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남자의 3대 취미’로 자동차, 오디오, 카메라를 꼽는다. 카오디오는 그 중 2가지를 포함하고 있어 아무래도 관심이 많이 간다. 이런 남자들의 심리를 아는 해외 명차들은 설계 단계에서부터 유명 오디오 제조사와 협업해 그 명성에 부끄럽지 않는 오디오 퀄리티를 제공한다. 과연 어떤 명차에 어떤 오디오 기술이 탑재됐는지 IT조선에서 조사, 시리즈로 연재한다. <편집자주>

 

 

[IT조선 이상훈, 김준혁] 슈퍼카. 차를 좋아하는 이라면 이 한 단어에 심장이 두근거릴 것이다. 슈퍼카는 본래 일반 스포츠카보다 성능이 월등히 뛰어나고 디자인도 특출하며, 희소성까지 갖춘 자동차를 일컫는다.

 

따라서 일반적인 자동차를 슈퍼카라고 부르지 않고 수 년마다 자동차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최상위 자동차만을 슈퍼카라 부르는 게 일반적이다.

 

현 시점에서 슈퍼카로 꼽히는 차종은 페라리의 ‘라페라리(LaFerrari)’, 맥라렌의 ‘P1’, 포르쉐의 ‘918 스파이더’,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LP700-4’가 대표적이다.

 

그리고 또 한 대, 항상 슈퍼카를 접두사처럼 쓰이는 차량이 있으니, 바로 부가티 베이론(Bugatti Veyron)이다.

 

▲ 대표적인 슈퍼카로 꼽히는 부가티 베이론(사진=다인오디오)

 

부가티는 1909년 프랑스 알자스 지방에 설립된 자동차 회사다. 부가티는 애초부터 귀족적이고, 화려하며, 엄청나게 비싼 자동차를 목표로 만들어져 왔다. 물론 가격에 걸맞은 성능은 부가티에 있어서 항상 도전과제로 남아 있었다.

 

1991년에 등장한 부가티 EB110은 부가티가 단순히 화려하기만 한 고급차가 아닌 슈퍼카라는 사실을 공공연하게 알린 모델이다.

 

당시 EB100은 550마력과 최대 342km/h에 이르는 성능을 자랑했고 제로백 4초의 성능을 구현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1992년에는 차량의 편의장비를 줄이고 출력을 610마력으로 높여 제로백을 3.3초로, 최대속력 351km/h를 구현했다.

 

하지만 이런 뛰어난 성능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의 거품이 사라지면서 부가티라는 브랜드는 폭스바겐 그룹에 넘어가게 됐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자동차, 부가티 베이론

 

다행히 폭스바겐 그룹에 편입된 부가티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고스란히 계승됐다. 그러던 중 2005년 EB100의 후속 모델로 출시된 부가티 베이론은 최대속력 407km/h를 기록, 상용차로는 처음으로 시속 400km를 돌파한 자동차가 됐다. 부가티 베이론은 8기통 엔진을 병렬로 탑재해 16기통 1200마력의 성능을 갖췄다.

 

▲ 지금도 부가티 베이론은 8기통 엔진을 좌우 나란히 배치한 16기통 엔진을 사용하고 있다.(사진=다인오디오)

 

부가티 베이론은 그 후 2010년, 기존 베이론에서 재설계한 노즈를 적용하고, 브레이크 냉각 덕트와 앞 스플리터의 다운포스를 키웠으며, 더 커진 4개의 터보차저와 인터쿨러, 신형 휠 채택, 차체 무게 50kg 감량 등 변화를 줘 최대속력 431km/h를 자랑하는 부가티 베이론 슈퍼 스포트Bugatti Veyron Super Sport)를 선보였다.

 

이 차는 활주로를 질주하는 비행기의 속도보다 빨라 ‘비행기보다 빠른 자동차’라는 명성을 얻었으며 동시에 기네스북에도 등재됐다.

 

▲ 부가티 베이론 슈퍼 스포트(사진=다인오디오)

 

▲ 부가티 베이론 그랜드 스포트(사진=다인오디오)

 

▲ 부가티 베이론 비테세(사진=다인오디오)

 

▲ 부가티 베이론 렘브란트(사진=다인오디오)

 

이후 부가티 베이론은 부가티 베이론 수퍼 스포트, 그랜드 스포트, 비테세(Vitesse) 등으로 개량돼 왔으며 올해 3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네바 모터쇼에서 가장 최신형 부가티 베이론인 ‘부가티 베이론 렘브란트’를 선보였다.

 

 

최고급 명차가 선택한 오디오 브랜드는 덴마크 다인오디오

 

부가티 베이론에는 덴마크 오디오 중 오디오파일들로부터 가장 선호도가 높은 다인오디오(Dynaudio) 푸치니 사운드 시스템이 탑재됐다.

 

푸치니(Puccini)는 이탈리아 유명 작곡가로, ‘토스카’, ‘라 보엠’, ‘나비부인’ 등 이탈리아 가극을 작곡한 인물. 그리고 다인오디오는 덴마크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스피커 유닛 설계와 생산, 조립까지 모든 공정을 직접하는 몇 안 되는 하이엔드 오디오 제조사다.

 

▲ 다인오디오의 고급 스피커 컨시퀀스 얼티밋 에디션(사진=다인오디오)

 

다인오디오의 플래그십 스피커인 컨시퀀스(Consequence) 시리즈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하이엔드 스피커로도 유명하며, 다인오디오는 BBC 라디오 방송국, 파라마운트 픽처스, 비틀즈의 앨범을 녹음한 곳으로 유명한 애비로드 스튜디오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을 만큼 기술력을 검증 받은 곳이다.

 

1977년에 창립돼 지금까지 38년간 스피커 설계 노하우를 축적한 다인오디오의 스피커들은 전체적으로 정밀하고 아름다운 개방성을 특징으로 한다. 호방한 아메리칸 사운드, 정직한 브리티시 사운드와 달리 다인오디오의 사운드는 화려하다.

 

그 화려하고 절제된 사운드의 개발 노하우가 카오디오에도 적용되기 시작했고 지금은 폭스바겐과 볼보, 부가티 베이론 등의 자동차에 다인오디오에서 직접 제작한 오디오 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다.

 

 

협소한 부가티 베이론 실내에 최적화된 푸치니 사운드 시스템

 

부가티 베이론에 탑재된 푸치니 사운드 시스템은 슈퍼카에서도 수준급 음향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실제 다인오디오는 푸치니 시스템을 만들면서 ‘세상에서 가장 빠른 콘서트 홀’이라는 카피를 만들었다.

 

푸치니 사운드 시스템은 20mm 소프트 돔 트위터와 17cm 미드베이스 드라이버 유닛이 탑재됐다. 또 이 4개의 스피커 유닛을 구동시키기 위해 300W 4채널 앰프가 사용됐다.

 

다른 고급 승용차들보다 스피커 유닛 개수가 적은 것은 실내가 협소하고 시트가 2개뿐인 부가티 베이론의 인테리어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대신 다인오디오는 첨단 소재와 고효율 앰프, 그리고 수준 높은 디지털 시그널 프로세싱을 통해 부가티 베이론의 난제를 해결했다.

 

▲ 다인오디오는 부가티 베이론을 '세상에서 가장 빠른 콘서트홀'이라 홍보하고 있다.(사진=다인오디오)

 

다인오디오는 부가티 베이론을 위해 마그네슘, 실버 케이트-폴리머 콘, 초경량 알루미늄 보이스 코일 등을 사용했다. 특히 콘 유닛은 도어에 부착된 상태에서도 음 분산이 탁월하고 실내 전체에 균형 있는 사운드를 전달할 수 있도록 기하학적인 멤브레인 형태로 디자인됐다.

 

20mm 크기의 소프트 돔 트위터는 정밀하고 자연스러운 고음을 재생한다. 17cm 미드베이스 드라이버 유닛은 스포츠카/슈퍼카에 어울리는 다이내믹한 사운드를 재생해 고속으로 달리는 상태에서도 흐트러짐 없이 정확하게 울리는 사운드를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 다인오디오는 좁은 부가티 베이론 실내에 적합한 유닛을 새로 개발함으로써 고속 주행 중에도 정교하고 섬세한 사운드를 들을 수 있도록 했다.(사진=다인오디오)

 

시속 400km로 달릴 수 있는 차 안에서 음악을 얼마나 정밀하게 들을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이가 많지는 않을 듯하다.

 

부가티 베이론 렘브란트의 가격은 한화로 약 32억 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내에서는 제대로 달릴 만한 곳이 없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빠른 콘서트홀을 소유하게 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왠지 뿌듯한 느낌이 들 것만 같은 자동차이자, 오디오 시스템이다.

 

이상훈 hifidelity@chosunbiz.com, 김준혁 기자 innova33@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