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노동균] 삼성전자의 3차원 수직적층 V낸드플래시를 적용한 보급형 SSD ‘850 EVO’가 최근 시장에 본격적으로 공급되기 시작하면서 새해 연초부터 국내 SSD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850 EVO SSD(사진= 삼성전자)
850 EVO SSD(사진= 삼성전자)

국내 SSD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지난 2011년부터 꾸준히 지배력을 이어오고 있다. 830 시리즈와 S470 시리즈로 시장을 본격적으로 장악하기 시작한 삼성전자는 올 한 해도 840 EVO 시리즈와 840 프로 시리즈를 필두로 업계 선두 자리를 공고히 지키고 있다.

실제로 가격비교사이트 다나와의 2014년 SSD 판매량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62%라는 압도적인 점유율로 경쟁사들을 따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뒤를 이어 샌디스크, 에이데이타를 비롯해 하반기 들어 급성장 중인 리뷰안테크 등이 10% 내외의 점유율로 차지하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7월 고성능 PC 및 기업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850 프로 시리즈로 3D V낸드플래시 탑재 SSD의 포문을 열었다. 일반 소비자를 타깃으로 하는 850 EVO 시리즈 또한 보급형으로는 최초로 3D V낸드를 탑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3D V낸드플래시는 기존에 평면으로 배열하던 데이터 저장용 셀을 수직으로 쌓아올리는 방식으로, 반도체 공정의 미세화에 따라 좁아진 상면공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기술이다. 이 기술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1세대 기술을 선보이며 데이터센터용 SSD 제품에 처음 적용한 바 있다.

이번 신제품에 적용된 3D V낸드플래시는 2세대 기술로, 기존 1세대 대비 30% 이상 적층 수를 늘려 집적도를 향상시킴으로써 원가 경쟁력을 크게 향상시켰다. 아울러 트리플레벨셀(TLC) 낸드플래시의 단점으로 지적받아온 신뢰도와 수명을 2배 이상 늘리면서도 전력 소비량은 20% 가량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850 EVO는 연속 읽기속도 540MB/s, 연속 쓰기속도 520MB/s로 전작인 840 EVO에서 읽기 성능만 소폭 향상됐을 뿐 비약적으로 성능이 개선됐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러나 사용보증 기간은 기존의 일 40GB, 총 3년에서 일 80GB, 총 5년으로 대폭 늘렸다. 3D V낸드플래시 탑재로 보다 높은 안정성에 대한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나아가 850 EVO의 국내 출시가 현재 소비자용 SSD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는 120GB 및 128GB 용량대를 넘어 250GB 및 256GB 이상의 대용량 SSD 확산의 신호탄이 될 것인지도 주목된다. 이미 120GB 및 128GB 용량의 보급형 SSD 가격이 최근 7만~8만원대로 떨어지면서 대용량 SSD 수요가 늘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다. 3D V낸드플래시의 원가 경쟁력이 빛을 발할 수 있는 시기인 셈이다.

다만, 850 EVO가 아직은 출시 초기인 탓에 가격 안정화가 이뤄지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필요해 보인다. 최초 9만원대의 출시가로 등장했던 850 EVO 120GB 제품의 가격은 24일 현재 8만원 후반대까지 떨어졌지만, 여전히 840 EVO보다는 높은 상태다. 가격대별로 보면, 삼성전자 SSD 라인업은 850 프로>840 프로>850 EVO>840 EVO 순으로 정리된다.

24일 현재 다나와의 850 EVO 가격 현황(사진= 다나와)
24일 현재 다나와의 850 EVO 가격 현황(사진= 다나와)

여기에 840 EVO 시리즈의 재고가 어느 정도 정리되고, 850 EVO 시리즈가 메인스트림으로 안착하게 되면 가격은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840 EVO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타사 MLC 낸드플래시 기반 제품들과 비슷한 가격대를 유지할 경우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키기는 쉽지 않겠지만, 삼성전자의 브랜드 파워와 AS 경쟁력은 보급형 SSD 시장에서 독보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지난 9월경 840 EVO 시리즈는 속도 저하 현상으로 TLC 낸드플래시의 안정성 논란으로까지 불거졌던 바 있어 삼성전자가 850 EVO 시리즈에서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해당 논란은 삼성전자가 신규 펌웨어 및 복구 소프트웨어를 배포함으로써 어느 정도 봉합된 상태지만, TLC 낸드플래시를 둘러싼 설왕설래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노동균 기자 yesn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