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최용석] ‘지포스 900 시리즈’의 ‘고주파 소음’ 논란이 업계간 책임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래픽카드 업계의 뜨거운 이슈인 지포스 900 시리즈의 고주파 소음 논란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관련 업체들이 소비자들에게 납득할만한 명쾌한 ‘대응책’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서로 책임 떠넘기기 공방만 일삼아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고주파 소음 논란의 핵심에 있는 엔비디아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관심을 갖고 조사하고 있다”라는 기본적인 답변 외에는 공식적인 입장 표명이 없다. 직접 운영하는 이용자 포럼에서도 관리자를 통해 “그래픽 제조사에 문의해보라”라는 식의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래픽 제조사는 엔비디아에 책임이 있다고 떠넘기고 있다. 국내 지사를 둔 한 그래픽카드 제조사 관계자는 “현재 고주파 소음 문제가 글로벌적인 이슈인 것을 잘 알고 있다”라며 “본사에서도 엔비디아에 강력히 대응책을 요구한 상황이다”라며 엔비디아에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고주파 소음 논란과 관련해 GPU 및 레퍼런스 디자인을 제시한 엔비디아와, 그래픽카드를 실제로 만드는 제조사들이 서로 책임을 전가하면서 일부러 시간을 끌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그래픽카드 업체 관계자도 “(엔비디아 측에서)후폭풍이 거셀까봐 즉각적인 대응이 없는 것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업계간 책임공방 사이에서 애꿎은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엔비디아나 그래픽 제조사, 유통사 그 어디에서도 이번 고주파 소음에 대해 제대로된 공지나 알림 없이 제품을 그대로 판매하고 있다. 한마디로 소비자는 안중에도 없다는 식이다.
실제로 다양한 하드웨어 관련 커뮤니티에서 지포스 900 시리즈의 고주파 소음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소비자 중에는 제품을 구매하고서야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게 된 이들이 상당수다.
고주파 소음이 발생하는 제품을 환불(반품)하는 것도 쉽지 않다. 환불 처리를 받으려면 최종 판매자가 아닌 총판 또는 국내 지사 고객센터의 ‘불량 판정’을 받아야 하는데, 대부분의 그래픽카드 고객센터에서는 ‘고주파 소음’ 문제를 불량으로 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픽카드에서 화면이 이상하게 표시되거나 아예 나오지 않는 정도의 고장이 아니면 ‘불량’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 그래픽카드 고객센터들의 기본 방침이다. 따라서 소음은 발생하지만 작동에는 이상없는 고주파 소음 문제는 기껏해야 교환 대상에 불과하다.
제품을 교환 받는다 해도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제품을 교환받은 소비자 중에서는 여전히 고주파 소음이 발생하거나, 오히려 증상이 더 심해진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는 2회 이상 교환 받은 이들도 있다.
GPU 제조사인 엔비디아와 그래픽카드 제조사들의 책임 떠넘기기만 장기화되면서 지포스 900 시리즈의 ‘고주파 소음’ 피해자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최용석 기자 rpch@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