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김남규] 이광구 부행장이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로 공식 추천됐다.

우리은행은 9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이광구 부행장을 차기 은행장 공식 후보로 추천했다. 이로써 이 후보는 30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은행장직에 정식 취임할 예정이다. 또한 이날 이사회는 이 후보의 임기를 이달 31일부터 2016년 말까지 2년으로 정하는 방안도 확정했다. 이 부행장의 임기 역시 주총을 통해 최종 확정된다.

현재 금융권에서는 정식 취임에 앞선 이광구 행장 후보의 행보가 상당히 험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직 장악에 앞서 ‘서금회’ 의혹을 촉발시킨 관치 논란 해명에서부터, 계열사 사장단 인사와 등의 당면 과제, 그리고 우리은행 민영화라는 오래된 숙원 사업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단, 후보 추천과 동시에 우리은행 노동조합 측은 기다렸다는 듯이 이날 오전 회현동 본점 1층 로비에서 이 행장 후보의 출근 저지 농성에 돌입했다. 노조 측은 이 행장 후보가 ‘서금회’를 통한 밀실 인사 의혹을 해명하기까지 무기한 농성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노조 측의 이번 출근 저지 농성이 그동안 통과의례처럼 반복됐던 과거의 사례와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민영화 실패라는 이슈가 불거진 상황에서 ‘서금회’ 출신의 낙하산 인사가 행장에 낙점돼 여론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우리은행이 지난 8일 임원인사를 통해 중폭의 조직개편을 진행한 것 역시 조직안정을 최우선으로 둔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대대적인 물갈이 작업보다는 영업력과 조직안정에 무게를 둔 중폭 인사를 통해 관치 논란을 잠재우고 행장 선임 과정에서의 내부 저항을 최소화했다는 것.

이를 반영하듯 이번 임원인사에서는 이광구 부행장과 차기 행장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이동건 수석 부행장과 김승규 부행장 모두를 유임했다. 이는 상업은행 출신과 한일은행 출신 비율을 고르게 하려는 전략 중 하나로, 사실상 조직 안정을 최우선으로 둔 것이다.

여기에 곧바로 들이닥칠 사장단 인사 역시 이광구 행장 후보자에게는 부담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행장 취임과 동시에 우리은행 자회사인 우리카드, 우리종합금융, 우리FIS, 우리PE 등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준비해야 하지만, 이광구 행장 후보 역시 관치 논란의 중심에 서 있기 때문이다. 사장단 인사 과정에서의 관치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일단, 이달 말로 임기가 끝나는 우리은행 계열 금융기관은 강원 우리카드 사장을 비롯해 김종완 우리FIS 사장, 허종희 우리신용정보 사장, 이경희 우리펀드서비스 사장, 최은옥 우리PE 사장, 주재성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사장, 설상일 우리종합금융 사장 등 7명이다.

현재로선 이들 CEO가 연임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들 사장단의 상당수는 지난해 8월 인사에서 퇴임 임원을 다시 부르거나 외부 인사를 영입한 이들이다. 이 행장 후보가 자회사 인사에서 얼마나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분위기가 뒤숭숭한 상황에서 은행장 취임이 예정돼 있어 이 차기 행장 후보자의 행보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며 “차기 행장의 입지는 연말로 예정된 사장단 인사 이후부터 굳어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규 기자 ngk@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