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이상훈] “1980년대 초부터 사회활동했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만난 사업인 모두 한결같이 얘기합니다. 요즘 힘들다고요.”

 

이홍 사운드솔루션 대표는 우리나라는 중동 오일쇼크, IMF, 외환위기 등 몇 년마다 외부 환경에 따른 위기를 겪어 왔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느끼는 우리나라는 열심히 노력해도 외부 환경 변화가 크고 잦아 중소기업이 살아남기 힘들다고 한다.

 

이 대표는 STX를 예로 들었다. 승승장구하던 대기업이 영업환경 변화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외적 확장에 집중한 결과, 자금압박을 받아 STX는 결국 독일 조선사에 매각됐다. 그는 STX처럼 큰 회사도 1~2년 사이에 몰락할 수 있다며 현재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고 해도 그 길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10년 ‘위기’를 강조했고 연초에도 혁신을 강조했습니다. 삼성조차도 항시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으니 저 역시 긴장하고, 더 노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중소기업은 바람 한 번 불면 곧바로 붕괴될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성장도 중요하지만 내실을 다지고 위기 때 꺾이지 않는 완충재를 차곡차곡 채워놓았습니다.”

 

▲ 이홍 사운드솔루션 대표

 

다른 회사들은 성장하면 부동산에 투자하곤 하는데 이 대표는 사운드솔루션 사옥을 영등포에 위치한 공장형 아파트에 마련한 것 외에 일체 부동산으로 눈을 돌리지 않고 있다. 부동산 대신 어려운 때에 공격적인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현금보유액을 늘렸다. 그 덕분에 1998년 IMF와 2008년 외환위기 때 많은 중소기업들과 벤처 기업들이 무너졌지만 여유자금이 풍부했던 사운드솔루션은 공격적인 마케팅과 홍보 전략으로 회사의 내실을 다졌다. 5년 전 30여 명에 불과했던 직원 수도 지금은 두 배 늘어 60여 명이 됐다. 직원이 늘어나면서 성장률도 매년 10% 이상씩 성장해왔다.

 

“오디오 사업이 어렵다고들 많이 말합니다. 하지만 경기가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상위 10~20%는 수익을 냈고, 절반에 가까운 중간 층과 항시 손실을 입었다는 10~20%가 있었습니다. 이 비율이 유동적이기는 하지만 중요한 것은 늘 버는 쪽과 잃는 쪽이 있다는 것이죠. 그 차이를 만드는 게 바로 선행투자입니다. 오늘만 보지 말고 미래를 보며 일해야 하죠. 장사 안 된다. 매출이 안 좋다 하소연 하는 사람들은 경기 호황이던 때에도 같은 얘기를 했습니다. 결국 경기라는 것은 ‘내가’ 만들어 가는 게 아닐까요?”

 

 

꾸준한 성장의 비밀은 부지런함과 자유로운 발상

 

이 대표는 극도로 위축된 오디오 사업에서도 꾸준히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부지런함’과 돈키호테 같은 ‘생각의 자유로움’을 꼽았다. 부지런함에 대해 그는 흥미로운 예를 들었다.

 

“가령 부산 출장을 가야 한다면 누군가는 오전에 회사에 출근했다가 정오 때쯤 출발합니다. 그러면 저녁에 도착하게 돼 업무를 다음날 보게 되죠. 그러면 안 됩니다. 조금 피곤하더라도 아침 일찍 나와 빨리 출발한다면 점심때 부산에 도착해 당일 업무를 마칠 수 있게 됩니다. 하루를 아끼게 되는 거죠. 힘든 일정이지만 이런 부지런함이 직원들에게 있다면 그 회사는 하루 번 것만큼 모레의 업무를 앞당겨 계획할 여유를 가지게 됩니다.”

 

돈키호테에 대해서는 “풍차에 돌진하는 돈키호테의 행동이 일견 무모해 보이기는 하지만 남들이 안 된다고 하더라도 때로는 뚝심있게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나만의 생각을 실행에 옮기고 끊임없이 시도하다 보면 당시에는 남들이 비웃을지 몰라도 나중에는 그것이 승리의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안된다는 생각, 쉽지 않다는 생각을 내 머릿속에서 지워야 합니다. 쉬운 시장은 결코 없습니다. 그래서 저 역시 사장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실무자로 긴장하며 업무를 보고 있습니다. 사장실에 들어가 있으면 직원들의 분위기나 열기를 알 수 없어요. 그래서 저도 대부분의 시간을 다른 직원들과 똑같이 사무실에서 보냅니다. 직원들은 불편해할 수도 있지만요.”

 

스스로에 대해 겸손해 하면서도 이 대표는 착실히 국내 오디오 시장 내 영향력을 키워나갔다. 프로 음향 장비 시장에서 탄탄한 실적을 올리는 동시에 하이파이 시장에서도 모니터오디오, 엘락, 캠브리지오디오 등 여러 브랜드를 더하며 오디오 시장의 주류업체로 부상했다. 하지만 그 성장은 결코 자본력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한 번 맺은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고객과 대리점주들과의 유대감을 강조해 온 덕분에 오래도록 변함 없이 사운드 솔루션의 제품들을 이용하는 단골 손님들이 늘어났다.

 

“현재 사운드솔루션에서 취급하는 브랜드 수만 27개에 달합니다. 그 많은 브랜드들을 불법적으로 혹은 자본금을 밀어 넣어 빼앗아 온 적이 결코 없습니다. 남들이 힘들어 포기했던 브랜드들에 한 발 앞선 홍보와 마케팅 전략으로 착실하게 매출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외압에 휘청거리지 않고 직원들이 안심하고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는 견실한 직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바람은 직원들 스스로 근무하는 직장에 자부심을 갖고 행복하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요. 직원이 행복해야 구매자들도 행복하게 할 수 있거든요.”

 

오디오 업계에서 근면성실함을 무기로 30년 이상 달려온 이홍 대표의 표정은 확실히 다른 사장들보다 웃음기가 가득했다. 적어도 그에게는 오디오 업계의 불황이니, 위기니 하는 표현들이 두렵지 않아 보인다.

 

이상훈 기자 hifidelit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