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최재필]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이 시행된지 6일째 됐다. 각 이통사 대리점·판매점 매장 안팎에는 단통법의 내용을 담은 새로운 광고 문구 와 공지사항들이 속속들이 생겨나며 전에 볼수 없었던 새로운 유통점의 모습이 형성돼 가고 있다.

 

▲한 휴대폰 대리점 앞에 '단통법이 뭐야?'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이 세워져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지난 1일 소비자들이 휴대전화를 구입할 때 누구나 공평한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겠다는 취지로 단통법을 시행했다.

 

대리점과 판매점은 정부가 정한 지원금 가이드라인 30만원에 더해 15% 내에서 추가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다. 이에따라 소비자는 34만 5000원까지 받을 수 있게 됐다.

 

약 4만여개로 추정되는 국내 휴대전화 대리점 및 판매점은 기존 '전국에서 제일싼집', '공짜폰 드려요' 등의 소비자를 현혹하는 과장 광고를 모두 거둬들이고 단통법 내용에 맞는 새로운 매장 분위기를 만들어 가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휴대폰 지원금과 판매가격 매장내 공시

 

단통법 시행 후 최근 3일간 서울 및 경기 지역의 이통사 대리점·판매점을 돌며 매장내 달라진 모습을 살펴본 결과, 매장내에 게시된 '휴대폰 지원금 및 판매가격 매장내 공시'에 대한 팻말이 가장 눈에 띄었다. 현재 이통3사는 각사 홈페이지를 통해, 대리점·판매점은 매장내에 단말기별 소비자에게 지급되는 지원금을 투명하게 공개, 소비자는 이를 통해 단말기를 구매할 수 있게 됐다.

 

단통법 시행 전 무분별한 보조금 투입으로 이를 뚜렷하게 공시하는 매장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을 고려하면 크게 달라진 부분이다.

 

▲한 휴대폰 대리점 매장내에 게시돼 있는 '휴대폰 지원금 및 판매가격표'

 

유통점 지원금 공시 내용을 살펴보면 단말기별 ▲출고가 ▲요금제 ▲가입유형 ▲이통사 지원금 ▲판매점 추가지원금 ▲최종 판매가격 등이 기재돼 있다.

 

예를 들어 출고가격이 95만 7000원인 갤럭시노트4를 구매할 경우 LTE89.9 요금제를 적용해 신규가입을 한다면 이통사가 주는 지원금 8만원과 판매점이 주는 추가 지원금 1만 2000원을 제외한 86만 5000원이 소비자가 실제 부담하는 구매가격임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다만 대부분의 판매점들이 불만사항으로 꼽는 것은 기대보다 '낮은 지원금' 책정이다.

 

앞서 최성준 방통위원장과 이종천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이사는 이통사들이 지급한 보조금 수준에 대해 예상보다 너무 적게 책정됐다며 질책한 바 있다.

 

남대문 시장에 위치한 휴대폰 대리점 관계자는 "단통법 시행 이후 지원금 가격을 공시한 팻말을 놓고 장사를 하니 투명한 부분이 있어 좋다"며 "다만 지원금 규모를 보고 실망하고 돌아서는 고객이 대부분이어서 불만이다"고 말했다.

 

 

'사전승낙서' 매장에서 확인 가능  

 

단통법 시행 이후 매장 내에서 또하나 달라진 점이 있다면 바로 '사전승낙서'가 부착돼 있다는 점이다.

 

미래부·방통위는 불법 보조금으로 인한 시장과열을 방지하고 건전한 시장질서를 조성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판매점에 대한 인증 제도인 사전승낙제를 도입했다.

 

▲한 휴대폰 판매점 벽에 '사전승낙서'가 부착돼 있다.

 

이통사는 판매점 사전승낙 기준으로 ▲사업자 적정성 ▲영업장의 정확성 ▲허위과장 광고 금지 등 이용자 보호 활동 등에 대한 21개 항목을 심사 기준으로 정했다. 알뜰폰 사업자의 판매점도 사전승낙을 받아야 영업이 가능하다.

 

만약 사전승낙을 받지 않은 판매점이 영업을 하다 적발되면 최대 1000만원 이하(대형유통점 최대 5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아울러 사전승낙 주체인 이통사는 판매점이 승낙시에 부과한 조건을 위반한 경우 그 승낙을 철회할 수 있다.

 

인천의 한 휴대폰 판매점 점주는 "법이 시행됐으니 우리도 사전승낙서를 매장에 게시하게 됐다"며 "다만 철회 기준에 대해서는 납득이 안가는 부분이 많아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통사의 판매점 사전승낙 철회 기준은 ▲지원금 차별 지급 금지 ▲지원금 과다지급 및 공시 위반 ▲공시내용 및 추가지원금 미게시 ▲지원금 연계 개별계약 체결 제한 ▲이동통신단말장치 구입비용 구분 고지 ▲긴급중지명령 불이행 ▲사실조사 거부·방해·기피 ▲시정명령 불이해 등의 항목이다.

 

 

휴대폰 요금 월 12% 추가 할인?

 

단통법 시행 전 대리점·판매점에는 대부분 '보조금 최대 지급' 또는 '옆집 보다 싼집' 등 당일 지급하는 보조금에 초점이 맞춰진 광고 문구를 통한 홍보에 집중했는데, 지금은 단통법을 안내하는 광고 문구가 늘었다.

 

▲한 휴대폰 대리점 앞에 '휴대폰 요금 월 12% 추가할인'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그 중 소비자들이 눈길을 사로 잡는 것이 '휴대폰 요금 월 12% 추가 할인'이라는 광고문인데, 이는 단통법 시행 전 볼 수 없었던 내용이다.

 

매장에 붙어 있는 12% 추가 할인은 단통법 시행으로 신규 단말기를 구입하는 대신 종전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그대로 이용하고자 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할인 프로그램이다.

 

예를 들어 LTE 54요금제를 쓰던 가입자의 경우 2년 약정 조건으로 할인을 받아 4만 8000원의 요금을 납부했다면 단통법 시행 이후에는 여기에 4800원(12%)을 추가로 할인 받아 3만 5200원만 내면 된다.

 

다만 12% 요금 할인을 적용받기 위해서는 '약정 할인' 기간이 끝난 가입자가 추가로 2년을 재약정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만약 2012년 10월 중 약정계약을 한 가입자라면 2년 전 계약 당일 이후부터 다시 재계약을 할 수 있다.

 

현재 '약정' 상태인 사용자는 약정기간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거나 혹은 현재의 약정 단말기를 중도 해지하면 재약정 조건을 갖출 수 있다. 약정 해지에 따른 위약금이 12% 할인으로 받게되는 금액보다 비싸면 종전 약정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현명하다.

 

서울 을지로에 있는 한 휴대폰 대리점 관계자는 "매장 앞에 12% 추가 할인에 대한 문구를 걸어 놓은 이후로 문의하는 분들이 많다"며 "아직 약정을 새로 걸고 혜택을 받아가신 분이 없어 소비자들에게 이 제도가 큰 의미가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조금 '유혹' 아닌 카드할인 '권유'

 

단통법 시행 이후 판매원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권유하는 것은 바로 '카드할인 혜택'이다.

 

기존에는 대부분 페이백 등을 동원한 보조금을 미끼로 소비자들로 하여금 구매 욕구를 불러 일으켰다면 최근에는 '카드할인'을 추천하는 판매원들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들이 말하는 카드 할인 관련 카드는 신한·국민·롯데 카드 등이며 월 이용금액이 일정금액 이상이 되면 그에 상응하는 요금을 할인 받을 수 있다. 연간 최대 할인액은 50만원이다. 단, 카드 포인트는 삭감된다.

 

명동에 위치한 휴대폰 대리점 관계자는 "솔직히 단통법 시행 이후 지원금을 보고 구매를 결정할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라며 "그나마 혜택을 많이 받기 위해서는 카드 할인을 받는 게 가장 유리한 조건"이라고 말했다.

 

 최재필 기자 jpchoi@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