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김남규] 저성장 늪에 빠진 국내 시중은행들이 인력 구조조정 카드를 놓고 진퇴양난에 빠진 양상이다.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하는 정부 정책에 편승해 대규모 인원 감축을 추진할 만도 하지만, 그간 금융권의 도덕적 해이 등을 이유로 이미 악화된 국민적 여론 역시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경영정상화를 위해 각 시중은행들이 구조조정 카드만 만지작거리고 가운데, 하나금융지주가 이와 관련된 논란의 포문을 열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2000여명의 외환은행 무기계약직 직원과 하나은행 무기계약직 1400여명의 정규직 전환을 두고 혼선을 빚고 있다.

이날 일부 언론은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무기계약직 직원 2000여명과 하나은행 무기계약직 직원 14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보도했고, 곧바로 은행 측이 사실 여부를 부인했다.

외환은행 노조 측 역시 언론 보도에 대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임기연장을 위해 무리한 통합일정을 강요하면서 정규직 전환 문제와 관련해 그 어떤 협상도 진행하지 않았다는 것.
 
외환은행 노조 측은 “2013년 10월 하나금융지주 측과 2014년 1월부터 ‘무기계약직 정규직 6급 전환’을 시행키로 합의했지만 이행치 않고 있다”며 “노조는 1년 이상 합의이행을 요구해 왔고 결국 지난해 12월초 ‘2014년 연내이행’을 외환은행 노사가 합의했지만 다시 번복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금융권에서는 올해 초 대규모 구조조정 칼바람이 임박했다는 입장이다. 특히 각 시중은행들이 영업점 통폐합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 인력 구조조정이 가시화되고 있다.

우선, 금융지주사 중 최초로 농협은행이 직원 290여명에 대한 명예퇴직을 준비 중이고, 신한은행 역시 정기 인사를 통해 명예퇴직을 진행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기업은행은 역시 강남과 공단 지역 4곳을 복합점포로 전환하면서 저수익의 영업점 폐쇄를 진행 중이다. 민영화 이슈가 맞물린 우리은행은 현 점포수는 유지할 계획이지만, 각 점포당 인력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이에 반해 KB국민은행은 올해 희망퇴직을 실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실제 지난해 말 윤종규 신임 회장 취임 이후 첫 번째 기자회견에서 인위적인 구조조정 대신 인력 재배치 등을 통해 조직효율화를 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저금리 시대가 지속되면서 수익성 개선을 위해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구조조정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며 “금융회사를 바라보는 국민 여론이 악화된 점을 고려하면 누가 먼저 나서서 구조조정을 진행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난해에도 이미 금융권에서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한 바 있어 조직 내 사기가 저하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며 “현재 타 금융권이 어떻게 나오는지 눈치만 보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남규 기자 ngk@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