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노동균 기자] 침체된 PC 시장에 활력소가 돼줄 것으로 기대했던 투인원(2 in 1) PC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노트북과 태블릿 사이에서 뚜렷한 정체성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윈도 8.1의 부진까지 악재로 작용한 탓이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투인원 PC가 시장에 본격 등장한 지 약 20개월이 지났으나, 판매량은 눈에 띄게 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인텔이 아톰 베이트레일 프로세서 공급을 시작함에 따라 신제품 출시 효과로 반짝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이후 신제품 출시가 더뎌지면서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서피스 프로 3’(사진= MS)

 

이렇듯 투인원 PC가 세를 확대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로는 활용도가 애매하다는 점이 손꼽힌다. 당초 투인원 PC는 노트북과 태블릿 PC의 장점을 모두 갖추고 있다는 점을 내세워 제 2의 울트라북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울트라북은 2011년 첫 등장 이후 1년여 만에 전체 노트북 시장의 20%를 차지했고, 최근에는 노트북 시장의 주류로 자리잡았다.

 

앞서 울트라북으로 큰 재미를 본 인텔 또한 PC 시장에서 투인원 PC가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보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쳤고, 국내외 주요 PC 제조사들도 이에 가담했다. 그러나 여전히 투인원 PC는 유망주에 머물러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가격 대비 성능을 중요시하는 소비자 특성상 투인원 PC의 포지션이 어중간했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생산성을 강조하기 위해 키보드를 결합한 투인원 PC의 경우 최근 출시되는 초경량 울트라북과 휴대성 면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반대로 휴대성을 강조하는 분리형 투인원 PC는 생산성을 위해 도킹 키보드를 결합하는 순간 메리트가 무색해진다. 때문에 투인원 PC는 노트북 또는 태블릿‘처럼’ 사용할 수는 있지만,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으로는 부족하다는 인상을 심어줬다.

 

제품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점도 걸림돌이다. 시장조사기관들은 저마다 투인원 PC를 각기 다른 카테고리로 구분하고 있다. 일부는 키보드 탑재 여부와 무관하게 윈도 운영체제를 탑재한 태블릿을 투인원 PC로 정의하기도 한다. 시장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키보드 결합이 가능한 형태를 투인원 PC로 분류하는 편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윈도 태블릿 출하량은 약 4만37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20%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전체 태블릿 출하량의 10%에도 채 못미치는 수치다. 그나마 이 중 엄밀한 의미의 투인원 PC로 구분되는 제품은 일부에 불과하다. 물론 주변기기를 통해 윈도 태블릿을 노트북처럼 사용할 수는 있다. 하지만 아이패드나 안드로이드 태블릿 또한 비슷한 활용이 가능함에도 투인원 PC라 부르지는 않는다.

 

국내 투인원 PC 시장에서는 LG전자의 비중이 크다. LG전자는 올해 1분기 ‘탭북’ 신제품으로 약 2만대의 판매고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시장 특성상 하반기로 갈수록 판매량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실제로 LG전자는 지난해 1분기에도 탭북 판매가 호조를 보였으나, 3분기 들어서는 판매량이 1만대에도 미치지 못하는 흐름을 보였다.

 

▲LG전자 ‘탭북’(사진= LG전자)

 

삼성전자의 경우 앞서 ‘아티브 탭’을 내세워 분기당 5만대의 출하량을 기록할 정도로 강력하게 시장을 주도했으나, 최근에는 한 발 물러선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 태블릿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상대적으로 PC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윈도 8.1 여전히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점도 투인원 PC 시장의 고민거리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모바일에 대응하기 위해 야심차게 선보인 윈도 8이 시작버튼 논란 등을 불러일으키며 윈도 8.1로 업데이트됐으나, 점유율은 신통치 않은 상태다. 국내에서는 노트북의 경우 윈도 7의 인기가 높고, 태블릿에서는 안드로이드의 비중이 절대적인 양상이다. 윈도 8.1 기반의 투인원 PC로서는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관계자는 “국내 모바일 시장이 안드로이드 독식으로 치닫다보니, 특정 플랫폼에 종속될 우려까지 언급될 정도”라며 “보다 다양한 생태계 기반의 시장이 조성돼야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경쟁력 있는 제품들이 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노동균 기자 yesn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