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박상훈]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 정보전략계획(ISP)의 예산과 역할이 대폭 확대된다. 정부는 이 같은 정책 방향을 확정하고,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만들기 위해 업계 의견 수렴을 시작했다. 내년에는 확대된 ISP 사업의 범위와 역할을 정하고 부작용을 점검하기 위한 시범사업도 진행된다.

 

6일 업계와 정부 등에 따르면, 조달청은 지난 5일 주요 공공 SW 사업 관련 업체와 기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공공 SW 사업 발주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회의를 열었다. 지난 10월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확정된 '공공 조달을 통한 SW 산업 발전방안’ 후속조치 수립을 위한 것으로, 분할 발주, 제값주기, SW 수행체계 개편 등이 논의됐다.

 

▲ 공공부문 SW 사업 규모 (단위 : 건, 억원, 표=미래부)

 

이에 앞서 조달청은 지난달 공공 SW 사업 진행 시 기획과 구현사업을 분할 발주하고, 특히 기획 사업의 경우 전통적인 ISP 수준을 넘어 요구사항 정의, 구현사업 비용 산정 등 역할을 크게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동안 ISP가 형식적으로 이뤄지면서 계약 이행 과정에서 부당한 요구나 사업 지연이 발생했고, 같은 기업이 기획과 구현을 모두 수행해 사업 부풀리기 등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에 따른 대안이었다.

 

이날 회의에서는 공공 SW 사업을 기획-구현으로 분할 발주하되 기획 부분에서 구현 사업 비용 산정은 물론 화면 설계까지 역할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예산도 이에 맞게 전체 사업비의 30% 선까지 늘리는 방안이 제시됐는데,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예산이 충분히 투입되면 분할 발주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는 반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형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소장은 “분할 발주에서는 기획 작업이 매우 중요하므로 시급 기준으로 기존 ISP보다 더 많은 예산을 할당하고, 구현 사업은 턴키로 발주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PMO(Project Management Office) 제도를 통해 기획과 구현 등 사업관리 전반을 지원하도록 하면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SW 사업 기획 강화 주요 내용 (표=조달청)

 

제도 변화에 따른 부작용 우려도 나왔다. 발주 단계가 늘어나 실무자 업무량과 전체 사업 기간이 가능성이 있고, 특히 기획 업체, 구현 업체, PMO 업체, 감리 업체 등 한 프로젝트에 최대 4개 업체가 참여할 수 있어 책임소재를 놓고 다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종열 조달청 정보기술용역과 사무관은 “책임소재 문제는 문서화를 명확히 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조달청은 내년도에 ‘기획-구현’ 분할 발주 시범사업을 진행한다. 단, ISP 사업의 범위가 확대되는 반면 내년 시범사업 예산은 이미 기존 ISP 사업을 기준으로 배정돼, 일부 프로젝트에 제한적으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기획-구현’ 분할 발주 관련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모으기 위한 공개 토론회도 열린다. 기재부와 안행부, 미래부, 조달청 등 관련 주요 기관과 국회, 업계 등이 참여해 이달 중 개최하는 일정으로 현재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준비하고 있다.

 

김진형 소장은 “(기획 부분을 강화한 분할 발주 방안에 대해) 정부와 업계 전반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이번 기회에 강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그러나 관련 업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근본적인 변화인 만큼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없는지 면밀히 시뮬레이션하면서 법제화 등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훈 기자 nanugi@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