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김준혁] 현재 전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연비가 좋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낮은 대표적인 친환경 자동차로 디젤과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있다. 이 중 디젤 자동차는 가솔린 엔진에 비해 월등한 연비, 여기에 강력한 토크를 바탕으로 하는 퍼포먼스가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디젤과 비교해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연비와 승차감 부분에서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지만,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기기에는 부적합하다는 인식으로 인해 재미없는 자동차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페라리나 맥라렌, 포르쉐에서 만든 일부 하이브리드 하이퍼카의 경우 전기모터와 고성능 엔진을 결합해 경이로운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지만, 일반적인 하이브리드 자동차에서는 그런 모습을 기대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 하이브리드 로고가 선명한 인피니티 Q50S 하이브리드

 

그러나 인피니티의 'Q50S 하이브리드'를 마주하게 된다면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재미없는 자동차라는 선입견이 깨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 기존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소형 엔진과 전기모터를 탑재해 단순히 연비를 높이는데 집중했다면, Q50S 하이브리드는 V6 3.5리터와 전기모터를 조합해 V8 엔진에 버금가는 강력한 퍼포먼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하이브리드 자동차만의 장점인 연비도 포기하지 않고 있어,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이미 지난 여름 인피니티 Q50 2.2d를 통해 확인해 본 Q50 시리즈의 스포티함이 Q50S 하이브리드에서는 얼마나 배가 됐을지 경기 북부 일대에서 확인해봤다.

 

▲ 이 모습만을 봤을 때 디젤과 하이브리드 모델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Q50S 하이브리드와 Q50 2.2d는 엔진을 비롯한 파워트레인의 구성과 서스펜션 튜닝, 스티어링 시스템 등이 완전히 다른 자동차다. 하지만 이러한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들과는 무관하게 Q50 오너가 아닌 이상 두 모델 사이의 디자인 차이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그만큼 Q50S 하이브리드와 Q50 2.2d의 외관은 90% 이상이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일단 사이드 실루엣에서 큰 차이를 발견하기 힘들고, 19인치 사이즈의 알로이 휠 디자인도 같아 측면에서는 Q50S 하이브리드와 Q50 2.2d를 구별하기가 어렵다.

 

▲ 디젤 모델과 동일한 Q50S 하이브리드의 측면 디자인과 19인치 알로이 휠

 

후면 디자인도 모델명이 새겨진 배지 단 한 부분만을 제외하고는 완벽하게 같다. Q50S 하이브리드는 ‘Q50S’라는 배지가 붙어있어 ‘Q50’으로만 구성된 Q50 2.2d와 다른 모델임을 드러내고 있다. 전면부에 비해 카리스마가 부족했던 Q50 2.2d의 후면 디자인이 큰 차이 없이 적용된 것은 여전히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고성능 모델에서 자주 사용되는 리어 디퓨저나 자그마한 리어 스포일러라도 적용됐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 디젤 모델의 다소 밋밋한 디자인이 하이브리드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 Q50S 배지 하나만이 Q50S 하이브리드의 특별함을 증명해준다.

 

측면과 후면 디자인에서 Q50 2.2d와 동일한 모습을 보여주는 Q50S 하이브리드는 전면에서 비로소 디자인적인 차이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마저도 눈을 크게 뜨고 찾아보지 않으면 두 모델 사이에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전체적으로 곡선 형태의 프론트 범퍼 디자인을 갖고 있던 Q50 2.2d와 비교해 Q50S 하이브리드의 프론트 범퍼는 양끝에 강한 에지를 줘 보다 강한 인상을 갖게 됐고, 방향지시등과 안개등이 포함된 부분도 블랙 컬러로 처리해 디젤 모델보다 카리스마가 강해졌다.

 

▲ 디젤과 비교해 큰 차이를 발견하기 쉽지 않지만, 카리스마가 더해진 것만은 분명하다.

 

이처럼 프론트 범퍼에 직선이 더해진 것 외에 헤드램프와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점은 Q50S 하이브리드가 고성능을 갖고 있는 특별한 모델이라는 점을 생각해봤을 때 조금은 아쉬운 구성으로 보인다. Q50 시리즈의 연속성을 위해 디자인 차별화를 최소화 했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알로이 휠의 디자인이라도 다른 모습으로 구성됐더라면 Q50S 하이브리드를 탄다는 특별함이 더 해졌을 것이다.

 

▲ 패들 시프트와 시트의 형상이 조금 바뀐 것 외에는 디젤과 하이브리드의 실내는 동일하다.

 

외관에서 Q50 2.2d와 큰 차이를 보여주지 않았던 Q50S 하이브리드의 모습은 실내에서도 이어진다. 센터페시아에서 시작돼 센터터널, 도어까지 이어지는 메이플우드 장식을 Q50S 하이브리드의 실내에서도 발견할 수 있고, 실내 곳곳에 적용된 가죽 소재도 동일하다. 여기에 Q50S 하이브리드의 고성능을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스티어링 휠 뒤쪽에 패들 시프트가 적용됐으며, 앞좌석의 디자인도 디테일한 부분에서 차이가 난다.

 

▲ 스티어링 휠 뒤에 길다란 패들 시프트가 눈에 띈다.

 

디자인적인 부분에서 차이가 없기는 하지만 Q50 시리즈의 실내 구성이 경쟁 모델 대비 높은 수준이었기 때문에 Q50S 하이브리드에 적용된 소재나 편의 사양 등에서 아쉬움을 느끼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뒷좌석이 다소 좁은 편이지만 전반적인 실내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다만, 트렁크에서는 얘기가 조금 다르다. 전기모터를 움직이는데 필요한 배터리가 뒷좌석과 트렁크 사이에 자리하는 바람에 육안상으로 볼 때 트렁크 공간이 30~40%는 줄어들게 됐다. 후륜구동 방식의 적용과 무게 배분을 위해 트렁크에 배터리를 위치시켰던 Q50 2.2d의 트렁크도 넓은 것은 아니었지만, 하이브리드 모델에서는 이러한 공간이 더 줄어들게 돼 실용성 부분에서 많은 점수를 잃게 됐다.

 

▲ 전기모터용 배터리로 인해 트렁크 공간이 많이 희생됐다.

 

그러나 이러한 트렁크 공간의 협소함은 Q50S 하이브리드의 막강한 주행 성능 앞에서는 부차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만큼 Q50S 하이브리드의 퍼포먼스는 기대 이상으로 막강했고, 꽤 스포티한 주행 성능을 보여줬던 Q50 2.2d와는 완전히 다른 자동차 같은 모습까지 보여줬다.

 

▲ 쭉 뻗은 직선구간에서 Q50S 하이브리드를 따라올 차는 많지 않을 것이다.

 

일단 Q50S 하이브리드의 가속성능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반응 속도가 뛰어난 V6 엔진과 전원 연결 즉시 최대토크를 발휘하는 전기모터의 힘이 만나 액셀 페달을 밟는 즉시 머리가 뒤로 젖혀질 만큼의 막강한 추진력을 경험할 수 있다. 놀라운 점은 이러한 추진력이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 완만한 언덕 길도 Q50S 하이브리드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전방만을 바라본 채 액셀 페달에 계속해서 힘을 주다 보면 어느새 속도가 200km/h의 고속 영역에 도달해 있음을 깨닫게 되고, 이 속도에서도 여전히 힘이 남아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물론 엄청난 속도에서도 차체는 한치의 미동도 없이 안정된 자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풍절음이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도 거의 없어 실제 속도를 체감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120km/h가 넘는 속도에서도 정지 상태와 큰 차이가 없는 재가속이 가능하다는 점은 Q50S 하이브리드의 파워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 Q50S 하이브리드에 앉아 앞만 바라보고 달리게 되면 순식간에 속도가 올라간다.

 

Q50S 하이브리드가 이처럼 엄청난 힘들 보여줄 수 있는 데에는 306마력의 최고출력과 350Nm의 최대토크를 발휘할 수 있는 V6 3.5리터 엔진, 68마력과 270Nm의 토크를 갖고 있는 전기모터의 조합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사실 Q50S 하이브리드에 탑재된 306마력 사양의 닛산 VQ35HR 엔진이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는 유닛이라는 사실은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 엔진 룸 깊숙한 곳에 위치한 V6 3.5리터 엔진, 주변에 하이브리드 연결 케이블이 눈에 띈다.

 

하지만 여기에 강력한 전기모터까지 더 해지면서 Q50S 하이브리드의 시스템 총출력은 364마력까지 치솟게 됐고, 최대토크 역시도 540Nm를 상회하게 돼 V8 5.0리터 엔진에 버금가는 출력을 갖게 됐다.

 

▲ Q50S 하이브리드에 적용된 다이렉트 어댑티브 스티어링 시스템(사진=인피니티)

 

Q50S 하이브리드가 강력한 가속 성능을 자랑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다이내믹한 코너링 성능도 갖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Q50S 하이브리드에 세계 최초로 탑재된 다이렉트 어댑티브 스티어링 시스템과 디젤 모델보다 더 단단하게 튜닝된 서스펜션의 조합으로 가능해졌다.

 

▲다이렉트 어댑티브 스티어링 시스템을 이용해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

 

우선 다이렉트 어댑티브 스티어링 시스템에 대해 언급하자면, 기존 스티어링 시스템은 전기모터와 기어, 스티어링 칼럼 등의 여러 부품을 거쳐 앞바퀴의 조향이 이뤄졌다. 그러나 Q50S 하이브리드의 스티어링 시스템은 이런 과정없이 스티어링 휠의 조향을 전자신호로 바꿔 ECU를 거친 뒤 앞바퀴로 전해지기 때문에 속도나 노면에 따라 앞바퀴의 독립적인 조향이 가능하고, 운전자의 취향에 따라 스티어링의 무게감이나 반응속도를 바꿀 수 있다. 물론 기존 스티어링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기계적으로 연결이 돼 있어 만에 하나 시스템이 오작동을 일으킬 경우, 물리적인 조향도 가능하다.

 

▲ 굽이치는 와인딩 로드에서 Q50S 하이브리드의 또 다른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첨단 기능으로 무장한 Q50S 하이브리드의 스티어링 시스템을 가장 무거운 감도와 가장 빠른 응답성으로 설정한 뒤 코너 주행에 나섰다. 스티어링 설정을 바꾸게 되면 그 반응을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다. 스티어링 휠에 무게감이 더해지는 만큼 안정감있게 코너를 공략할 수 있고, 피드백도 빨라져 민첩하게 코너를 탈출할 수 있다.

 

▲ 첨단 스티어링 시스템과 단단하게 조율된 서스펜션이 만나 훌륭한 코너링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물론 스티어링 모드를 가볍고, 보통 수준의 응답속도로 설정해두면, 손가락 하나만으로도 가볍게 스티어링 휠을 돌릴 수 있어 시내 주행에서 보다 편하게 운전을 할 수 있다. 전에 없던 새로운 시스템의 적용으로 인해 이질감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았지만, 실제로 마주한 다이렉트 스티어링 시스템은 높은 완성도를 보여줬다.

 

▲ 패들 시프트를 이용해 반응이 빠른 7단 자동변속기를 마음대로 요리할 수 있다.

 

보다 날카로워진 스티어링 시스템과 강력한 파워에 대응하기 위해 보다 스포티하게 튜닝된 서스펜션의 감각도 일품이다. 조금 과한 속도로 코너에 진입해도 무게 중심의 이동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만큼 노면과의 높은 접지력을 만들어내고, 댐퍼 스트로크도 적당하게 설정돼 승차감도 크게 훼손되지 않았다.

 

▲ 다양한 주행 모들를 지원하는 드라이브 모드 셀렉터 버튼

 

여기에 주행안전장치를 모두 해제하고 와인딩 로드를 질주해도 뛰어난 차체 밸런스 덕분에 좀처럼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경우에 따라 약한 오버스티어 현상이나 휠스핀이 발생하기는 하지만 두려움보다는 운전의 재미를 더해주는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전반적으로 나무랄 데 없는 훌륭한 주행감각을 보여준 Q50S 하이브리드에서 단 한 가지 부족한 부분을 꼽자면 자극적인 맛이 부족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가속성능과 코너링 퍼포먼스는 훌륭하지만 그 과정에서 고성능에 걸맞는 엔진 또는 배기 사운드가 추가됐다면 보다 감성적인 면에서 어필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 주행 모드에 따른 변화가 디젤 모델보다 뚜렷하다.

 

강력한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바탕으로 막강한 주행 성능을 보여준 Q50S 하이브리드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어울리는 높은 연료효율성도 보여준다. 주행 성능을 바꿀 수 있는 드라이브 모드 셀렉터에 새롭게 추가된 에코 모드 덕분에 고성능을 즐기면서도 연료를 충분히 아낄 수 있게 됐다.

 

기본적으로 급가속을 하지 않는 이상 60km/h까지는 전기모터만으로 주행이 가능하고 에코 모드를 사용할 때는 전기모터만을 이용한 주행 거리가 크게 늘어난다. 여기에 에코 모드로 정속 주행 시에는 엔진 대신 최대한 전기모터만을 이용해 주행하려는 모습이 보여지고, 이러한 모습은 90km/h의 속도에서도 나타나게 된다.

 

▲ 거칠게 달려도 Q50S 하이브리드는 공인연비에 근접한 실연비를 보여줬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완성된 Q50S 하이브리드의 실연비는 437km를 주행하면서 11.5km/l를 기록했다. 연료 게이지는 35% 이상이 남아있었고, 주행 가능 거리는 221km였다. 공연 복합연비 12.6km/l와는 약 1km/l의 차이가 있었지만, 일상 주행이 아닌 과격한 스포츠 주행이 계속됐던 점을 고려했을 때 Q50S 하이브리드의 실연비는 분명 놀라운 수준이다.

 

▲ Q50S 하이브리드는 기존 하이브리드 자동차, 경쟁 모델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부분은 가격이다. Q50S 하이브리드는 현재 6700만 원대에 판매되고 있는데, 경쟁 모델과 비교해 큰 차이가 나지 않는 모습이다. 그 중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으로 무장한 독일산 라이벌의 6000만 원 초반대 가격보다 비싸기는 하지만, V8 대배기량 엔진에 뒤지지 않는 놀라운 퍼포먼스와 공인연비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연비, 여기에 경쟁 모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편의장비는 Q50S 하이브리드의 가치을 높여준다.

 

물론 브랜드 인지도에서는 큰 차이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주변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첨단 기능으로 무장한 고성능 하이브리드 스포츠 세단을 즐길 준비가 돼 있는 운전자라면 주저없이 Q50S 하이브리드를 선택하길 바란다.

 

김준혁 기자 innova33@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