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

 

SK플래닛이 카카오를 상대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 것을 보면서 이 속담이 떠올랐다. SK플래닛이 과거 피처폰 시절 모바일 게임 회사를 상대로 슈퍼갑 행세를 했던 좋지 않은 기억 때문이다.

 

지난 4일 모바일 상품권 판매를 두고 SK플래닛은 카카오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SK플래닛은 공식입장을 통해 카카오가 카카오톡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모바일 상품권 시장을 독점하는 행위며 카카오톡에서 유통되는 모바일 상품권이 시장 90%를 차지, 카카오 입점을 거절해 사용 및 접근을 못하게 하는 것은 사업활동 방해라고 비난했다.

 

이 회사가 주장하는 핵심은 카카오의 갑 횡포. 카카오가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상품권 판매를 독점하려 한다는 것이 그 골자다. 그런데 언제나 갑의 입장에 있었던 SK플래닛이 갑의 횡포라는 말하는 것은 의아한 느낌이 든다. 과거 SK플래닛이 피처폰 시절 게임회사들을 상대로 지위를 남용한 기억 때문이다.

 

 

과거 SK플래닛은 SK텔레콤에서 분사하기 이전 T스토어 운영하면서 게임회사에 절대적인 권력을 지니고 있었다. KT·LG유플러스가 있어 독점적인 구조는 아니었지만, SK는 가장 많은 고객을 확보해 많은 피처폰 게임 개발사들이 T스토어에 게임을 내놓고 싶어했다.

 

당시 SK플래닛은 갑의 횡포를 제대로 보였다. 게임사 줄세우기를 한다는 지적이 있었고, 조금이라도 눈밖으로 나면 게임을 내놓지 못하게 했다는 얘기도 많았다. 피처폰 시절은 게임 인기 순위 및 페이지 노출에 따라 매출과 순위가 크게 결정됐던 시기였기에 이동통신사의 말은 진리고 그대로 따라야했다.

 

익명을 요구한 피처폰 게임 개발사 직원은 ”이동통신사들에게 밉보이면 게임을 통과 시키지 않았다”며 “현재 오픈마켓으로 변했지만 당시 피처폰 시절에는 이통사가 게임을 안 열어주면 게임을 론칭하기 어려웠다. 어쩌면 당시에는 카카오보다 더 파워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 이동통신사였다”고 설명했다.

 

또 게임사 광고수수료를 높이기 위해 이동통신사가 진행하는 프로모션에 참여를 유도했던 바 있다. 이 프로모션에 참여하지 않아도 됐지만 불참하면 불리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 게임사는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게임회사 관계자는 “통신사 프로모션을 진행하면 수수료가 당연히 올라가는 불합리한 상황이었지만, 절대 권력인 이동통신사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면서” 우스갯소리로 대기업 대리와 사원이, 게임사 대표와 임원을 오라 가라 한다는 농담을 주고 받았던 기억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이처럼 슈퍼갑 행세를 한 SK플래닛이 카카오를 비난할 자격이 있는 지 의심스럽다. 물론 카카오가 잘하고 있다고 말할 수 없지만 과거 게임회사들에게 했던 그들의 모습을 다시 생각해 본다면 카카오를 비난할 자격이 없을 것이다. 과거 지위 남용의 기억은 잊었는가.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독점을 했는지는 공정위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SK플래닛이 카카오를 비난하기 앞서 피처폰 시절 게임회사들에게 떳떳했는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박철현 기자 pch@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