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노동균] 애플이 지난 주 자사의 신형 태블릿 PC ‘아이패드 에어 2’와 ‘아이패드 미니 3’를 동시에 선보였다. 그러나 세간의 관심은 아이패드 에어 2에만 쏠려있는 가운데, 아이패드 미니 3는 되레 전작인 아이패드 미니 2를 돋보이게 하는 제품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인 모습이다.

 

▲최근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아이패드 에어 2와 아이패드 미니 3(사진= 애플)

 

우선 아이패드 미니 3는 기존 아이패드 미니 2와 비교해 하드웨어 제원상 거의 같은 제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신제품에 성능이 개선된 프로세서를 탑재하거나 더 슬림하고 가벼운 외관을 적용해온 것과 달리, 애플은 아이패드 미니 3에 지문 인식 터치 ID만을 추가하는데 그쳤다.

 

아이폰 5S부터 탑재되기 시작한 터치 ID가 아이패드 라인업으로 확대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수순으로 읽힌다. 터치 ID는 애플이 iOS 8과 함께 선보인 결제 서비스 ‘애플 페이’의 연장선상에 있는 장치로, 특히 최근 맥과 iOS의 통합된 사용자 경험을 강조하고 나선 애플로서는 아이패드에도 지문인식 기능을 넣을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터치 ID의 추가 외에 애플은 아이패드 미니 3에 대해 별다른 언급 없이 지나쳤다. 실제로 애플은 키노트에서 아이패드 에어 2를 비중있게 설명한 것과는 달리, 아이패드 미니 3에는 약 40초의 시간만을 할애했다. 애플코리아의 보도자료에서도 아이패드 미니 라인업에 대한 언급은 한 단락에 불과했다.

 

애플이 아이패드 미니 3에 크게 힘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느낌은 애플 홈페이지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아이패드 에어 2는 ‘가볍게 세상을 바꾸다’라는 제품의 특징을 직관적으로 표현한 슬로건을 내걸고 있으나, 아이패드 미니 3는 ‘터치 ID 탑재’라는 무미건조한 설명만이 달려 있다.

 

▲애플 홈페이지상의 아이패드 에어 2와 아이패드 미니 3 페이지(사진= 애플)

 

소비자들도 아이패드 미니 3와 전작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 단치 터치 ID라는 점에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애플은 신제품에서 가장 혁신적인 요소를 제품명에 수식어로 사용하곤 한다. 지난해 아이패드 미니 2에서는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적용하며 제품을 ‘아이패드 미니 레티나 디스플레이’로 명명했다. 당시 아이패드 미니의 레티나 디스플레이 적용은 소비자들이 가장 원했던 요소였다.

 

반면, 이번 아이패드 미니 3는 ‘아이패드 미니 터치 ID’로 불린다. 이미 아이폰 5S부터 선보인 터치 ID를 소비자들의 혁신의 요소로 받아들이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렇듯 아이패드 미니 3가 외관과 성능에서 별다른 변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신제품을 출시하면 전작의 가격을 100$ 내리는 애플의 정책으로 되레 아이패드 미니 2가 소비자들의 큰 주목을 받게 됐다. 아이패드 미니 3의 와이파이 16GB 모델의 가격은 48만원, 아이패드 미니 2의 와이파이 16GB 모델은 36만원이다.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터치 ID 업그레이드 하나에 12만원의 비용을 더 투자해야 한다는 점에서 아이패드 미니 2의 인기가 다시 급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또한 48만원은 지난해 출시된 아이패드 에어의 와이파이 16GB 모델을 구입할 수 있는 가격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애플이 아이패드 미니 3에 소홀한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을 두고 애플의 계산된 전략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미 알려진 부품 원가를 고려하면, 7.9인치 아이패드 미니 시리즈보다는 9.7인치 아이패드 에어 시리즈의 이익률이 더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애플이 그간 아이폰에서 고수해왔던 4인치 크기를 벗어나 아이폰 6와 아이폰 6 플러스에서 각각 4.7인치와 5.5인치 크기로 진입하면서 아이폰 6 플러스로 인한 아이패드 미니의 잠식 효과를 의식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노동균 기자 yesn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