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이진] 야당 추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상임위원들이 이인호 KBS 이사 선임 의결 과정에서 발생한 최성준 위원장의 무리한 운영을 지적하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야당측 위원들은 조회 및 티타임 참석까지 거부하기로 해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방통위는 지난 1일 오전 9시 전체회의를 열고 안건으로 상정된 이인호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에 대한 KBS 이사 추천을 의결했다.

 

그런데 이 교수에 대한 전체회의 의결 과정이 논란이 되고 있다. 원만한 과정이 아닌 최 위원장이 무리하게 강행했다는 것이다.

 

▲ 최성준 방통위원장 (사진=방통위)

 

방통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길영 전 KBS 이사장이 제출한 사표가 27일 수리됐는데, 이보다 앞선 26일 방통위가 이 후보자에게 이사 임명에 대한 동의 서명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방통위 공식 채널 의견은 다르다. 방통위 관계자는 "내부에 확인한 결과 이 전 이사장에 대한 사표 서류가 25일 올라갔었다"며 "내부 확인결과 임명 동의 서명은 지난 1일 받았다"고 말했다. 임명 동의 서명을 받은 시점에 대해 시각차가 있는 것이다.

 

전체회의 시간에 대한 부분도 논란이 되고 있다. 방통위 전체회의는 상임위원 2명 이상이 회의 소집을 요구하면 개최될 수 있다. 이 교수에 대한 KBS 이사 추천 관련 방통위 의결이 갑작스럽게 월요일 오전 9시 개최됐고, 회의 종료 시간을 오전 10시로 하자는 최 위원장의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나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시 개최된 전체회의는 애초 예정됐던 10시가 아닌 10시 20분께 끝났지만 최 위원장이 회의 종료에 대한 시간을 언급한 것이 도가 지나치다는 것이다.

 

고삼석 위원은 "이 후보자가 선임되면 이사장이 될 것이 확실하다는 점을 고려해 시간을 갖고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방통위원장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게다가 회의 종료 시간을 오전 10시로 잡은 것은 넌센스"라고 비판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지난 1일 'MBC 상암시대 개막 기념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났다. 정부 부처 수장인 대통령을 만날 때 부처장이 현안이 걸려있는 상태라면 만남 자체가 껄끄러울 수밖에 없는데 최 위원장이 대통령 만남 전 KBS 이사 추천 관련 의결을 마친 후 만나려 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허원제 상임위원이 1일 오후 독일 출장을 떠나야 하고, KBS 이사 의결을 목요일 전체회의로 미루면 여·야간 표결 결과 2:2가 나올 수 있다. 이 때문에 최 위원장이 이번 사안을 빨리 처리하기 위해 무리하게 강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방통위 관계자는 "대통령 미팅과 관련된 주장은 말도 안되는 억측"이라며 강하게 부정했다.

 

▲ 1일 개최된 전체회의에 강력 한발하고 있는 김재홍(좌)·고삼석(우) 위원

 

최 위원장의 KBS 이사 의결 추진과 관련, 방통위 야당 추천 위원들이 강력하게 반발했다.

 

김재홍 위원은 "무리하게 할 필요가 없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최 위원장이 일을 진행시켰다"며 "회의 운영 등과 관련해 최 위원장의 재발 방지 약속 및 사과·유감 표명이 없는 한 정규 회의를 제외한 다른 접촉에 일절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고삼석 위원도 "최 위원장에게 누차 이 후보자에 대한 의결 사안에 대해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고 얘기했지만 최 위원장이 강행 처리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합의제 기구인 위원회 자체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인호 KBS 이사 선임 과정에서 발생한 방통위원간 논란이 증폭됨에 따라 향후 방통위 운영이 파행을 겪지 않을지 우려된다.

 

이진 기자 miff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