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노동균 기자] 성공과 실패의 역사를 반복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의 역사는 현재도 진행형이다. 모바일 시대를 맞아 야심차게 선보인 윈도 8은 소비자들의 차디찬 반응에 직면했고, 이를 만회하고자 선보인 윈도 8.1도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넷마켓쉐어에 따르면, 지난 6월 한 달간 윈도 8 및 8.1의 온라인 접속 점유율은 12.5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윈도 7의 점유율은 50.55%까지 증가했고, 심지어 지난 4월 MS의 공식 지원이 종료된 윈도 XP조차 25.31%가 사용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쯤 되면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6월 데스크톱 운영체제 시장 점유율(자료= 넷마켓쉐어)

 

윈도 8의 첫 버전이 지난 2012년 10월 공개됐음을 고려하면, 윈도 8 시리즈의 지난 20개월간의 행보는 마치 윈도 비스타를 떠올리게 한다. 윈도 비스타의 경우 출시 후 20개월 당시 약 17%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결국 현 상황에서 윈도 8 시리즈는 MS의 가장 큰 실패로 기록된 윈도 비스타보다 뒤쳐져 있는 상태다.

 

당초 MS는 윈도 XP 지원 종료로 인한 수요가 윈도 8 시리즈로 옮겨가길 기대하며 대대적인 마케팅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윈도 XP 사용자들 대부분은 그대로 윈도 XP를 고집하거나, 대안으로 윈도 7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윈도 XP의 점유율은 소폭 하락했으나 어느 정도 고착화되는 분위기이고, 윈도 7의 점유율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윈도 8과 윈도 8.1의 점유율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은 점도 눈에 띈다. 윈도 8의 점유율은 5.93%, 윈도 8.1의 점유율은 6.61%로 1% 차이도 나지 않는다. 윈도 8에서 아이덴티티와도 같은 ‘시작 버튼’이 사라진 것에 대해 첨예하게 논쟁이 벌어짐에 따라, MS가 윈도 8.1에서 데스크톱 UI를 강화했음에도 불구하고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MS가 보급형 PC를 염두에 두고 배포한 윈도 8.1 위드 빙(Bing)을 비롯해 윈도 8.1 태블릿 PC가 분발하고는 있으나, 저가형 제품에 국한돼 있어 일부 신흥시장에서 제한적인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사용자들의 반응도 당장은 윈도 7에 머물면서 윈도 8 시리즈의 차기작을 기다리는 쪽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전통적으로 짝수 버전보다 홀수 버전이 좋은 평가를 받았던 윈도의 역사를 볼 때, 윈도 9이 성공작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적지 않다.

 

한 조립 PC 업체 관계자는 “새 버전의 윈도가 출시될 때마다 PC 업계는 특수를 기대하지만, 윈도 8이 예상보다 많은 수요를 이끌어내지 못해 아쉬웠다”며 “심지어 윈도 8 PC를 구매하고도 윈도 7으로 다운그레이드 가능한지에 대한 소비자들의 문의도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윈도 8.1 시작화면

 

최근 외신에 따르면, MS는 오는 8월 윈도 8.1의 두번째 업데이트를 선보일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해당 업데이트에 대한 자세한 기능은 알려져 있지 않은 상태다. 업데이트에 대한 대대적인 마케팅도 없을 것으로 알려져 있어 눈에 크게 띄는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해 보인다.

 

때문에 시장의 관심은 내년 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는 차기 버전 윈도에 맞춰져 있다. 이 차기 버전이 윈도 9라는 이름을 달고 나올지는 아직 미지수다. 현재로서는 ‘쓰레스홀드(Threshold)’라는 코드명이 알려져 있는 정도다. MS는 새로운 윈도의 정식 버전 출시에 앞서 올 가을 프리뷰 버전을 공개할 계획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MS가 PC와 모바일을 모두 아우르는 통합 플랫폼으로서의 윈도의 진화를 꾀하고 있지만, 그동안 강력한 우군이었던 데스크톱 PC 사용자들을 흡수할 수 있는 더 좋은 방법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제 2의 시작 버튼 사태와 같은 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동균 기자 yesn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