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가 진화하고 있다.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등 신기술이 확대 적용되고 있고, 소프트웨어정의(SDx) 등 새로운 트렌드도 급부상하고 있다. IT조선은 '스마트 데이터센터' 기획을 통해 기업 경영의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의 최신 트렌드를 점검하고 기업의 대응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IT조선 유진상] 삼성전자, HP, 델, EMC의 공통점은 뭘까. 하드웨어(HW) 기업에서 소프트웨어(SW)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는 것이다. 디바이스도 중요하지만 이를 구동하는 운영체제(OS)와 응용 프로그램인 SW의 가치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소프트웨어정의'라는 새로운 컨셉도 이들 기업이 주목하는 것과 기본적으로 같다. 기존 HW 중심에서 이제는 SW로 무게중심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소프트웨어정의는 HW로만 인식되던 네트워크, 스토리지, 데이터센터 등에 적용되면서 그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그 중심에는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DN, Software defined Network)가 자리잡고 있다.

 

네트워크 분야의 미래, ‘SDN’

 

SDN은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을 통해 네트워크 경로설정과 제어, 복잡한 운용관리를 편리하게 처리할 수 있는 차세대 네트워킹 기술이다. 데이터센터의 서버와 스토리지 가상화처럼 네트워크 라우터와 스위치를 하드웨어에서 없애고 높은 수준의 제어 소프트웨어로 대체하는 지능화 패러다임인 것이다.

 

쉽게 말하면 소프트웨어만으로 네트워크를 관리한다는 뜻이다. 각 HW 벤더들이 내놓은 제품을 통일된 표준 규격으로 생산해 SW만으로 관리하겠다는 얘기다. 이를 통해 네트워크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장애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또한 운영자는 편리한 관리 툴을 제공받을 수 있다.

 

▲기존 네트워크 구조와 SDN 네트워크 구조 비교(그림=한국정보통신산업진흥원)

 

네트워크 환경은 그동안 클라이언트-서버 애플리케이션에 최적화된 트리 구조와 특정 업체의 독점으로 인한 폐쇄적인 산업 구조로 돼 있었다. 하지만 최근 확산되고 있는 시장 환경의 변화는 기존 네트워크 아키텍처로 수용하는데 한계에 달했다.

 

즉, SDN의 출현은 최근들어 발생하고 있는 트래픽 패턴의 변화, 가상화 기술의 발전, 정체를 일으키는 복잡한 네트워크 구조, 네트워크 관리, 벤더 의존성 등과 같은 환경 변화와 시장의 요구, 네트워크 기능들 간의 불협화음 등을 탈피하겠다는 본격적인 움직임인 것이다.

 

2018년 356억 달러 규모 시장 형성

 

SDN 시장은 오는 2018년 356억 달러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SDN커뮤니티인 SDN 센트럴(SDN Central)에 따르면, 관련 수요 증가로 인해 SDN 시장은 급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 SDN 시장 규모(그림=SDN 센트럴)

 

전세계 네트워크 부문 투자 금액 중 SDN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3년 2%에서 2015년 10%, 2017년 28%, 2018년 40%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데이터센터에 구축되어 있는 기존의 네트워크 환경에서 SDN 구현을 가능케 하는 가상화 소프트웨어에 대한 지출 규모가 2013년 1000만 달러에서 2018년 12억 달러까지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또 SDN 센트럴은 SDN 전문 사업자의 연이은 출현과 최근 공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벤처캐피털의 SDN 관련 투자도 SDN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2009년에는 전무했던 SDN 관련 사업자가 2013년 4월을 기준으로 225개에 육박하고 있으며, SDN 관련 업체의 인수합병에 소요된 비용도 약 15억 달러에 달한다. 또 2009년 약 1000만 달러에 불과했던 벤처캐피털의 SDN 기술 부문 투자 금액도 2012년엔 4억 5400만 달러를 기록하며 45배 이상 증가했다.

 

▲네트워크 부문 SDN 투자비중(왼쪽)과 데이터센터 가상화 SW 지출 규모(그림=SDN 센트럴)

 

구글, SDN 구축해 90% 이상 네트워크 트래픽 향상

 

이처럼 급성장세를 보이는 SDN은 과연 어떤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구글은 지난 해 ‘지스케일(G-Scale) 프로젝트를 통해 전 세계에 흩어져있는 자사 데이터센터 백본(Backbone) 구간을 전부 SDN 기반 라우터와 스위치로 구축한 바 있다. 특정 네트워크 업체의 제품이 아닌 필요한 기능들만 담아낸 자체 개발 장비를 사용했다. 이를 통해 90% 이상의 네트워크 트래픽 효율성을 끌어올렸다.

 

일본의 니폰익스프레스는 SDN을 도입해 공간과 전력 비용을 크게 절감했다. 니폰익스프레스는 SDN 콘트롤러와 스위치를 기반으로 프라이빗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중앙 서버에서 네트워크를 변경해 공간을 약 70% 줄였다. 또한 전력 소비를 80% 줄이고, 네트워크 설정 비용을 연간 7만 5000달러를 절감했다. 장애처리 시간은 98% 단축했다.

 

▲니폰익스프레스 프라이빗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적용 개념도(그림=오픈플로우코리아)

 

미국의 버라이즌 역시 네트워크 부가 서비스 차별화를 위해 SDN을 도입해 상당한 효과를 거뒀다. 버라이즌은 SDN 콘트롤러와 스위치를 자체 개발해 적용한 결과, 실시간으로 네트워크 회선 상태를 점검하고 정체 구간 발생 시 중앙에서 경로를 재 설정할 수 있게 됐다. 또 애플리케이션과 사용자를 식별해 트래픽 경로 변경 및 정책적인 대역폭을 보장할 수 있게 됐다. 이 외에도 차별화된 고품질 QoS(Quality of Service) 기반의 콘텐츠 서비스도 가능해졌다.

 

국내 SDN 시장, 미국·일본과 격차 갈수록 커져

 

네트워크 기술 선진국인 미국과 일본에서는 SDN이 이미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반면 국내에서는 여전히 선행 기술의 영역 또는 연구과제 영역으로만 머물러 있는 상태다. 이 때문에 SDN 선진국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구축 프로젝트가 너무 적어 기술 개발 여력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 실정이다.

 

류기훈 나임네트웍스 대표는 “SDN은 틈새시장의 반짝 상품이 아닌 네트워킹 핵심 영역의 물줄기를 바꾸는 긴 호흡의 큰 변화”라며 “SDN을 통한 단기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비용절감과 서비스 민첩성 등을 고려해 근본적으로 문제에 접근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무엇보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국내 SDN 생태계를 공고히 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이러한 성과가 쌓이면 우리 기업이 세계 SDN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진상 기자 jinsan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