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김남규] 신한은행 불법 계좌조회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징계가 예정된 가운데, 과거 신한사태가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의해 조직적으로 진행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 중구 태평로 소재 신한은행 본점 전경.

 

김기식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참여연대와 함께 신한은행 비상대책위원회 문건과 1차 회의록을 공개하고, 라응찬 전 회장에 대한 고발장을 검찰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13일 밝혔다.

 

김기식 의원과 참여연대는 "지난 2010년 '신한사태' 당시 라응찬 전 신한지주회사 회장과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이 조직적으로 불법행위를 벌인 증거가 있다"면서 당시 은행 측이 작성한 비상대책위원회의 문건을 언론에 공개했다.

 

'신한사태'는 지난 2010년 신한은행이 전임 은행장이었던 신상훈 신한지주회사 사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의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불거진 사건이다.

 

▲(왼쪽부터) 김기식 새정치연합 의원, 라응찬 전 신한지주 회장, 신상훈 전 신한지주 사장 (사진=연합뉴스)

 

김기식 의원 등이 공개한 '비상대책위원회 운영(안)'이라는 문서에는 언론·고객들의 동향과 함께 "'신사장님'의 반박 내용에 대한 대응논리 및 대응수준 결정 필요성 제기"라는 문구가 적혀져 있다.

 

김기식 의원 등은 이 문건을 근거로 "라 전 회장과 이 전 은행장이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서 '계좌조사반', '계좌추적팀'을 만들어 조직적, 불법적 계좌 조회와 추적을 했다"며 "(불법적 조직을 운영한) 그 대상은 아직 불분명하지만 신 전 사장을 몰아내기 위해 벌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라 전 회장과 이 전 은행장 측이 비리 의혹을 감추고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신상훈 전 사장 측에 대한 퇴출작전을 펼친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정상적인 은행의 감사·운영 규정을 위반하고 '비대위'를 결성해 운영했다"고 강조했다.

 

▲김기식 의원실이 13일 공개한 신한사태 당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문서(출처=김기식 의원실)

 

김기식 의원측은 신한은행이 고소 이전부터 신 전 사장을 몰아내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했으며, 비대위 구성도 그 일환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한 참여연대 측은 '신한사태'와 관련, 라 전 회장 측의 불법행위에 대한 고발장을 검찰에 제출할 예정이다.

 

실제, 지난 2010년 신한은행은 신상훈 사장을 15억원 횡령 혐의와 금강산랜드 불법대출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금융권에서 은행이 전임 은행장을 고소한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라응찬 전 회장은 지금까지 이 사건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신상훈 전 사장은 지난해 항소심에서 대부분 무혐의 판결을 받고 벌금형으로 감형됐다. 신한은행은 이후에도 수차례에 걸쳐 불법 계좌 조회 및 추적 의혹에 휩싸였고, 그때마다 상시 감사 메뉴얼에 따른 행동이라는 주장을 반복해 왔다.

 

이에 반해 라응찬 전 회장은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등으로 현재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그러나 아직 본격적인 검찰 수사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김기식 의원은 "국정감사를 통해 당시 신한은행에서 벌어진 불법 계좌조회의 문제점을 지적할 계획"이라며 "금융실명제법, 신용정보법 등을 위반한 범죄를 묵인한 금융 당국의 잘못도 규명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2010년 '신한사태' 당시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과 가까웠던 전·현직 직원과 가족, 고객들의 계좌를 불법 조회한 신한은행 전·현직 임직원 20여명에 대해 징계를 사전 통보했다.

 

김남규 기자 ngk@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