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최용석] PC의 크기가 갈수록 작아지고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대두로 PC의 역할과 수요가 예전에 비해 축소되고, 각종 옵션 기능들이 하나 둘 ‘내장형’ 기능으로 바뀌면서 기존의 ‘덩치 큰 PC’의 필요성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미니PC’는 사용자의 필요성 및 취향에 따른 ‘선택’에 불과했다. 일반적인 데스크톱 PC에 비해 성능과 확장성 등에서 많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미니PC는 용도와 목적이 처음부터 한정되어 있어 말 그대로 ‘쓰는 사람만 쓰는 PC’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PC 시장 자체가 알아서 ‘소형화’쪽으로 흘러가는 추세다. 이는 메인보드 시장을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최근 수년에 걸쳐 메인보드 시장의 주력 제품은 표준 ATX 규격에서 한 단계 작은 m-ATX(마이크로 ATX) 규격 제품으로 바뀌었으며, 그보다 작은 ITX 규격 보드도 슬슬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 가로세로 170mm 이내 크기를 지니는 미니ITX 보드들은 크기만 줄었을 뿐 기존 m-ATX, ATX보드와 동급의 PC를 구성할 만큼 발전했다. (사진=다나와)

 

흔히 ‘풀사이즈’라 불리는 ATX 규격은 최대 7개의 확장 슬롯에 추가 그래픽카드나 TV수신 카드, 사운드 카드, 영상캡처 보드, 네트워크/스토리지 컨트롤러 등을 장착해 기능을 확장할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일반 PC 사용자 입장에선 그런 확장 카드들을 쓸 일이 거의 없다. 일반적인 게임은 하나의 그래픽카드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고, TV 겸용 모니터의 가격이 많이 저렴해져 TV수신카드의 수요 또한 크게 줄었다.

 

사운드카드의 핵심 기능은 이미 ‘내장사운드’에서 대부분 지원하고 있으며, 기본 인터페이스만으로도 4대~6대의 SSD나 HDD를 구성할 수 있어 별도의 스토리지 확장 카드도 거의 필요가 없다. 기가비트급 유선 네트워크 기능은 이미 ‘내장랜’으로 통합된지 오래다.

 

결국 ATX 규격의 메인보드로 PC를 구성하면 그래픽카드용 PCI 익스프레스 슬롯 1개를 제외한 나머지 5~6개의 확장 슬롯은 덩그러니 비어있는 경우가 늘었다. 즉 다수의 확장 슬롯이 ‘잉여 기능’으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요즘 주력으로 떠오른 m-ATX 규격의 보드들은 일반 ATX보드에 비해 확장 슬롯의 수만 4개 이하로 줄었을 뿐 기본적인 기능과 성능에는 큰 차이가 없다. ATX보드에 비해 전원부 구성이 조금 축소되고, 메모리 슬롯이나 저장장치 인터페이스의 수도 조금씩 줄어있긴 하지만 PC의 기본 성능 자체는 ATX 보드와 거의 차이가 없다.

 

확장 슬롯의 수가 줄어든 만큼 m-ATX 보드의 크기는 일반 ATX의 3/4 수준에 불과하다. 그 차이만큼 더 작으면서 동등한 성능을 지닌 PC를 구성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가격도 이전에는 m-ATX 보드의 가격이 동급의 ATX보드보다 20%~30% 이상 비쌌지만 이제는 그 격차도 줄었다. 극한 수준의 오버클럭이나 다수의 그래픽카드를 사용하는 하이엔드 마니아를 제외하고는 딱히 ATX 보드를 써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

 

▲ 기존 대비 저렴한 5만원 이하의 m-ATX 또는 ITX 보드 전용 소형 케이스들이 출시가 늘면서 PC의 소형화를 더욱 가속시키고 있다.

 

한편, 기존 m-ATX보드의 위치에는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미니ITX 규격의 보드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가로세로 길이가 최대 170mm 이내인 미니ITX 규격 보드들은 m-ATX 보드의 약 3/4, 일반 ATX보드의 절반 정도에 크기를 지닌다.

 

이전의 미니ITX 보드들은 산업용 PC나 차량용 PC 등 특수 용도의 PC에서 주로 쓰였으며, CPU와 메모리 등의 부품이 온보드(고정)되어 업그레이드나 확장이 거의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출시되는 ITX 보드들은 사이즈와 확장슬롯의 수만 줄었을 뿐 m-ATX 규격 보드와 동급의 성능과 기능을 가진 제품들이 대부분이다. CPU와 메모리 등도 기존 m-ATX, ATX 보드와 동일한 것을 사용한다.

 

확장슬롯은 그래픽카드도 장착할 수 있는 PCI익스프레스 X16 슬롯 하나만 제공하지만, 내장그래픽의 보편화로 그래픽카드마저 ‘선택’이 됐기 때문에 크게 문제되지 않는 분위기다.

 

PC의 크기를 결정짓는 케이스 시장도 기존 미들타워 케이스 위주에서 미니타워, ITX 전용 케이스 비율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특히 고가 제품 위주였던 ITX 전용 케이스 시장에 5만원대 이하의 보급형 제품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PC 소형화에 일조하고 있다.

 

향후 PC 시장은 고성능과 확장성을 요구하는 ‘게이밍용’ 또는 ‘전문가용’ PC와, 딱히 고성능이 필요 없는 ‘일반 PC’로 크게 나뉠 것으로 보인다. 그 중에서 크기가 눈에 띄게 줄고 있는 쪽은 당연히 대다수의 소비자가 사용하는 ‘일반 PC’쪽이다.

 

지난 2005년, 애플이 초소형 PC인 ‘맥 미니(Mac mini)’를 출시한 이래 ‘작고 예쁜 PC’는 극소수 마니아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PC 스스로가 작아지는 길을 채택하면서 맥 미니 같은 PC가 보편적인 PC의 모습이 될 날도 머지 않아 보인다.

 

최용석 기자 rpch@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