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80PLUS’ PC용 파워 상향평준화 시대, 그 이유는?

최용석 기자
입력 2014.12.29 19:02 수정 2014.12.30 16:20

[IT조선 최용석] PC에 전원을 공급하는 파워서플라이는 대표적인 디지털 기기인 PC의 핵심부품임에도 불구하고 그 자체는 오히려 아날로그적인 특징이 강하다.

때문에 사용된 부품의 성능과 품질이 파워 자체의 성능 및 품질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출력이 같아도 좋은 파워일수록 가격이 비싼 이유는 그만큼 고가의 고급 부품을 사용해서이다.

그런데 요즘 출시되는 PC용 파워 시장의 핵심 이슈는 ‘상향평준화’와 ‘가격파괴’다. 평균 이상의 성능과 품질을 갖춘 파워의 가격이 예전보다 저렴하게 출시되면서 일종의 가격파괴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고급형 파워를 구분 짓는 기준 중 하나였던 ‘80PLUS’ 인증을 받고도 합리적인 가격대의 제품들이 속속 등장해 파워시장의 ‘상향평준화’를 주도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80PLUS 브론즈 인증 제품임에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돼 화제가 됐던 '에너지옵티머스 QUANTUM 600FC' 모델 (사진=엠제이테크놀로지)
 

현재 파워서플라이 시장은 300~400W 출력에 1만~2만원에 불과한 이름없는 저가 제품을 제외하고 크게 실속형(혹은 보급형), 중급형, 고급형의 3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구분의 기준은 일반 ATX규격을 기준으로 대략 100W 출력당 가격으로 결정된다. 이를테면 출력 100W당 1만원 미만이면 실속형, 100W당 1만~1만 5000원 정도이면 중급형, 그보다 비싸면 고급형인 식이다.

파워의 전력 효율을 등급으로 나누는 ‘80PLUS’ 인증의 유무도 중급형과 고급형 파워를 구분짓는 요소다. 중급형 모델의 경우 아예 인증을 받지 않거나, 받더라도 최저 기본 등급인 ‘스탠다드’와 그보다 윗 단계인 ‘브론즈’ 인증까지만 받는 경우가 많다. ‘실버’ 이상의 등급은 본격적인 고급형 제품을 알리는 척도나 다름 없었다.

그런데 실제로 중급형 제품들 중에서 80PLUS 인증을 받은 제품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세계적인 공신력을 갖춘 파워 효율 인증 규격이지만, 주관사가 공공기관이 아닌 일반 기업이라 적지 않은 인증 비용을 별도로 받기 때문이다.

즉 80PLUS 인증은 그대로 제품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기 때문에 ‘가성비’를 중요하게 여기는 국내 시장의 경우 오히려 인증을 받지 않는 편이 경쟁력 확보에 더 유리했다. 실질적으로 동등한 효율을 제공한다면 가격이 좀 더 저렴한 쪽으로 소비자들이 몰리기 때문이다.

가격은 그대로 두고 80PLUS 실버 인증을 받고 재출시된 스카이디지탈 '파워스테이션4 PS4-600F' (사진=스카이디지탈)
 

하지만 2014년 하반기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파워서플라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이 변화하면서 중급형 제품에도 80PLUS 인증을 받은 제품들이 크게 늘었다. 심지어는 ‘실버’등급을 받은 고효율 제품들까지 중급형 가격대로 출시되는 상황이다.

지난 여름, 주로 가성비를 강조한 실속형 파워서플라이가 주력이던 엠제이테크놀로지가 선보인 ‘에너지옵티머스 QUANTUM 600FC 80PLUS Bronze’는 80PLUS ‘브론즈’ 등급을 획득한 중급형 파워임에도 불구하고 실속형보다 약간 더 비싼 저렴한 가격으로 선보여 출시 당시 화제가 됐다.

당시만 해도 같은 가격대 제품들은 80PLUS 인증은커녕, 같은 출력대의 일반 ‘정격’ 제품이 대부분이었다. 때문에 이 제품은 초도물량이 금새 품절되는 등 인기를 끌었다.

다른 브랜드도 이에 맞불을 놓기 시작했다. 실속형부터 수십 만원대의 고급형 라입업을 고루 갖춘 ‘슈퍼플라워’도 무려 80PLUS ‘실버’ 등급을 받은 고효율 제품들을 일반 중급형 가격대로 출시해서 관심을 모았다.

또 이전부터 꾸준한 팬 층을 형성하고 있던 스카이디지탈의 ‘파워스테이션’ 시리즈도 기존 고효율 제품들이 80PLUS 인증을 새로 받아 최근 재출시됐다. 특히 90% 이상의 효율을 지닌 ‘파워스테이션4 PS4-600F’ 모델도 ‘실버’ 인증을 새롭게 받았지만 가격은 거의 그대로 출시됐다.

보통 ‘80PLUS 실버’등급 인증이 붙은 파워 제품들이 같은 출력의 일반 모델에 비해 최소 3만~4만원 이상 비싼 가격에 판매됐던 것을 고려하면 업체들의 최근 행보는 상당히 파격적이다.

스카이디지탈 관계자는 “최근 파워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더 이상 ‘가성비’만으로는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 수 없다”라며, “기존 제품을 80PLUS 인증을 받아 재출시한 것도 공신력있는 인증을 통해 소비자들이 더욱 제품을 믿고 선택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인증 획득 및 재출시에 대한 배경을 밝혔다.

즉, 이제는 가격은 물론 제품의 품질과 신뢰성을 증명하는 ‘80PLUS’같은 인증 유무가 파워서플라이의 경쟁력으로 떠오른 셈이다. 80PLUS 인증뿐만 아니다. 파워의 품질 보증기간 역시 대폭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대다수 PC 부품 보증기간의 한계로 여겨졌던 3년을 뛰어넘은 5년, 7년 보증 제품도 이제는 쉽게 볼 수 있다.

물론 소비자 입장에선 고효율에 검증된 품질을 갖춘 파워서플라이의 ‘가격파괴’가 반갑다. PC, 특히 데스크톱 시장이 많이 위축됐다고는 해도 저렴한 비용에 PC를 장만할 수 있는 조립PC에 대한 수요는 꾸준하기 때문이다.

또 에너지절감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고효율 파워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다만 이러한 파워서플라이의 ‘상향평준화’ 및 ‘가격파괴’ 추세가 일시적인지, 아니면 장기적인 트렌드의 변화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최용석 기자 rpc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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