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최대 검색 엔진 업체 '얀덱스'

 

러시아 하원인 ‘두마(Duma)’는 최근 인터넷 사업자들이 러시아인의 개인 정보를 러시아내 서버 또는 데이터센터에 저장하도록 하는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이 상원을 통과하면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 등 러시아 외부에 서버 및 데이터센터를 두고 있는 해외 사업자들은 러시아에서 인터넷 사업을 추진하는 게 힘들어진다. 러시아에 별도의 서버나 데이터센터를 둬야만 한다.

 

AFP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하원은 지난 금요일 인터넷 사업자들이 러시아인의 개인 정보를 러시아 외부에 저장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상원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승인을 얻으면 바로 실행에 들어간다. 하원을 통과한 법률안은 오는 2016년 9월까지 러시아인의 개인정보를 다루는 인터넷 사업자들에게 러시아에 서버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 법안을 발의한 ‘Vadim Dengin’ 의원은 “대부분 러시아인들은 자신들의 정보가 러시아를 떠나 미국으로 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인터넷 기업들은 러시아에 서버를 둬야 한다”고 이번 법안의 취지를 설명했다. 미국 정부의 감시 활동, 해커들의 시스템 침입 등을 통해 러시아 외부로 정보가 빠져나가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SNS를 통한 반정부 활동을 탄압하려는 러시아 정부의 의도도 숨겨져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법률은 러시아에 사무소나 서버를 두고 있지 않은 글로벌 SNS업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동안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리시아 정부에 사용자 정보를 넘겨주는 것을 거부해왔다. 지난달  콜린 크로웰 트위터 공공정책 담당 임원은 러시아 미디어 감독기구를 방문해 관계자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는데 방문 목적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사용자 정보 관련 문제가 협의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는 트위터에 러시아 사무소 개설을 요청했으나 트위터측이 거부의사를 밝혔다. 러시아 언론인인 ‘안드레이 솔다토브’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누구도 러시아에 서버를 두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그럼에도 러시아 정부는 그들에게 서버를 재배치할 것을 강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법안은 명백하게 구글, 트위터, 페이스북을 겨냥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법안이 시행에 들어가면 러시아 정부는 오는 2016년 9월까지 러시아에 서버를 두지 않는 인터넷 사업자의 사이트를 폐쇄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 인터넷망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러시아 여행사 등 러시아 업체들도 적지 않은 피해를 입을 전망이다.  러시아 여행사들은 호텔, 항공편 예약을 위해 해외 네트워크에 의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러시아 내부의 반발 기류도 상당히 심각하다.

 

러시아 인터넷 기업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있는 ‘RAEC(러시아 전자커뮤니케이션협회)’는 새로운 규제 법률안이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고 언급했다. 협회는 “수많은 글로벌 인터넷 서비스가 불가능해질 것”이라며 “법률안이 러시아 사람들이 권리를 빼앗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여행사업자협회’의 블라디미르 캔토로비치 부회장 역시 “러시아 정부가 과거 소비에트 시절과 마찬가지로 모든 것을 종이로 처리하려고 한다”며 “그들이 철의 장막을 다시 치고 있다’는 불만을 터트렸다. 이번 법률안은 러시아 최대 검색 엔진 업체인 ‘얀덱스’에는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얀덱스 관계자는 “현재 러시아에 서버를 두고 인터넷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하지만 법에서 요구하는 데이터 센터의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선 2년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최근 러시아 정부는 인터넷 사업에 대한 규제 조치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이미 3000명 이상의 회원을 두고 있는 블로그를 대상으로 미디어 등록을 요구하는 법률안을 제정했다. 또 불법적인 정보를 리트윗하는 러시아인에게 최대 5년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국내외에서 반발이 적지 않은 이번 법률안에 대해 러시아 상원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장길수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