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랙베리 '패스포트'

 

 

폼팩터의 혁신인가? 블랙베리가 정사각형(네모) 스마트폰을 내놓는다. 그동안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은 직사격형 일색이었다. 단지 크기가 달랐을 뿐이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블랙베리가 정사각형 모양의 스마트폰인 ‘블랙베리 패스포트’를 개발, 조만간 출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패스포트’란 이름이 붙었는데, 세계 곳곳을 여행할 때 꼭 필요한 여권이 바로 ‘모빌리티(mobility)’를 보편적으로 상징하기 때문이다.

 

7일(현지시간) 블랙베리는 자사 공식 블로그(blogs.blackberry.com)를 통해 디자인의 경계를 허무는 4.5인치 스마트폰 ‘블랙베리 패스포트’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블랙베리 패스포트를 발표하면서 제시한 ‘네모의 철학’이 흥미롭다.

 

“많은 사람들은 스마트폰 디자인의 크리에이티브가 죽었다고 생각한다. 직사각형의 디바이스, 스크린, 볼륨과 입력 버튼…” 다 비슷비슷하다는 의미다. 혹자는 지난 2013년을 ‘스마트폰이 죽은 해’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블랙베리의 주장을 더 들여다보자. “우리는 직사각형의 세상에서 살고 있다.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된 직사각형 디자인은 콘텐츠 및 미디어 소비, 빠른 커뮤니케이션에 기여를 했지만 이제 혁신을 저해하고 있다” 그러면서 패스포트가 모빌리티의 보편적인 상징이며 새로운 기회의 문을 열어 줄 것이라고 했다. 일면 블랙베리의 이 같은 설명에 수긍이 가는 측면이 있다. 스마트폰에서 이제 혁신은 사라졌다는 명제가 소비자들에게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은 사실상 내장 카메라 화소수, 스마트폰의 크기, 디스플레이 해상도의 경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능적인 차원의 경쟁일 뿐이다. 좀처럼 혁신적 요소를 찾기 쉽지 않다. 기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격 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느낌이다.

 

삼성전자가 최근 어닝 쇼크 수준의 실적 발표를 한 것도 원인을 찾아보면 바로 스마트폰의 혁신성 문제 아니었을까 싶다. 이제 사람들은 더 이상 스마트폰에서 특정 회사만의 독자적인 혁신적인 기능을 찾기 힘들다고 공공연하게 말한다. 스마트폰이 처음 우리 앞에 다가왔을 때 받았던 충격은 이제 가물가물한 과거의 기억이 됐다.

 

블랙베리의 네모 스마트폰에 눈길이 가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는지 모르겠다. 블랙베리는 네모 스마트폰을 ‘혁신’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있다.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것이란 자신감의 피력이다.

 

“보통 읽기에 편리한 서적은 한줄에 66개의 글자를 담고 있다. 스마트폰은 대략 한줄에 40개의 글자를 담고 있다. 반면에 블랙베리 패스포트는 60개의 글자를 보여준다. e북을 읽거나 문서를 보고 웹 서핑하는 데 최적이다. 포트레이트 모드나 랜드스케이프 모드를 걱정할 필요 없다. 아무 것도 잃지 않을 것이다” “아이맥스를 생각해 보라. 아이맥스는 전통적인 영화의 예고편을 위해 전통적인 화면 구성인 16:9 비율을 채택하는 것으로 시작됐지만 이 경계를 넘어서면서 영화 관객들에게 놀라운 경험을 선사했다. 블랙베리 패스포트는 생산성 측면에서 스마트폰의 아이맥스와 같다” 스마트폰의 아이맥스라. 글쎄 좀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

 

블랙베리측은 패스포트가 주로 업무용으로 유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건축가들이 설계도면을 보거나 금융 전문가가 증권시세표나 그래프를 보는데 좋다는 것. 의사들은 X-레이 화면이나 의료 기록들을 환자와 같이 보는데 편리하다. 직사각형 스마트폰은 금세 화면상의 제약이 있지만 네모 스마트폰은 그럴 일이 없다는 설명이다.   

 

블랙베리 패스포트는 4.5인치 크기에 풀HD를 지원하고 쿼티 자판을 채택했다. 아직 구체적인 사양과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 블랙베리의 네모 실험이 과연 시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긍금하다. 사진상으로 볼 때는 아무래도 낯설기는 하다. 들고 다니기에 불편할 거란 생각도 얼핏 든다. 주로 기업용으로 쓰일 것이라고 한 만큼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을 쓰는데 얼마나 편리한 것인지 한번 따져보는게 필요할 것 같다.

 

장길수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