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인 넷플릭스가 가입자들에게 보다 빠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AT&T와 고속통신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 소위 ‘피어링 계약(Peering Arrangement)’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통신사업자와 인터넷 서비스 업체가 협약을 체결, 별도의 급행료를 주고 고속회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인터넷 서비스업체들이 통신사업자에게 별도의 사용료를 지불하고 고속회선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망중립성 원칙’을 시행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 업체들은 별도의 회선 사용료를 제공하고 고속회선을 제공하는 것은 망중립성을 해치고 인터넷 벤처기업들의 성장을 저해한다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미묘한 국면에서 넷플릭스가 AT&T와 피어링 계약을 체결, 업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넷플릭스는 이미 컴캐스트, 버라이즌과도 피어링 계약 또는 상호접속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29일(현지시간) 매셔블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지난 5월 AT&T와 피어링 계약을 체결했다. 명분은 가입자들에게 ‘하우스 오브 카드’, ‘오렌지 이즈 더 뉴블랙’과 같은 인기 드라마를 버퍼링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양측은 이번 계약이 업계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해 계약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있었으나 이번 매셔블의 보도로 알려지게 됐다. 양측은 피어링 계약 사실은 인정했으나 구체적인 가격 조건에 대해선 함구했다. 업계는 컴캐스트, 버라이즌과 유사한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양측은 서비스 품질 개선을 위해 통신망과 상호 접속 현황을 점검하고 있는데, 조만간 본격적인 고속통신 서비스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넷플릭스 측은 AT&T 네트워크를 통해 넷플릭스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통신 품질이 떨어진다고 보고 이번 계약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 품질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넷플릭스 가입자의 급격한 증가에도 원인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현재 넷플릭스는 전세계적으로 50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3620만명이 미국, 그리고 1380만명이 미국 외 지역 가입자다. 최근 하우스 오브 카드 등 인기 드라마가 넷플릭스를 통해 독점적으로 공급되면서 트래픽이 폭주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인터넷 서비스업체와 통신 서비스업체간에 이뤄지는 피어링 계약은 전통적으로 별도의 사용료 없이 폭주하는 통신 트래픽을 분산하기 위해 도입되었으나 최근 들어선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물리적 회선을 개설해주는 대신 별도의 접속료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장길수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