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박상훈 기자] 최근 국내 데이터 기업이 활발하게 해외 진출을 시도하고 있지만 현지화와 판로 개척 등에서 여전히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국산 솔루션의 동반 해외 진출과 현지 마케팅 지원 등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27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데이터 기업 해외진출 지원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김을동 의원실이 주최하고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원, 한국데이터베이스산업협의회, 한국데이터베이스학회, 데이터베이스소사이어티 등이 공동 주관했다.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원에 따르면 최근 다양한 국내 데이터 기업이 해외로 진출하고 있다. 알티베이스는 일본, 중국, 인도 시장에 진출해 지난 해에 매출 60억 원을 달성했고, 웨어밸리는 일본, 중국 시장에서 누적 수출액 200억 원을 넘어섰다. 데이터베이스에 관한한 국내 기술력도 이미 세계 수준이라는 평가다.

 

조남재 한국데이터베이스학회장은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베이스 원천 기술을 갖고 있는 나라가 미국, 독일, 우리나라 정도”라며 “우리나라 제품은 외산 제품 대비 기술력은 85%, 가격은 50~60% 정도라는 조사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를 만들어 가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대표적인 어려움 중 하나가 현지화다. 현지 기업이 정확히 어떤 기술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납품에 실패하는 경우다. 예를 들어 알티베이스는 현재는 거의 모든 중국 지역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지만, 과거에 화웨이가 요구하는 기능 중 하나인 다이렉트 액세스 기술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품 공급에 실패한 사례가 있다.

 

김권식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원 팀장은 “이런 기능 대부분이 데이터베이스 코어 기술이 아닌 어떻게 보면 매우 간단하고 단순한 기능”이라며 “마치 자동차를 구입할 때 엔진보다는 편의기능과 디자인을 더 보는 것처럼 국산 데이터베이스 제품도 해당 국가의 실제 요구사항에 맞춰 사용자 편의성 등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27일 국회에서 열린 데이터 기업 해외진출 정책토론회에서 (왼쪽부터) 김경환 알티베이스 본부장, 명재호 엔코아 전무, 조남재 한국DB학회장, 남석 미래창조과학부 정보화기반팀 팀장, 나연묵 한국정보과학회 DB소사이어티 회장, 장인수 티맥스데이터 대표, 김권식 한국DB진흥원팀장이 토론을 펼치고 있다.

 

단품 위주의 접근도 해외시장 공략의 실패 요인으로 지적된다. 오라클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의 경우 다양한 기업용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결합해 ‘융합 솔루션’ 형태로 납품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국내 기업은 단품 소프트웨어 위주로 공급하다 보니 해외 제품과 경쟁할 때 한계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명재호 엔코아 전무는 “중국은 응용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경우 국산화율이 많게는 80%에 이르지만 시스템 소프트웨어 분야는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고, 특히 최근 미국산 제품에 대한 우려가 높아져 우리로서는 기회”라며 “그러나 우리 제품의 기술력이 점점 높게 평가받고 있다고 해도 데이터베이스 단품이 아닌 백업, 모니터링, 개발자툴, 모델링, 컨설팅 등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서드파티 제품과 서비스를 함께 제공해야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 솔루션에 특화된 현지 네트워크와 파트너사, 고객 등을 확보하는 것도 여전히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혔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원이 데이터 업체를 대상으로 판로개척의 어려움을 조사한 결과 네트워크 부족(41.3%), 파트너 및 고객 정보 부족(34.9%)이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이에 대해 김경환 알티베이스 본부장은 "현지 파트너 발굴은 한 업체가 혼자 ‘보물찾기'하는 것보다 여러 기업이 함께 진출해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며 “국내 시장에서는 경쟁자지만 해외 시장에서는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여기까지 해봤는데 안됐다’라는 정보를 공유하며 다른 업체가 추가로 시도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일단 국산 제품 도입 사례가 늘어나면 '다른 한국 업체 제품도 사용해 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데이터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각종 규제가 맞물려 있는 데이터 시장 특성을 고려해 정부간 협약을 통해 제도 이슈를 해결하는 한편, 해외 진출시 여러 국산 기업이 패키지 형태로 시장 진입을 시도할 경우 추가지원을 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현지 정보에 대한 수요가 많은 만큼 일단 중요한 거점 국가를 선정해 지원을 집중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남석 미래창조과학부 정보화기반팀 팀장은 "IT 패러다임 전체가 하드웨어, 네트워크 등에서 데이터로 움직이고 있지만 그동안 정부는 데이터를 소프트웨어나 콘텐츠로 일부로 인식해 지원이 다소 소홀했던 측면이 있던 것도 사실”이라며 “앞으로는 데이터 산업의 중요성에 맞춰 체계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훈 기자 nanugi@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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