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최재필]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국내 중소·벤처 기업은 물론 학생들까지 참여해 웨어러블 기술을 한눈에 엿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지난 23, 24일 양일간 서울 혜화동 홍대아트센터에서 개최된 '웨어러블 X 페어'에는 국가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들이 공개됐다.

 

 

▲'웨어러블 X페어' 현장 모습

 

 

미래창조과학부가 주최하고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관한 이번 행사에는 이미 상용화된 제품부터 이제막 개발 단계에 들어간 기술들까지 다양한 웨어러블 기술과 제품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웨어러블 기능의 완성, 손끝에서 재현하다

'모션링'

 

▲유즈브레인넷에서 개발한 웨어러블 디바이스 '모션링'

 

 

유즈브레인넷은 가정, 학교, 병원, 무대 등 각각의 테마에 맞게 구분 지어진 여러 부스 중 거실에 해당하는 '웨어러블 리빙룸'에 자리했다. 유즈브레인넷은 반지처럼 손가라에 끼워 사용하는 형태의 무선 마우스 '모션링'을 통해 부스에 마련된 PC 화면을 제어하는 모습을 시연했다.

 

무선 마우스 모션링은 별도의 드라이버나 프로그램 설치 없이 블루투스 페어링만으로 작동할수 있으며, 노트북의 위치와 사용자의 자세에 관계 없이 자신이 보고 있는 화면에서 조작할수 있다.

 

80가지 모션을 모두 외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유용한 몇 가지 모션만 알아도 한층 더 편리한 웨어러블 라이프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24일에는 원유석 유즈브레인넷 대표가 전문가 세션인 '웨어러블 스마트 디바이스 기술 활용 사업화 사례' 세미나에 강연자로 단상에 올라 '반지형 웨어러블 장치 모션링의 개발 과정'을 설명했다.

 

원 대표는 "6개월이면 제품을 완성할 수 있을거라 생각하고 개발에 착수했지만 결국 1년이 넘는 시간이 투자됐다"며 "그 만큼 심혈을 기울인 제품"이라고 자신했다. 원 대표는 향후에는 패션과 확장성까지 고려해 제품을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원 대표는 중소 웨어러블 디바이스 관련 업체들이 시장을 선점해 나가는 부분에 있어 어려운 환경에 대한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중소 벤처기업들은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개발해도 홍보·판로 개척·해외 진출 등에 취약한 부분이 있다"며 "정부 지원을 통해 이런 부분들이 개선될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내 아이가 10초 이상 전화를 받지 못한다?

'키즈온'

 

▲LG전자가 선보인 4~7세 어린이 전용 웨어러블 기기 '키즈온'

 

 

이날 행사장을 찾은 어머니들의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은 곳은 '키즈온' 부스였다. LG전자에서 선보인 키즈온은 4~7세 어린이들의 '안전'에 초점을 맞춘 제품으로, 부모로부터 걸려오는 전화를 아이가 버튼만 누르면 바로 통화할 수 있는 서비스다.

 

어린이는 키즈온을 손목에 차고, 부모는 스마트폰과 키즈온 기기를 연동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자신의 스마트폰에 설치하는 것만으로 GPS, 기지국, 와이파이 등의 네트워크 정보를 통해 전화를 받는 아이의 위치도 파악할 수 있다.

 

또 아이가 10초 내에 전화를 받지 못할 경우 자동으로 통화가 연결돼 위급 상황으로부터 안전하게 자녀의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자녀에게 전화를 걸 수 있는 발신번호는 보호자 2명의 휴대폰 번호를 포함한 최대 10개까지 제한됐다. 지정된 발신번호가 아니면 키즈온에 전화를 걸 수 없다.

 

 

고등학생들이 일냈다! 손쉬운 측량 웨어러블 기기

'지오메트리 핸드'

 

▲고등학생 4명이 뭉쳐 개발한 측량 웨어러블 기기 '지오메트리 핸드'

 

 

한국디지털미디어고등학교에 재학중인 이병훈 외 3명의 학생들은 길이, 각도, 무게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센서가 부착된 '지오메트리 핸드 장갑'을 선보였다. 장갑을 낀 사용자가 엄지와 검지를 움직이면, 장갑에 부착된 센서가 블루투스로 컴퓨터와 연결돼 다양한 데이터를 출력한다.  

 

이번 행사에서 열린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차지한 이 기기는  장갑 손가락 부분에 붙어 있는 가속도 센서를 통해 속도를 계산한다. 또 가속도를 이용해 길이을 측정하고, 물체의 모양을 따라 손을 이동하면 코사인, 사인 법칙을 활용해 각도 계산까지 가능하다. 실로 고등학생들이 개발했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혁신적인 웨어러블 기기다.

 

이병훈 외 3명의 학생은 올 1월 아이디어을 착안해 약 6개월여 노력한 끝에 이 기술을 완성시켰다. 인테리어, 토목, 구조물 만들기 등 활용범위가 광범위할 것으로 기대돼 무척 실용적인 아이템으로 발전할 수 있을 거라는 평을 받았다.

 

이병훈 군은 "우리가 만든 웨어러블 기기가 실생활에 적용돼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길 바란다"며 "다만 내년에는 수능 준비로 인해 또 다른 아이디어 개발이 어려울 수도 있을거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주먹만 쥐었는데 클릭이 된다 

'웨어러블 제스처 인식기'

 

▲손목 근육의 움직임을 적외선 센서로 감지하는 '웨어러블 제스처 인식기'

 

 

이 밖에도 손목 근육의 움직임을 감지해 음악 플레이어를 재생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도 소개됐다. 팔찌처럼 손목에 착용하는 이 기기는 아직까지 상용화 버전으로 완성되지 않았지만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면 클릭이 되고, 팔을 좌·우, 위·아래로 움직이면 마우스 커서가 그에 맞춰 이동하는 놀라운 기술을 지녔다.

 

팔찌 안쪽에는 손목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3개의 적외선 센서와 컴퓨터로 제스처를 전달하는 4개의 적외선 센서가 장착됐다. 이 적외선 센서들을 통해 손목 근육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컴퓨터로 전송되는 원리다.

 

한편 이번 행사에는 웨어러블 기기 전문 변리사의 강연도 함께 마련돼 웨어러블 기기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 특허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가 제공됐다.

 

엄정한 BLT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는 "해외에서는 웨어러블 특허에 관련된 논쟁이 활발히 벌어지고 있지만 국내는 아직 그런 단계는 아니다"라며 "특허 컨설팅과 관련해 정부지원사업도 마련됐으니 잘 활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디자인 특허출원을 조만간 출시된다는 뜻으로 전달하는 기사가 간혹 있는데 이 둘의 차이점을 명확히 구분하고 보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재필 기자 jpchoi@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