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박상훈]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고객명이나 제품명, 공급자 등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정의하는 '마스터 데이터’ 관리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빅데이터와 같은 고급 분석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려면 데이터 분석의 기준이 되는 마스터데이터관리(MDM)가 선행되야 하기 때문인데 제조, 건설, 금융, 업종 등을 중심으로 도입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모 금융사가 대형 MDM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입출금과 카드 사용 등 매달 생성되는 트랜잭션 데이터가 3억 건 이상인 이 업체는 마스터 데이터의 등록부터 폐기까지 생명주기 관리 개념을 도입했다. 마스터 데이터를 등록 요청, 승인, 폐기하는 일관된 프로세스를 정립했고, 이를 중앙에서 관리해 한번 만들어지면 사내는 물론 지점, 채널사 등에도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마스터 데이터를 모아놓은 데이터베이스는 이중화해 장애시에도 24시간 365일 가동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이 금융사는 고객정보 분석 기능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접목해 구현했다. 기존에 사내에 보유하고 있던 관련 정보간의 관계를 분석하는 것은 물론, 해당 고객의 소셜 미디어 정보를 결합해 한 화면에서 볼 수 있다. 시스템이 본격 가동되면 해당 고객이 아프거나 다쳐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내용이 SNS에 올라오면 관련 내용을 고려해 적당한 보험상품을 추천하는 것도 가능하다.

마스터데이터관리(MDM) 솔루션 개념도 (그림=한국인포매티카)
마스터데이터관리(MDM) 솔루션 개념도 (그림=한국인포매티카)
한국인포매티카에 따르면 금융 업종 뿐만 아니라 대형 유통업체와 병원 등에서도 MDM 프로젝트가 잇달아 추진, 발주되고 있다. 본래 MDM 사업은 수많은 부품을 조달해 조립, 판매하는 전자업계나 다양한 파트별로 설계를 진행해 관련 자재를 조달해 시공하는 건설업계가 먼저 도입했다. 생산라인이 다양해지면서 각 공장별로 일관된 업무지시를 하고 정확한 재고와 판매량을 파악하려면 부품, 제품 등의 마스터 데이터를 일관되게 적용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MDM이 필요한 영역은 점점 확산되고 있다. 대규모로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야 하는 유통이나 의료, 금융, 통신 업종 등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통신사가 동일인에게 요금청구서를 두번 보내거나 가족 구성원 각각에 별도로 판촉물이나 인쇄홍보물을 보내는 것이 다반사인데, 이 역시 고객 관련된 마스터데이터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낭비요소다. MDM을 통해 동일인, 혹은 가족임을 식별해 우편물을 한번만 발송하도록 개선할 수 있다.
 
빅데이터 분석이 확산되는 것도 MDM이 새롭게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다. 방대한 데이터간의 관계를 찾아내는 빅데이터 분석이 실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서비스명, 제품명, 지역명, 고객명 등 기준이 되는 마스터데이터의 정확성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서울시, 서울특별시, 서울 등을 다른 지역으로 인식해 분석할 경우 자칫 분석 결과 전체가 왜곡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범수 한국인포매티카 부장은 "이 때문에 데이터베이스 업체나 전사자원관리(ERP) 업체,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 업체 등도 MDM에 관심을 갖고 관련 기능을 추가하거나 별도 제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며 "단, 데이터 간의 관계를 관리하는 기능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기업 현실에 맞는 더 유연한 MDM 제품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 부장은 "기존의 IT 솔루션은 주문내역이나 재고상황 등 주로 운영데이터를 관리하는데 집중했고 마스터데이터는 등록만 하면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빅데이터 분석 등 더 정교한 분석을 통해 기업경영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본격화되면서 마스터데이터관리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훈 기자 nanugi@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