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김준혁]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메인 경쟁터는 자동차 판매 시장이다. 자동차를 팔아야만 수익을 창출할 수 있고 이 수익금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자동차를 만들어야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자동차 업체들이 자동차를 만들고 파는 일에만 집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일부 자동차 업체들은 자동차를 팔아 생긴 수익금을 이용해 천문학적인 예산이 필요한 모터스포츠에 참가하고 있다. 많게는 1년동안 수천억 원의 예산이 필요한 모터스포츠는 분명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이윤을 추구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무모한 도전이다.

 

그러나 모터스포츠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 투입된 기술력이 양산차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모터스포츠에서의 우수한 성적이 회사의 이미지 상승과 이어지기 때문에 많은 자동차 업체들이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모터스포츠에 진출하고 있다.

 

F1에 수십 년째 참가 중인 페라리, 르망 24시의 아우디, 독일 투어링카 마스터즈의 BMW, WRC의 폭스바겐 등이 대표적인 모터스포츠 참가 업체들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국내 자동차 기업인 현대자동차가 WRC에 재참가하는 등 새로운 자동차 업체들이 꾸준히 모터스포츠에 진출해 이미지와 기술력 향상을 노리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 중 모터스포츠 현장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업체를 알아보도록 한다.

 

 

페라리 - F1

 

세계적인 스포츠카 제조사 페라리는 모터스포츠, 그 중에서 F1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페라리의 창업주 엔초 페라리가 페라리를 설립한 1947년 이전부터 이미 F1 팀을 만들어 F1에 참가했을 했을 정도니 페라리의 뿌리가 F1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 2014시즌 F1 레이스에 참가 중인 페라리의 F14-T 머신(사진=스쿠데리아 페라리)

 

엔초 페라리는 1929년 스쿠데리아 페라리(Scedeira Ferrari) 팀을 만들어 F1에 참가했으며, 이후 현재까지 F1에 참가 중인 가장 오래된 팀으로 남아있다. 스쿠데리아 페라리 팀은 F1에서 15번의 드라이버 챔피언과 16번의 컨스트럭터 챔피언을 달성해 이 부분에서도 기록을 세우고 있다. 2014 F1 시즌 현재 스쿠데리아 페라리 팀의 드라이버는 월드 챔피언 경험이 있는 페르난도 알론소와 키미 라이코넨이 맡고 있다.

 

▲ F1에서 사용된 HY-KERS 시스템이 적용된 599GTB HY-KERS(사진=페라리)

 

페라리는 F1에서 쌓은 첨단 기술력을 양산 스포츠카에 그대로 반영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과거 모델은 말할 것도 없고, 최근에 선보인 엔초 페라리나 라 페라리 등의 슈퍼카를 비롯해 F430, F12 베를리네타 등에 F1 기술력이 아낌없이 투입되고 있다. 대표적인 기술로는 F1 머신에서 갖고 온 에어로 다이내믹 바디와 F1-Trac이 불리우는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 전기모터를 이용해 순간적인 힘을 추가하는 HY-KERS 시스템 등이 있다.

 

 

아우디 - 르망 24시

 

기술을 통한 진보라는 슬로건을 갖고 있는 아우디는 꾸준히 여러 분야의 모터스포츠에 진출하면서 자사의 기술력을 과시해왔다. 1980년대 아우디는 특유의 4륜구동 시스템인 콰트로를 바탕으로 스웨덴 몬테 카를로 랠리를 비롯해 월드 랠리 챔피언십(WRC) 등에서 잇달아 우승하며 콰트로 시스템의 우수성을 알렸다. 이후 1990년대에는 독일 투어링카 마스터즈(DTM)에 참가하기 시작한다.

 

▲ 올해 르망 24시 우승을 차지한 아우디 R-18 e-트론 콰트로 머신(사진=아우디)

 

1999년부터 르망 24시에 본격적으로 진입한 아우디는 초기 R8 머신을 시작으로 디젤 엔진을 적용한 R10 TDI, R15 TDI 등을 앞세워 압도적인 성적을 보여준다. 올해 열린 르망 24시에는 디젤 엔진과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더한 ‘R18 e-트론 콰트로’를 앞세워 통산 13번째 우승이자 3년 연속 우승을 달성하기도 했다.

 

▲ R-18 e-트론 콰트로에 쓰였던 레이저 헤드램프가 양산차에 적용되고 있다.(사진=아우디)

 

아우디가 모터스포츠를 통해 쌓은 차체 경량화 기술과 TDI 엔진의 성능, 내구성은 양산차에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르망 24시 머신에 장착됐던 레이저 헤드램프가 R8에 세계 최초로 적용돼 모터스포츠에서 사용된 기술이 양산자동차에 적용된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BMW - F1 / DTM

 

BMW가 양산차 최고 수준의 퍼포먼스를 갖고 있기는 하지만, 타 자동차 업체에 비해 모터스포츠에서의 경력은 화려하지 않은 편이다. 비교적 자동차를 늦게 만들기 시작했던 BMW는 모터스포츠 진출에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발전해 왔다. 1950~1960년대 BMW는 F1 팀에 기술력을 공급하면서 F1 진출을 위한 초석을 다지게 된다.

 

▲ 2007 시즌 F1에서 활약한 BMW 자우버 머신(사진=위키피디아)  

 

이후 BMW는 1982년 브라밤 F1팀에 터보 엔진을 공급함으로써 본격적으로 F1에 진출하게 된다. ‘BMW Power’ 로고를 새긴 F1 머신이 1983년 시즌 챔피언에 오름으로써 BMW의 엔진은 F1에서 큰 주목을 받게 된다. F1에서 터보 엔진이 금지되면서 자취를 감췄던 BMW는 2000년 윌리엄스 F1 팀이 다시 한번 BMW 엔진을 사용하면서 복귀하게 된다. 2006년 BMW는 자우버 팀을 인수하며 처음으로 섀시와 엔진을 동시에 만드는 워크스 팀을 갖게 된다. 하지만 BMW 자우버 팀은 2009년을 끝으로 해체됐으며, 자우버 팀만 유지된 채 BMW만 F1 무대를 떠나게 된다.

 

▲ 2014 시즌 DTM에서 사용되고 있는 BMW M4 DTM 머신(사진=BMW 모터스포츠)

 

BMW는 F1에서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대신 독일 투어링카 마스터즈(DTM)에서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BMW가 직접 팀을 꾸려 레이스에 참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머신을 지속적으로 공급해 BMW의 기술력을 알리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M3를 바탕으로 한 머신을 공급했으며 올해부터는 새롭게 M4 DTM 머신이 투입되고 있다.

 

 

폭스바겐 - WRC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독일의 국민차 폭스바겐의 모터스포츠 참가사는 화려하지 않다. 최근 들어 월드 랠리 챔피언십(WRC)에서 절대적인 강세를 유지하며 폭스바겐에 어울리는 실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WRC에 참가하기 전까지만 해도 폭스바겐이라는 이름을 가진 모터스포츠 팀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 우승을 자축하고 있는 폭스바겐 WRC 팀의 두 드라이버(사진=폭스바겐 모터스포츠)

 

2011년 폭스바겐은 WRC의 하위 클래스인 S2000 클래스에 신예 드라이번 세바스티앙 오지에를 영입해 참가하게 된다. 이후 2년간 폭스바겐은 WRC에 필요한 기술과 경험을 쌓으면서 하위클래스를 평정해 나갔고, 마침내 2013년 폴로 R WRC 머신을 앞세우고 본격적인 WRC 참가를 알렸다.

 

▲ 2년 연속 압도적인 성능을 보여주는 폴로 R WRC 머신(사진=폭스바겐 모터스포츠)

 

폭스바겐 최초의 모터스포츠 팀인 폭스바겐 WRC 팀은 WRC 참가 첫해인 2013년 세바스티앙 오지에가 챔피언에 오르며 폭스바겐의 자동차 만들기 실력이 모터스포츠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전세계에 알렸다. 폭스바겐은 WRC 참가 2년 차인 올해에도 개막전부터 내리 6연승을 내달리며 압도적인 성적을 이어나가고 있다.

 

 

현대자동차 - WRC

 

WRC에 새롭게 이름을 올린 신생팀에는 폭스바겐 말고도 현대자동차가 있다. 올해 11년만에 WRC 복귀를 선언한 현대자동차는 유럽에서 판매 중인 해치백 i20을 바탕으로 한 i20 WRC 머신을 사용한다.

 

▲ 현대 WRC 팀 드라이버인  유호 한닌넨이 핀란드 랠리 코스를 질주하고 있다.(사진=현대 모터스포츠)

 

사실 현대자동차는 1998년 WRC에 참가한 경험을 갖고 있다. 2000년대 초 WRC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도 했던 현대자동차는 좋은 흐름을 잇지 못한 채 2003년을 끝으로 WRC에서 모습을 감추게 된다. 그랬던 현대자동차가 WRC 복귀를 선언하게 된 데에는 모터스포츠를 통해 현대자동차의 이미지를 향상시키기 위함이 가장 크다. 현대자동차가 세계적인 규모의 자동차 회사이기는 규모에 걸맞는 제대로 된 이미지가 없었기 때문에 WRC를 통해 새로운 이미지 정립을 꾀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추측이다.

 

▲ 올해보다 내년 시즌이 더욱 기대되는 현대 WRC 팀의 I20 WRC 머신(사진=현대 모터스포츠)


한편, 올해 WRC에서 현대자동차가 올린 성적은 아직까지 미미한 편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현대자동차의 WRC 복귀를 환영하고 있으며, 이 같은 모습은 이미지가 썩 좋지 않은 국내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속단할 수 없지만 현대자동차의 WRC 복귀로 인한 이미지 상승은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김준혁 기자 innova33@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