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김준혁] 겨울은 수시로 내리는 눈 때문에 자동차에게 있어 가장 혹독하고 힘든 계절이다. 또한, 눈이 내리지 않는다 하더라도 차갑게 식어버린 도로는 타이어의 접지력을 크게 약화시켜 눈길 못지않은 위험천만한 상황을 만들게 된다.

눈길과 같은 미끄러운 도로에서 네 바퀴 중 전륜 또는 후륜으로만 동력을 전달할 경우에는 자동차의 주행안전성이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는데, 전륜보다 접지력이 약한 후륜으로 동력을 전달하는 후륜구동 세단의 경우는 조금만 미끄러운 도로에서 정상적인 주행이 불가능 할 정도다. 이 때문에 겨울이 가까워질수록 네 바퀴를 모두 굴려 동력을 전달하는 4륜구동 자동차의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기도 하다.

 

눈이 많이 내리는 겨울에 강력한 4륜구동 기능을 탑재한 SUV만큼 좋은 차는 없다.(사진=랜드로버)
눈이 많이 내리는 겨울에 강력한 4륜구동 기능을 탑재한 SUV만큼 좋은 차는 없다.(사진=랜드로버)

 

최근 들어 많은 종류의 세단이 4륜구동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4륜구동 시스템은 SUV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등장하는 SUV 중에는 연비 향상과 저렴한 가격 유지를 위해 제대로 된 4륜구동 시스템 대신 전륜구동 방식을 사용하는 경우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의외로 국내 SUV 시장에서는 겨울에 진가를 느낄 수 있는 진짜 4륜구동 SUV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SUV 중 강력한 4륜구동 성능을 자랑하는 진짜 SUV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본다.

 

버튼 하나로 눈길을 정복하는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영국에서 태어난 정통 SUV 브랜드 랜드로버에는 다양한 모델이 존재하지만, 그 중 ‘디스커버리’이야말로 오프로드에 특화된 진짜 4륜구동 SUV라 할 수 있다. 디스커버리를 오프로드 SUV의 강자로 부를 수 있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예를 들어 모노코크 바디와 프레임 바디의 장점을 결합한 바디 온 프레임 방식을 사용해 완성한 강력한 차체 강성, 에어 서스펜션으로 최대 310mm까지 높일 수 있는 지상고, 뛰어난 접지력을 만드는 4륜구동 시스템 등이 있다.

 

랜드로버 디스커버리는 터레인 리스폰스를 이용해 손쉽게 눈길을 정복할 수 있도록 한다.(사진=랜드로버)
랜드로버 디스커버리는 터레인 리스폰스를 이용해 손쉽게 눈길을 정복할 수 있도록 한다.(사진=랜드로버)

 

하지만 디스커버리가 눈 길에서 돋보이는 이유는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인 터레인 리스폰스 덕분이다. 터렌인 리스폰스는 버튼 하나로 디스커버리의 엔진과 변속기, 4륜구동 시스템을 포장 도로와 진흙길, 모래, 바위 등에 맞게 조절해 누구나 쉽게 오프로드를 정복할 수 있도록 해준다. 특히 터레인 리스폰스에 준비된 잔디/자갈/눈길 모드를 이용하면 겨울철 눈길에서도 높은 접지력을 유지하며 위기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

 

눈길 뿐만 아니라 모든 오프로드 지형에서 강한 성능을 발휘하는 디스커버리(사진=랜드로버)
눈길 뿐만 아니라 모든 오프로드 지형에서 강한 성능을 발휘하는 디스커버리(사진=랜드로버)


강력한 4륜구동과 저단 기어가 눈에 띄는 지프 랭글러

미국을 대표하는 정통 SUV 브랜드 지프는 ‘지프’라는 단어 자체가 오프로드 SUV의 대명사가 됐을 정도로 모든 모델이 탁월한 오프로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프의 많은 모델들이 최신 전자장비를 탑재해 보다 손쉬운 오프로드 주행을 가능하게 하지만 ‘랭글러’만은 정통 SUV 방식을 고수하며 많은 골수 팬들을 양산해내고 있다. 지프 랭글러의 오프로드 주행 성능은 강력한 4륜구동 시스템에서 만들어진다. 랭글러의 4륜구동은 모델에 따라 4:1의 저속 기어비를 갖춘 Rock-Trac 4륜구동 시스템과 로우기어 트랜스퍼 케이스를 적용한 Command-Trac 4륜구동 시스템으로 나뉜다.

 

지프 랭글러는 아날로그 기술과 디자인이 눈에 띄는 정통 오프로드 SUV다.(사진=지프)
지프 랭글러는 아날로그 기술과 디자인이 눈에 띄는 정통 오프로드 SUV다.(사진=지프)

 

이 중 Rock-Trac 시스템을 사용하는 랭글러 루비콘 모델은 네 바퀴에 토크량을 섬세하게 배분하는 4륜구동 시스템과 강력한 저속 기어 덕분에 강력한 접지력을 만들어 미끄러운 눈 길도 손쉽게 정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외에도 험난한 오프로드에서 접지력을 높이기 위해 서스펜션의 상, 하 움직임을 크게 향상시키는 스웨이 바 차단 기술과 4바퀴에 전달되는 토크량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디퍼렌셜 잠금 기능인 TRU-LOCK까지 더해져 강력한 오프로드 성능을 제공한다.

 

랭글러의 강력한 4륜구동과 저속 기어만 있으면 어떤 눈길도 문제없이 주행할 수 있다.(사진=지프)
랭글러의 강력한 4륜구동과 저속 기어만 있으면 어떤 눈길도 문제없이 주행할 수 있다.(사진=지프)

 

대표적인 4륜구동 콰트로 기술이 집약된 아우디 Q7

현존하는 승용차용 4륜구동 시스템 중에서 가장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는 아우디 콰트로 시스템은 한동안 SUV가 아닌 세단에만 적용돼 왔었다. 이는 2005년 ‘Q7’이 등장하기 전까지 아우디 라인업 내에 SUV가 존재하기 않았던 이유가 가장 크다. 아우디 최초의 SUV로 기록되는 Q7은 콰트로(Quattro)의 첫 글자인 Q를 사용해 이름을 지었을 정도로 아우디 콰트로 시스템을 대표하는 모델이며, 동시에 최신 콰트로 기술이 집약된 모델이기도 하다.

 

강력한 콰트로 기술로 별도의 장비없이 눈길을 헤쳐나가는 Q7(사진=아우디)
강력한 콰트로 기술로 별도의 장비없이 눈길을 헤쳐나가는 Q7(사진=아우디)

 

Q7에는 별도의 오프로드 장비가 탑재된 것은 아니지만 빠르게 노면의 상태를 파악해 네 바퀴의 접지력을 확보하는 기계식 4륜구동 시스템 콰트로 덕분에 눈길과 같은 미끄러운 도로에서 뛰어난 주행 안전성을 자랑한다. 또한 필요 시 작동하는 전자식 디퍼렌셜 락은 한쪽 바퀴로 구동력이 과하게 전달되는 것을 방지해 접지력을 더욱 높여주게 된다. 아울러 별도의 오프로드 장비가 없다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전자주행안정장비 ESP에 오프로드 프로그램이 추가돼 엔진과 변속기, 브레이크 등을 컨트롤한다.

 

Q7은 개발 당시부터 오프로드 SUV의 이미지를 크게 부각시켰다.(사진=Q7)
Q7은 개발 당시부터 오프로드 SUV의 이미지를 크게 부각시켰다.(사진=Q7)


전자식 디퍼렌셜 락으로 접지력을 높이는 벤츠 G-클래스

세련되고 도시적인 이미지가 강한 벤츠의 다른 SUV와 디자인에서부터 큰 차이를 보여주는 ‘G-클래스’는 터프한 외관에 어울리는 강력한 오프로드 성능을 갖추고 있다. 우선 G-클래스에 탑재된 4륜구동 시스템은 기존에 벤츠를 대표하는 4륜구동 시스템으로 알려진 4MATIC 대신 4ETS가 적용된다. 4ETS는 평상시 전륜과 후륜의 동력 배분을 50:50으로 일정하게 유지시켜 안정된 접지력을 유지시키는 것이 특징으로, 후륜구동의 특성을 만들어내는 4MATIC과는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4ETS 시스템과 저단기어, 디퍼렌셜 락을 사용해 강한 오프로드 성능을 과시하는 G-클래스(사진=메르세데스-벤츠)
4ETS 시스템과 저단기어, 디퍼렌셜 락을 사용해 강한 오프로드 성능을 과시하는 G-클래스(사진=메르세데스-벤츠)

 

여기에 또 하나 G-클래스에는 3개의 전자식 디퍼렌셜 락 시스템이 탑재된다. 버튼을 사용해 전륜 또는 후륜의 디퍼렌셜을 잠글 수 있으며, 최악의 오프로드 상황에서는 센터 디퍼렌셜 락을 잠궈 네 바퀴에 일정한 동력이 전달되도록 한다. 이 때는 단 하나의 바퀴만 지면에 닿아있더라도 눈길과 같은 험난한 오프로드를 극복할 수 있다. 또한 G-클래스는 정통 오프로드 SUV만의 전용 장비인 저속 기어를 장착해 엔진의 힘을 보다 크게 네 바퀴에 전달할 수 있고, 눈길과 같이 접지력이 불안한 상황에서 주행 안전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G-클래스는 벤츠의 여러 모델 중 도시보다 대자연이 어울리는 몇 안 되는 SUV다.(사진=메르세데스-벤츠)
G-클래스는 벤츠의 여러 모델 중 도시보다 대자연이 어울리는 몇 안 되는 SUV다.(사진=메르세데스-벤츠)


지형 관리 시스템이 더해진 포드 익스플로러

포드 ‘익스플로러’는 수입 대형 SUV 중에서 5000만 원대라는 비교적 가격을 장점으로 내세우면서 수입 가솔린 SUV 중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익스플로러는 2.0 에코부스트 엔진과 V6 3.5 엔진 버전으로 나뉘게 된다. 이중 3.5 버전만이 강력한 4륜구동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으며, 동시에 버튼 하나로 지형에 맞는 주행모드를 변경할 수 있는 지형관리 시스템이 적용된다.

 

지형관리 시스템으로 눈길과 같은 미끄러운 길에서 접지력을 높여주는 익스플로러(사진=포드)
지형관리 시스템으로 눈길과 같은 미끄러운 길에서 접지력을 높여주는 익스플로러(사진=포드)

 

일반도로, 눈길/자갈길/풀밭, 진흙길, 모래길 등 총 4개의 주행 모드를 지원하는 익스플로러의 지형관리 시스템은 4륜구동 시스템과 짝을 이뤄 안정적인 오프로드 주행을 가능하게 한다. 특히 눈길/자갈길/풀밭 모드에서는 모든 종류의 미끄러운 길에서 최상의 접지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4륜구동 시스템이 제어된다. 비록 타사 SUV에서 볼 수 있는 디퍼렌셜 락이나 저단 기어, 에어 서스펜션 등이 탑재된 것은 아니지만, 4륜구동이나 지형관리 시스템만으로도 겨울철 눈길이나 미끄러운 길에서 주행 안전성을 높이는 데는 부족함이 없을 듯하다.

 

지형관리 시스템 외 특별한 장비없이도 좋은 오프로드 주행성능을 보여주는 익스플로러(사진=포드)
지형관리 시스템 외 특별한 장비없이도 좋은 오프로드 주행성능을 보여주는 익스플로러(사진=포드)


국산차 최강의 오프로드 SUV, 기아 모하비

2008년 출시돼 6년이 넘는 현재까지 디자인의 큰 변화없이 판매되고 있는 기아 ‘모하비’는 현존하는 국산 SUV 중 가장 강력한 오프로드 성능을 자랑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모하비의 오프로드 성능은 우선, 정통 SUV에 많이 사용되는 프레임 바디를 사용해 완성한 높은 차체 강성이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국산 SUV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V6 3.0리터 디젤 엔진의 강력한 토크, 전자식 4륜구동 시스템이 모하비의 오프로드 성능을 향상시키고 있다.

 

국산 SUV 중 가장 크고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는 기아 모하비(사진=기아자동차)
국산 SUV 중 가장 크고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는 기아 모하비(사진=기아자동차)

 

모하비의 운동 성능은 순정 상태에서도 국산 SUV 중 최고 수준을 자랑하지만, 튜닝을 할 경우에는 오프로드 성능이 크게 배가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차체 강성이 높아 튜닝의 한계치가 높고, 강력한 디젤 엔진과 조화를 이룬 8단 자동변속기에 대한 평도 좋아 세월의 흐름과 관계없이 모하비는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모하비의 각진 디자인은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질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사진=기아자동차)
모하비의 각진 디자인은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질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사진=기아자동차)


김준혁 기자 innova33@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