발됐는데, 당시 스탠포드 연구소와 전쟁터를 연결한 원격수술 지원 시스템이 개발돼 상용화 가능성으로 주목받았다. 이후 1995년 임상 적용 가능성을 시험하기 위해 미국 인튜이티브 서지컬 회사가 설립됐다. 이 회사는 1999년 1월 다빈치 시스템을 출시했고, 2000년 로봇수술 시스템으로는 처음으로 FDA 승인을 받았다.

 

▲ 로봇을 이용한 수술 장면 (사진=영남대의료원)

 

현재 다빈치로봇은 전 세계에 2966대가 판매됐고, 국내에는 34개 병원, 44대가 설치돼 있다. 국내 수술로봇 시장을 이끌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2007년 미국의 관절수술 로봇인 '로보닥'을 인수한 큐렉소가 있다. 로봇수술 비용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 계속되는 가운데, 건강보험 급여화 논의가 이르면 오는 2015년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진료비 환불 예측서비스, 더이상 ‘진료비 바가지’는 없다

 

어느 병원을 가더라도 각 질병에 대한 진료비용이 적혀 있는 곳은 없다. 따라서 의료소비자는 각기 다른 병원에서 동일한 의료서비스를 받은 후 서로 다른 가격을 제시 받더라도 궁금증만 자아낼 뿐 마땅히 하소연할 방법이 없었다.

 

이러한 진료비 과다청구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은 '진료비 환불 예측 서비스'를 시행했다. 이 서비스는 심평원 홈페이지나 앱으로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어 IT가 의료서비스와 접목된 또다른 사례로 볼 수 있다.

 

▲ 진료비 환불 예측 서비스 화면 (사진=심평원 앱)

 

‘진료비 환불 예측 서비스’는 환자들이 진료비 환불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 서비스를 통해 환불 가능 여부를 확인한 후 환불이 예측되는 경우 진료비 확인 요청을 접수하면 된다. 심평원은 ‘진료비 환불 예측 서비스’를 오는 2015년까지 단계별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모바일 헬스케어, 스마트폰 속 똑똑한 개인 주치의

 

스마트폰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모바일 헬스케어’ 산업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모바일 헬스케어’는 모바일 기기와 의료정보시스템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시간과 공간의 제한없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신성장산업분야다. 현재 전 세계에서 4만 개 이상의 모바일 헬스케어 앱이 출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식약청에 따르면 매월 1000개의 스마트폰용 의료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 개발돼 판매되고 있으며, 2015년까지 전 세계 5억 명의 스마트폰 사용자가 의료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약전문 조사기관인 IMS 헬스는 글로벌 모바일 헬스케어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해 2017년에 260억 달러(약 28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 고혈압 당뇨병 자가 관리 앱 (사진=Q케어)

 

저렴한 가격과 편리한 휴대성, 기존에 구축돼있는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마트폰이 허브가 돼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들이 연계되는 형태로 시장이 비약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많은 앱들이 실제 환자의 질병을 직접 치료해 줄 순 없다. 질병에 대한 예방과 관리, 진단, 병원·주치의 검색, 처방전 보관, 각종 건강정보 등을 제공할 뿐이다. 따라서 모바일 헬스케어는 '치료'가 아닌 '관리'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박상훈 기자 nanugi@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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