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이진] 대기업 계열 알뜰폰 업체의 시장 점유율이 무려 55%에 달하며, 이통 자회사의 알뜰폰 가입자수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알뜰폰 시장이 기존 이통 시장의 5:3:2(SK텔레콤:KT:LG유플러스) 구도를 고착화 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 최원식 의원 (사진=의원실)

 

최원식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제출받은 알뜰폰 관련 국감자료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8월말 기준 국내 알뜰폰 가입자는 총 380여만명이며, 이중 CJ헬로비전이 77만명, SK텔링크가 63만명을 확보하는 등 8개 재벌그룹 10개 계열사 가입자가 54.8%인 213만 명에 달했다.

 

삼성 에스원의 경우 일반 알뜰폰 사업과 함께 방범사업에 알뜰폰망을 활용하고 있는 데 가입자수를 밝히지 않았지만 미래창조과학부 제출 자료 분석 결과 적어도 30만 명 이상으로 3위에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태광계열사인 KCT는 16만명, KT파워텔 5만 9000명, KTIS 5만 3000명 등 KT계열사들이 나란히 5~6위를 차지했다. KT텔레캅은 2만 5000명, 이마트(신세계)는 4만 1000명, 미디어로그(LG)는 2만 5000명 등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 재벌계열사 알뜰폰 가입자 현황(자료=최원식 의원실)

 

재벌계열사 점유율이 50%를 넘은 것은 올해 초부터다. 알뜰폰 사업이 개시된 지난 2011년 말 10.8%로 시작해 1년만인 2012년 말 30.9%, 다시 1년 뒤인 2013년 말 49.7%를 기록하는 등 재벌계열사들이 알뜰폰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왔다.

 

지난 7월 KT와 LG유플러스의 자회사가 알뜰폰 사업에 진출한 후 가입자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약 2달 동안 SK텔링크는 6만1000명, KTIS 5만 3000명, 미디어로그 2만 4000명 등 이통3사 자회사는 두 달 동안 14만 명 가까이 가입자를 늘렸다.

 

이통사 진출이 알뜰폰 시장을 왜곡시킬 것이란 우려도 현실화되고 있다. 영업정지 기간 동안 평소의 2배에 육박하는 가입자를 유치함으로써 알뜰폰 시장을 대리 영업장으로 활용한 징후들이 포착되고 있다.

 

실제로 LG유플러스가 영업정지에 들어간 지난 8월 27일부터 9월 2일을 비롯해 8월 한 달 동안 미디어로그는 1일 평균 가입자 834명의 1.8배에 달하는 1482명을 모집하였고, SK텔레콤의 자회사 SK텔링크도 8월 한 달 1일 평균 가입자 1440명의 1.7배인 2420명을 모집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이통사 알뜰폰 진출을 허용하면서 모기업의 유통망을 이용한 영업활동 금지 등의 등록조건을 부과했으나 현재까지 등록조건 위반 사항을 적발한 적은 없다. 그러나 이 같은 행위를 방치할 경우 이동통신시장에 고착화된 5:3:2 구조가 알뜰폰 시장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원식 의원은 "재벌계열사가 알뜰폰 시장을 지나치게 점유하게 되는 추세를 방치할 경우 5:3:2 구조가 고착화돼 가계통신비가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 이동통신시장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며 “재벌계열사의 지나친 점유를 제한하고 중소알뜰폰업체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방안을 적극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진 기자 miff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