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김남규] KB사태 장기화에 대한 '사외이사 책임론'이 부각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두 CEO를 몰아낸 데 이어 KB 사외이사의 동반사임을 종용하고 나섰고, 노조 역시 전원 사퇴를 촉구하면서 '전면 물갈이'를 주장하고 있다.

 

'사외이사 책임론'이 부각된 이유는 지난 5개월간 금융권을 시끄럽게 했던, KB사태에서 이들의 역할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의 갈등 이면에는 사외이사들이 있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KB사태 장기화에 따른 '사외이사 책임론'이 부각되면서 오는 26일로 임기를 다한 오갑수 사외이사의 연임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 이사의 퇴임이 KB 사외이사의 '물갈이'를 위한 첫 단추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금융당국은 현 사외이사들이 자진 사퇴하는 방향으로 이들을 압박하고 있다. 앞서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KB 사태와 관련해 국민은행과 KB금융 이사회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사실상 금융당국의 칼날이 이사회를 정조준하고 있는 것을 암시한 것이다.

 

KB금융 노조 역시 사외이사의 책임론을 주장하면서 전원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사회와 CEO의 밀애 관계가 관치금융의 폐해를 유지시키는 보호막 역할을 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노조의 주장처럼 KB의 CEO와 사외이사는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KB의 CEO와 사외이사 사이에 형성된 '자기 권력화' 현상이 그것으로, 끊임없이 권력을 독점하려는 '뫼비우스의 고리'가 형성돼 있다.

 

정상적인 이사회는 독립성을 기반으로 경영자를 견제해야 하지만, KB의 경우 지주사 회장이 직접 이사회 후보자 추전위원회에 참여해 사외이사를 선출한다. 문제는 회장에 의해 선출된 사외이사가 차기 회장 후보자 추천위원회와 동시에 계열사 CEO 후보 추천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하게 된다.

 

KB의 CEO를 이사진이 선임하고, 이렇게 선임된 CEO는 다시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그들만의 먹이사슬이 형성돼 있다. 여기에 지배구조도 취약해 사실상 정부의 낙하산 인사가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이 같은 이유로 오갑수 사외이사직 사의는 현재 형성된 권력의 고리를 끊겠다는 의지이고, 동시에 KB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시발점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갖기에 충분하다. 금융당국 역시 이 같은 점에 주목하고 있지만, 현재 오갑수 이사는 자진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과거 신한사태가 발생했을 당시 신한금융 사외이사들이 전원 사인한 사례가 있다"면서 "KB를 파탄으로까지 몰아간 사외이사가 단 한명도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았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규 기자 ngk@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