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최용석] 요즘 SSD가격이 정말 싸졌다. OS(운영체제)와 기본 프로그램만 설치하기에 충분한 128GB대 제품이 7만~8만원대고, 용량이 큰 게임까지 설치하기 충분한 256GB대 제품들도 10만원대 중반에 불과하다. 보급형 PC에 HDD(하드디스크 드라이브) 대신 넣어도 큰 부담이 없을 정도다.

 

SSD 가격이 저렴해지면서 예전 같으면 ‘어리석은 짓’ 또는 ‘돈 낭비’ 취급을 받던 ‘자작 외장 SSD’도 시도해 볼만해졌다. 특히 SSD가 기본 장착되면서 내부 저장공간이 부족한 노트북 사용자라면 솔깃한 내용일 수도 있다.

 

요즘 나오는 외장하드 케이스들은 대부분 최대 5Gb/s의 전송속도를 제공하는 USB 3.0 지원 제품들이다. 일반 외장하드용 케이스와 시판되는 2.5인치 SSD를 조합하면 괜찮은 성능의 쓸만한 ‘자작 외장 SSD’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 요즘 SSD 가격이 싸져서 '자작 외장 SSD'도 쉽게 만들 수 있게 됐다.

 

물론 처음부터 외장형으로 나온 SSD 제품들도 이미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 다만 가격대가 128GB 기준으로 13만~14만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USB 3.0 외장하드 케이스가 고작 1만~2만원대고 128GB SSD가 7만~8만원 선이라 합쳐도 10만원을 넘지 않기 때문에 비용적으로도 직접 만든 외장 SSD가 더 싸다. 그렇다면 과연 성능은 어떨까.

 

USB 3.0을 지원하는 서로 다른 제조사의 2.5인치 외장하드 케이스 2종에 128GB SSD를 장착하고 성능 테스트를 진행했다. 사용한 SSD는 SATA3(6Gb/s)를 지원하는 2014년 출시 제품으로, 스펙 상 연속 읽기 520MB/s와 연속 쓰기 300MB/s의 성능을 제공하는 제품이다.

 

▲ 각각 다른 외장하드 케이스로 직접 만든 '외장 SSD'의 성능은 예상보다 훨씬 떨어졌다.

 

테스트 결과 외장하드케이스+SSD 조합으로 만든 ‘자작 외장 SSD’의 성능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시원찮게 나왔다. 연속 읽기 성능은 180~190MB/s, 쓰기 성능은 170MB/s 수준으로, SSD의 본래 스펙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성능을 보여줬다. 특히 읽기 성능은 1/3 정도에 그치고 있다.

 

물론 어떤 SSD든지 실제 성능은 스펙대로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용하는 PC의 제원이나 구성에 따라 테스트 결과도 조금씩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오차 범위를 한참 넘을 정도로 낮은 성능이 나오는 것은 어딘가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확인 결과 외장하드 케이스에 사용된 ‘컨트롤러 칩셋’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제조사가 다르고, 사용된 컨트롤러 칩셋도 서로 달랐지만 칩셋이 지원하는 최대 성능이 SSD를 사용하기에는 한참 부족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 외장하드 케이스에 채택된 칩셋들 모습. 둘 다 SATA2까지만 지원하는 칩셋이다.

 

A사 외장하드 케이스는 Initio사의 INIC-3607 칩셋을, B사 제품의 경우 Norelsys사의 NS1066 칩셋을 사용하고 있었다.

 

두 칩셋 모두 SATA 인터페이스를 USB로 전환해주는 브리지(bridge) 컨트롤러인데, USB는 둘 다 3.0까지 지원하고 있었지만 SATA의 경우 SATA2(3Gb/s) 까지만 지원한다. 즉 처음부터 SATA3용으로 만들어진 SSD가 제 성능을 낼 수 없도록 만들어진 제품인 셈이다.

 

외장하드 케이스들이 SATA2까지만 지원하는 칩셋을 쓰는 것은 칩셋 가격 문제도 있겠지만, 외장하드용으로 쓰이는 2.5인치 HDD의 성능이 어차피 SATA2 인터페이스의 최대 성능에도 못 미치기 때문이다.

 

▲ 외장하드 케이스에 HDD를 넣고 진행한 성능 테스트. SATA2의 요구스펙에도 한참 못미친다.

 

실제 테스트에 사용된 외장하드 케이스에 2.5인치 HDD를 꽂아서 테스트하면 읽기·쓰기 성능이 100MB/s를 넘지 못한다.

 

따라서 좀 더 비쌀 것이 틀림없는 SATA3 지원 브리지 칩셋을 쓸 이유가 없다. 즉 현재 시판중인 대부분의 ‘외장하드 케이스’는 HDD용으로 만들어진 것이지, SSD용으로 만들어진 제품은 아니라는 말이다.

 

물론 어느 정도 성능 저하를 감수하면 외장하드용 케이스에 SSD를 장착해 쓰는데는 문제없다. 속도가 제한되긴 하지만 HDD를 장착했을 때 보다는 검색속도는 물론 전송속도도 배 가까이 빠르기 때문이다.

 

반면, 처음부터 외장형으로 나온 SSD가 비싼 것은 SSD의 본래 성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더욱 고성능 칩셋을 사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시판중인 ‘외장 SSD’들은 읽기/쓰기 성능이 대략 300~400MB/s 전후로 본래 SSD의 성능에 가깝다.

 

▲ 성능이 중요하다면 '자작 외장SSD'보다 처음부터 외장 SSD로 만들어진 제품이 낫다.

 

결론은 저렴한 가격에 ‘자작 외장 SSD’를 만들어 쓰는 데 딱히 문제는 없지만 어느 정도 SSD의 성능은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능’까지 고려한 외장 SSD가 필요하다면 조금 비싸도 처음부터 ‘외장형 SSD’로 만들어진 제품을 사는 것이 낫다. 최대 USB 3.0의 속도를 제공한다는 외장하드의 제품 소개는 그저 ‘광고 카피’에 불과하다.

 

최용석 기자 rpch@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