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애플은 과연 어떤 방식의 무선충전 표준을 채택할까?

 

최근 스타벅스가 자사 매장에서 자기유도방식 ‘PMA(Power Matters Alliance)’ 무선충전 표준을 채택키로 함에 따라 향후 전개될 무선충전 표준 전쟁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현재 무선충전 표준을 놓고 자기유도방식인 ‘WPC(Wireless Power Consortiums)’와 PMA, 그리고 자기공명방식인 ‘A4WP(Alliance for Wireless Power)’가 경합하고 있는데, 스마트폰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어느 쪽에 서느냐에 따라 무선충전 시장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16일(현지시간) IT매체인 컴퓨터월드는 두 헤비급 스마트폰 사업자인 삼성전자와 애플이 아직 무선충전 시장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지 않았다며 두 업체가 향후 어느 쪽에 서느냐에 따라 무선충전 표준의 전체적인 방향성이 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컴퓨터월드는 애플이 3가지 표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기보다는 독자적인 무선충전 방식을 채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과 애플이 무선충전 시장에서 중요한 이유는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막강한 존재감 때문이다.

 

‘라이언 샌더슨’ IHS 분석가은 지난 2013년 글로벌 휴대폰 및 태블릿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이 28%선에 달했으며 오는 2018년이면 31%선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애플은 2013년 13%에서 2018년 14%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삼성과 애플 모두 중요하지만 훨씬 높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무선충전 표준의 향배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일단 스타벅스가 PMA 무선표준을 채택하면서 PMA 진영이 상당히 고무된 것임에는 분명하다. 스타벅스에 이어 현재 맥도날드도 PMA방식 무선충전 표준을 테스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조사업체인 IHS 에 따르면 스타벅스 매장에 PMA 무선충전기가 설치된다면 미국 전역 8000개 매장에 10만대의 PMA 무선충전기가 보급될 것으로 예상됐다.

 

스타벅스나 맥도널드가 무선충전 시장에서 의미를 갖는 이유는 일반인들이 공공장소에서 무선충전 사용을 많이 희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나 맥도널드에서 와이파이를 쓰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IHS 조사 결과 응답자의 80%가 공공 장소에서의 무선충전 사용을 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벅스의 PMA 표준 채택으로 PMA 표준을 지원하는 제조업체들의 분위기는 한껏 고조되고 있다. PMA 회원사인 일본 교세라는 지난 5월 스프린트와 ‘버진 모바일’을 통해 미국 시장에 PMA를 내장한 저가 스마트폰 ‘하이드로 바이브’를 내놓았다. PMA 진영 가운데선 가장 빠르다. 교세라측은 16일(현지시간) “미국 시장에 처음으로 PMA 지원 단말기를 내놓은 것이 자랑스럽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교세라는 이달 18일 이동통신사업자인 ‘부스트 모바일’을 통해 PMA와 WPC의 ‘치(Qi)’를 지원하는 ‘하이드로’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AT&T는 삼성전자 갤럭시 S5용 PMA업그레이드 제품을 내놓았고, ‘듀라셀파워매트’는 애플 아이폰용 애드온 케이스를 선보였다. 듀라셀파워매트는 PMA 회원사이자 스타벅스 무선충전 협력업체이기도 하다.

 

PMA 진영이 관심을 끌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오픈네트워크 API에 있다. 오픈 네트워크 API는 네트워크 서비스 관리를 위해 필요한 기능인데, 이를 활용하면 무선충전기 이용 고객의 확인이나 이용 패턴의 분석이 가능하다고 한다. 미래 성장 가능성과 유연성이 뛰어난 것이다. 가령 스타벅스 같은 카페 전문점 입장에선 무선충전 고객의 사용 패턴을 분석해 타깃 광고가 가능하다는 것. 올들어 PMA와 A4WP가 협력키로 한 것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양 단체는 각자 표준을 그대로 인정하되 상호 기술을 공유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각각 PMA와 A4WP를 지원하는 단말기를 보유하고 있는 사용자들은 표준에 상관없이 다른 방식의 무선충전기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WPC 진영도 만만치 않다. 그간의 실적만 놓고 보면 WPC 표준인 ‘치(Qi)’의 압승이다.  그동안 보급된 무선충전 지원 단말기 대부분이 ‘치’를 지원하기 때문이다. 현재 무선충전을 지원하는 단말기가 전 세계적으로 2000만대 가량 보급됐는데, 거의 대부분 ‘치’를 지원한다. 구글의 ‘넥서스4’와 5 스마트폰, ‘넥세스 7’ 태블릿, 노키나의 ‘루미나’ 스마트폰이 모두 ‘치’를 채택했다. 하지만 이들 디바이스들은 ‘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스타벅스 매장에서 앞으로 무선충전 서비스를 받을 수 없게 된다. 호환되지 않기 때문이다.

 

WPC는 무선충전 표준 단체 가운데선 가장 많은 회원사를 거느리고 있다. 회원사가 200개를 넘는다. LG전자, 소니, 버라이즌 와이어리스, 노키아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비해 PMA 회원사는 72개에 불과하다. A4WP는 100개의 회원사를 갖고 있다. 삼성전자, 퀄컴, 인텔, 브로드컴, LG전자, 샌디스크, TDK, TI, 하이얼 등 굵직한 업체들이 포진해 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갤럭시5에 A4WP를 지원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아직은 지원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3개 무선충전 표준단체에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일부 모델에 PMA를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향후 어떤 쪽으로 가닥을 잡아갈 지는 미지수다. 다만 삼성이 그동안 A4WP의 막강한 지원세력 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A4WP를 무시하기는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애플은 무슨 표준을 채택할까? 현재 애플은 3개 표준단체 어느 곳에도 가입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애플이 특정 무선충전 표준에 손을 들어주기보다는 독자적인 무선충전 방식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물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힘들다. 그동안 업계에선 애플이 차세대 아이폰인 ‘아이폰6’에 무선충전 기능을 탑재할 것이란 소문이 돌았다. 올 하반기 애플이 내놓은 아이폰6에 과연 무선충전 기능을 탑재할 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다만 무선충전 방식은 많은 응원군을 거느리고 있어야 한다. 애플이 독자적인 무선충전 기술을 채택하려면 충분한 사전 정지 작업이 필요하다.

 

물론 여러 표준을 지원하는 제품도 내놓을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러 표준을 지원할 경우 결국 원가 상승 요인이 될 것이기 때문에 업체 입장에선 위험 부담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장길수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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