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김남규 기자]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 통합 필요성을 언급한 데 대해 외환은행 노조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외환은행 노조는 3일 성명서를 통해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조기 통합 필요 발언은 '2.17. 노사정 합의서'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폭거"라며 "합병을 전제로 한 사전작업은 가장 명백하고 중대한 합의위반 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지난 2012년 2월 발표된 2.17. 합의서는 외환은행의 법인 및 명칭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합병여부도 '5년경과 후 상호 합의를 통해 협의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환은행 노조는 2.17. 합의서는 노·사·정 합의 준수를 촉구하면서, 동시에 이를 위반한 김 회장을 직접 겨냥해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외환은행 노조는 "지금까지 하나지주는 숱한 합의위반을 저질렀지만 김 회장의 이번 발언은 가장 직접적이고 원천적인 도발행위"라며 "합의서는 하나지주 회장과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직접 서명했고, 신제윤 현 금융위원장과 김 회장 본인도 수차례 철저한 준수를 강조한 바 있는 대국민 약속"이라고 밝혔다.

 

또한 "김 회장은 '비용절감'을 운운하지만 하나지주가 인수 전후 외환은행에서 빼내간 돈이 이미 2조원에 달하기 때문에 정말 비용절감을 원한다면 하나지주의 경영간섭을 즉각 중단하면 된다"며 "비용 운운은 핑계일 뿐 합병추진을 서두르는 진정한 목적은 바로 내년 3월 김정태 회장 본인의 연임에 있다"고 비난 수위를 높였다.

 

김보헌 외환은행 노조전문위원 "김 회장은 은행이 바로 망할 것처럼 이야기 하면서 조속한 통합이 불가피한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며 "외환은행의 생존권이 걸린 만큼 오는 7월12일 8000여 직원이 참여하는 전국 집회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은행 노조의 성명서 발표에 앞서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이날 오후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은 매우 민감한 사항"이라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이 통합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세계적으로 저성장 저수익 시대가 오면서 HSBC가 국내에서 철수하는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뼈를 깎는 노력을 하고 있다"며 "통합은 혼자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 은행장들 및 이사진들과 함께 협의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한편, 하나금융은 지난 2012년 2월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외환은행 노조와 5년간 독립경영을 보장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서울 을지로 중구 소재 외환은행 본점 전경.

 

김남규 기자 ngk@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