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육감] ①인간의 6번째 감각은 ‘디지털’…사물인터넷 시대 열린다

박상훈 기자
입력 2015.01.30 17:32 수정 2015.02.02 00:50
사물인터넷(IoT)이 메가 트렌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우리 주변의 다양한 사물에 통신 기능을 넣어 서로 연결해 상호작용하는 IoT는 가전과 PC, 자동차와 같은 익숙한 기기는 물론 기업 경영, 의료, 스포츠 등 거의 모든 분야에 접목돼 확산하고 있다.  '디지털 육감' 시리즈를 통해 IoT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앞으로 발전 방향을 전망한다. <편집자 주>



[IT조선 박상훈] 우리 주변의 모든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되고 있다. 이제는 PC급 성능을 지원하는 '걸어 다니는 PC' 스마트폰은 인터넷을 이용하는 주요 기기로 자리를 잡았고, 집 밖에서 온도를 제어할 수 있는 보일러, 원격에서 잠긴 문을 열어주는 자동차, 심지어 양치 시간과 부위, 칫솔모 교체주기를 알려주는 전동칫솔도 나왔다. 이처럼 다양한 사물에 통신 기능을 넣어 서로 연결해 상호작용을 하는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이 다양한 분야로 확산하고 있다.



IoT 열풍을 확인할 수 있는 모습은 이뿐만이 아니다. 산업분야에서는 원재료와 상품을 실시간 추적해 관리한다. 특히 운송, 물류 산업에서는 차량, 물류의 위치와 현재 상태 등을 분석해 효율적인 배송을 지원한다. 예를 들어 운송업체 '페덱스(FedEx)'의 '센스어웨어(SenseAware)'는 배송물의 위치, 온도, 빛, 습도 등을 파악하는 기기로, 생명, 의료 분야 배송물에 적용된다. 원격 검침과 건물 상태 모니터링, 재난 감시 등도 IoT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분야로 꼽힌다.


페덱스의 '센서어웨어', 배송물의 위치, 온도, 빛, 습도를 감지해 생명, 의료 관련 민감한 배송물을 안전하게 배달한다. (사진=페덱스)
이처럼 IoT는 그동안 인간이 오감을 통해 직접 확인했던 것을 센서와 관련 기술로 대체한다. 6번째 인간의 감각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를 통해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최적의 운송 차량 운영 경로를 찾아내거나 예상치 못한 위기를 감지해 실시간 대응할 수 있다. 경영적인 판단에 도움을 주는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기도 하는데 이를 지원하는 솔루션과 컨설팅 시장도 커지고 있다. 김문태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IoT로 얻은 데이터는 빅데이터 분석 등 새로운 수익 모델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방대한 적용 범위와 다양한 수익모델을 미리 간파한 업체들이 IoT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기존 기업은 인수합병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구글이 커넥티드 홈 업체 네스트(Nest)를, 페이스북은 가상현실 헤드셋 개발업체 '오큘러스(Oculus)'를, 삼성이 IoT 플랫폼 업체 '스마트싱스(Smart Things)'를 각각 인수했다. IoT 관련 신생 벤처가 급증하고 있고 벤처 캐피털의 투자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테크크런치 등 외신들은 IoT 관련 생태계가 본격적으로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에 연결되는 사물이 늘어날수록 관련 시장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글로벌 IT산업단체인 컴티아는 연결된 사물이 2020년에는 500억 개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전 세계 사물인터넷 솔루션 시장이 2013년 1조9000억 달러에서 2020년에는 7조100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네트워크 업체인 시스코는 2018년까지 데이터 트래픽이 현재의 3배 수준으로 늘어나는데 이 중 57%가 PC 외의 트래픽이 차지할 것으로 분석했다. 사물 수와 시장규모, 트래픽 등 모든 측면에서 바야흐로 'IoT 시대'가 열리고 있다.


사물인터넷 관련 분야의 주요 업체들 (표=하나금융경영연구소)
반면 지나친 낙관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단말기나 트래픽의 증가가 곧 시장의 성장이라는 등식은 섣부르다는 것이다. 실제로 IoT 데이터가 모이는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인 아마존, 스플렁크 등은 이들 데이터 중 실제 IoT 앱으로 활용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말한다. 맷 우드 아마존 데이터 과학 부문 임원은 "지난 수년간 빅데이터 기술이 크게 발전해 온 만큼 데이터 생성 규모 만으로 IoT 발전 상황을 판단할 시기는 지났다"고 지적했다.



IoT 활성화를 위해서는 플랫폼 표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IoT는 무수한 센서와 단말기, 소프트웨어를 넘나들며 데이터가 공유돼야 하므로 이를 위한 표준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시점에서는 오픈소스 기반의 '올신얼라이언스'와 인텔, 삼성 등이 참여한 '오픈인터커넥티드 컨소시엄', 구글 중심의 '쓰레드 그룹' 등 기업의 이해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표준화가 추진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이 정리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한편 국내에서도 IoT 열풍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SKT의 '스마트 팜 서비스',  KT의 '스마트 홈 서비스', LG U+의 '지능형 차량 관제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도 올해 126억 원을 투입해 전국 2곳에 IoT 실증단지를 조성한다. 단, 센서와 플랫폼 등 고부가가치 영역은 분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은경 대덕대학교 교수는 "외산 기업에 국내 시장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출발부터 세계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며 "IoT 플랫폼 서비스부터 시작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에 연결된 사물은 2007~2008년을 기점으로 세계 인구를 넘어섰다. (표=시스코)
주요 시장조사업체들은 수년 전부터 클라우드, 빅데이터와 함께 IoT를 '올해의 가장 주목해야 할 기술'로 꼽아왔다. 그러나 클라우드, 빅데이터 관련 시장 성장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것처럼, IoT 역시 실제 시장 확대를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 기계간통신(M2M)과 같은 선행 개념이 이미 수십 년째 회자하고 있다는 점도 'IoT 거품론'의 근거가 되곤 했다. 그러나 IoT가 남다른 기대를  모으는 이유는 다른 기술과 비교할 수 없는 '강력한 대중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IoT가 기존의 어떤 기업용 기술보다 우리 생활에 쉽게 접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미 상용화된 서비스들도 소비자 시장과 근접해 있다. 특히 IoT는 누구나 마음 먹으면 쉽게 '체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만 원대 베어본 PC 아두이노와 저렴한 습도 센서를 이용하면 화분의 습도를 감지해 물을 줘야 할 때를 알려주는 IoT 기기를 만들 수 있다. 가장 단순한 형태지만, 대형 발전소에서 자주 고장 나는 부품을 감지하는 센서를 설치해 막대한 예산을 절감한 것도 사실은 같은 원리다.



특히 초중등 소프트웨어 교육이 의무화되는 등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새로운 IoT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도 성숙하고 있다. 이러한 아이디어가 다듬어지면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새로운 서비스와 제품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기대한다. 이들의 성장은 장기적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거대한 창업 인프라이기도 하다. 김영욱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부장은 "IoT를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며 "결국 '무엇을 구현할 것인가' 아이디어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상훈 기자 nanugi@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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