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5일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그룹이 중국 명문 축구구단인 ‘광저우 헝다(영문명,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지분 50%를 1억9200만 달러(한화로 약 2000억)에 인수하기로 해 화제를 모았다.

 

이번 광저우 헝다 지분 인수로 알리바바그룹의 잭 마 회장은 ‘로스엔젤레스 클리퍼스’를 인수한 스티브 발머 MS 전 CEO, 프로 농구팀 ‘댈러스 메버릭’을 인수한 마크 쿠반, 알리바바의 대주주이자 일본 프로야구팀을 인수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에 비견되면서 대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정작 화제를 모은 것은 잭 마 회장이 ‘광저우 헝다’를 인수하는데 걸린 시간이 단 15분에 불과했다는 점에 있다.

 

잭 마 회장은 광저우 헝다의 대주주이자 ‘에버그란데 부동산그룹’의 소유주인 ‘훼이 카 얀’과 저녁에 술을 먹으면서 광저우 헝다의 지분 50%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무려 1억9200만 달러의 자금을 들여 기업을 인수하는 데 자세한 검토없이 술자리에서 전격적으로 인수 결정을 내린 것이다.

 

잭 마 회장의 광저우 헝다 지분 인수는 최근 중국 IT업체의 공격적인 기업 인수 사냥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알리바바 그룹과 텐센트 그룹의 공격적인 기업 인수 합병이 집중적인 조명을 받고 있다. 엄청난 자본 동원력을 바탕으로 유망 기업이나 기존 사업 확장에 도움이 되는 업체라면 앞뒤 가리지 않고 주저 없이 기업 인수에 뛰어드는 것이다. 그야말로 ‘인수 잔치’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6일(현지시간) 포브스, 블룸버그 등 매체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알리바바 그룹과 텐센트 그룹의 기업 인수 사냥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4월 알리바바는 중국의 인기 마이크로 블로그 사이트 ‘웨이보’의 지분 18%를 5억86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올해 3월에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유통업체인 ‘인타임 리테일 그룹’ 지분 35% 정도를 6억92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인타임 리테일그룹은 중국에서 슈퍼마켓과 백화점을 운영하고 있는 업체다. 지난 5월에는 싱가폴 우편서비스 지분 10.4%를 2억49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알리바바는 또한 중국 전자업체인 하이얼 그룹 산하 물류업체인 ‘굿데이마트’의 지분 9.9%를 인수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일련의 M&A는 알리바바그룹이 물류 및 유통 사업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기존의 온라인 사업과 오프라인 사업을 통합하려는 움직임으로 파악된다. 알리바바의 최근 기업 인수에 대해 포브스는 전자 상거래 위주의 온라인 사업에서 유통, 물류 등 오프라인으로 사업을 확장해가는 것으로 평가했다.  

 

‘텐센트 홀딩스’ 역시 공격적인 기업 인수 합병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9월 중국 검색 엔진 ‘Sogou’ 지분 36.5%를 4억4800만 달러에 인수했으며 ‘소후닷컴’ 지분 3~5%에 대한 옵션 권리도 획득했다. 지난 6월에는 중국의 ‘크레이그리스트’로 불리는 ‘58닷컴’의 지분 19.9%를 7억3600만 달러에 인수했다. 58닷컴은 중국판 온라인 벼룩시장으로 유명한 업체다. 58닷컴의 인수는 텐센트가 운영하고 있는 온라인 결제솔루션 ‘텐페이(Tenpay)’의 사업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재 텐페이는 중국 온라인 결제 시장의 18.9%를 점유하고 있다. 1위 솔루션은 알리바바그룹의 ‘알리페이(Alipay)’로, 47.6%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58닷컴은 텐센트 그룹의 모바일 메신저인 ‘위챗(Wechat)’ 사업에도 시너지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된다. 텐센트는 58닷컴을 3억96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위챗과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58닷컴은 텐센트가 전략적으로 지분(15%)을 인수한 중국 제2의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JD닷컴’ 사업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알리바바와 경쟁을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텐센트는 또한 지난 1월 ‘China South Sea City Holdings’의 지분 9.9%를 1억9300만 달러에 인수하기도 했다. 텐센트는 기업 인수를 통해 알리바바와 본격적인 경쟁 체제를 꿈꾸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문어발식 확장이 과연 어느 정도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지는 두고봐야할 것 같다. 인수 경쟁을 벌이고 있는 알리바바와 텐센트 그룹의 향후 위상이 어떻게 변할지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조만간 미국 증시 상장을 앞두고 있는 알리바바는 중국 IT시장에서 부동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텐센트 그룹은 게임산업에서 자리를 굳힌 후 계속 사세를 넓혀가고 있어 그동안 중국 시장에서 막강한 위치를 차지했던 알리바바 그룹을 위협하는 존재로 떠올랐다. 향후 판도가 어떻게 변할지 주목된다.

 

장길수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