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이상훈] 현대그린푸드는 지난달 7일 글로벌 사모펀드 시티벤처캐피털파트너스(CVC파트너스)와 위니아만도 지분 100%를 매입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아직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이 인수로 인해 현대백화점이 계열사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게 됨은 물론 신성장동력의 발판을 지니게 됐다고 평가하며 주시하고 있다.

 

이번 인수계약은 현대그린푸드가 체결했다. 현대그린푸드의 지분은 정지선 회장이 12.67%, 정교선 부회장이 15.2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 현대백화점과 현대홈쇼핑의 지분을 각각 12.05%, 15.5%를 보유하고 있어 실제 지주사로 계열사를 통합하는 역할을 현대그린푸드가 하고 있다.

 

▲ 사진=위니아만도 홈페이지 화면 캡처

 

 

결과적으로 이번 위니아만도 인수 건은 현대백화점을 비롯한 자회사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우선 위니아만도가 고향으로 회귀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본래 위니아만도는 한라그룹에 속했다. 한라그룹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동생인 고 정인영 한라그룹 회장이 설립한 회사로, 위니아만도는 한라그룹의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만도의 냉장고, 에어컨 등 가전제품과 부품을 제조하던 회사였다. 한때는 업계 1위를 차지할 만큼 잘 나가던 회사였으나 지난 1999년 외환위기로 인해 모기업인 한라그룹이 부도처리 되자 외국계 사모펀드에 팔려나가게 됐다.

 

위니아만도가 현대백화점 계열에 합류하게 되면 한섬(의류), 현대LED(조명), 리바트(가구) 등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된다. 현대백화점 그룹은 2000년대 초반에 현대홈쇼핑과 현대HCN 케이블TV 사업에 진출하면서 유통 부문도 크게 강화했다. 하지만 여러 사업 중 유독 가전 부문은 거의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는데 이번 위니아만도를 인수함으로써 부족했던 가전사업을 강화하는 한편, 계열사 영업을 통해 위니아만도의 수익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게 된다.

 

정지선 회장은 지난 2010년에 현대백화점 그룹의 매출을 20조원 규모로 키우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현재 그룹 매출규모는 약 12조원 상당이며 그 중 절반이 백화점 매출이다. 여기에 위니아만도가 더해지고 B2B 사업을 강화한다면 작년에 4130억 원의 매출을 올린 위니아만도의 매출을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현대백화점 그룹과 위니아만도 모두 충만한 상태다.

 

과거 형제회사였던 위니아만도를 인수만 하고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위니아만도 내부에 팽배하다. 위니아만도 관계자는 “현재 위니아만도에서 딤채 김치냉장고, 프라우드 냉장고, 뽀송뽀송 제습기, 에어컨, 정수기, 에어워셔 등 여러 종류의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제품에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펼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백화점그룹에서 조금만 도움을 준다면 보다 활발한 마케팅을 펼치고, 수익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위니아만도는 현재 사모펀드인 CVC파트너스가 운영하고 있지만 그래서 수익을 내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에 마케팅에는 소극적이고 단기적인 이윤을 내기에 급급한 상태다. 따라서 현대백화점 품으로 들어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기업 간 시너지를 도모할 수 있게 된다면 신제품 출시도 좀 더 활발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긍정적인 분위기가 흐르자 위니아만도 노조 내부에서도 인수에 환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위니아만도 노조는 과거 KG그룹으로의 인수에 반발하며 파업을 벌여 인수를 무산시킨 적이 있다. 이번 인수에 대해서도 위니아만도 노조원들은 위니아만도 대표와 CVC파트너스, 현대백화점 3자와의 단체교섭을 요구하며 그간 축소됐던 사원 복지에 따른 보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런 요구로 인해 자칫 인수가 무산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노조의 의견이 양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절차가 성공리에 마무리되더라도 한 가지 고민은 남게 된다. 현재 위니아만도 매출의 30~40%가 하이마트에서 발생하고 있다. 하이마트는 롯데의 계열사인데, 인수가 완료되면 위니아만도는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이라는 경쟁구도에 본의 아니게 포함되게 된다. 따라서 현대백화점 그룹의 시세 확장에 대한 롯데하이마트 측의 견제가 생길 경우 하이마트 내 위니아만도의 비중이 줄어들 가능성도 존재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위니아만도는 에어컨, 냉장고, 제습기 등의 제조능력과 ‘딤채’라는 브랜드 파워가 상당해 현대그린푸드 등 관련 업체와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만큼 인수 발표 이후 현대그린푸드의 주가가 오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성장이 정체된 현대백화점으로서는 이번 위니아만도의 인수가 호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바봤다.

 

이상훈 기자 hifidelit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