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이상훈] “업계에서는 작년 한 해 동안 약 130만 대의 제습기가 판매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올해 초 제습기 신제품 발표회 때마다 관계자들이 빠뜨리지 않았던 작년 성적표다. 업계에서는 실제 시장에서 소화된 물량이 120~130만대이고, 판매점 재고 물량까지 더하면 약 150만대가 풀렸다고 관측하고 있다. 게다가 아직 제습기는 구매한 이보다 구매하지 않은 가구가 훨씬 많고 올해는 제습기 제조사도 크게 늘어 전년 대비 약 2배가량 성장한 250만대가 판매될 것으로 내다보는 곳들이 많았다.

 

하지만 막상 본격 판매철인 여름이 되자 결과는 예상과 정반대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제습기 판매량이 전년보다 늘기는 커녕 전년보다 30% 이상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 6월 말~7월 초에 몰리는 장마가 늦춰졌거나 우리나라를 빗겨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태풍이 동반한 비구름의 강우량도 현저히 낮은 '마른장마'로 끝난 채 7월 한 달이 지나갔다. 제습기는 장마철이 돼야 판매량이 크게 느는데 장마가 없었으니 판매량이 당초 업체들의 기대량에 못 미쳤다.

 

▲한 판매점 매대를 가득 채우고 있는 제습기 모습 

 

판매량이 당초 예상치보다 크게 밑돌면서 제조사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미리 만들어 놓은 제습기가 출고되지 않고 쌓이게 되자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된 곳도 있다.

 

실제 업계의 제습기 판매량을 살펴보니 작년에 비해 판매량이 30% 이상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온라인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를 통한 제습기 판매량과 전자제품 유통마켓인 하이마트에서도 제습기 판매량은 작년보다 크게 줄었다.

 

전자랜드 프라이스킹에 따르면 올해 6월 제습기 판매량은 작년 동기보다  39%포인트(p), 매출액은 35%p나 줄었고 7월에는 판매량이 29%p, 매출액은 28%p 떨어졌다.

 

지난해는 제습기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 그래서 전시품까지 판매되는 '제습기 품귀현상'까지 발생했다.

 

올해 주요 제습기 제조사들은 일찌감치 신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생산라인을 빨리 가동해 초기 수량을 넉넉히 생산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가정용 제습기를 만들지 않던 중소기업들도 앞다퉈 제습기를 출시함에 따라 제습기 출시 업체수만 해도 30여 군데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 제습기 점유율 1위인 위닉스도 제습기 생산이 5월부터 멈춘 상태"라고 귀띔했다.

  

이상훈 기자 hifidelit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